지난해 12월 치른 서울시 9급 기술직공무원 채용시험 결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중학생 사이에서 화제를 뿌렸다. 토목기술직 선발인원 56명 가운데 24명이 한양공업고(한양공고)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이 결과가 알려진 뒤 해당 학교에는 입학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역시 11월 중 진행되는 이 학교의 올해 입시 커트라인은 지난해(전공별 내신 40~60% 안팎)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는 11월은 ‘고입의 계절’이기도 하다. 외고, 자사고를 비롯해 국제고, 특성화고 등 여러 형태의 고교가 각양각색 전형을 통해 신입생을 뽑는다. 과학고·마이스터고(산업수요 맞춤형고)·과학영재학교는 이보다 일찍, 자율학교·자율형공립고(자공고) 등은 다소 늦게, 역시 별도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서울에서는 일반고를 가려 해도 1, 2단계에 걸쳐 지망학교를 골라야 한다. 이른바 고교선택제다. 그런데 자치구별로 지원 가능 학교가 다르고, 각 학교마다 교과과정도 다르다. 대부분 교육당국이 ‘뺑뺑이’로 지정해준 고교에 진학했던 부모세대로서는 넘쳐나는 선택지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국단위로 이뤄지는 대학 입시와 달리 고교 입시는 학생의 거주 지역에 따라 입시 일자와 전형 방식이 제각각이라는 점도 혼란을 가중한다. 같은 자사고라 해도 일부는 전국단위로 학생을 선발하고, 일부는 학생이 사는 광역시도별로 지원 자격을 제한한다. 전국단위 모집 자율학교의 경우 원서를 잘못 썼다가는 다른 학교 지원 기회를 놓쳐 ‘고교 재수’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불합격이 확정됐을 때 학생 거주 지역의 후기고 전형이 끝난 상태면, 다른 학교의 추가모집 기회를 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는 수학, 과학 분야에 재능 있는 학생들이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기관이다. 제27회 국제정보올림피아드에 한국대표로 출전한 구재현(경기과학고), 조승현(서울과학고), 윤지학(경기과학고), 강한필 군(경기과학고)(왼쪽부터).
고교생활이 결정짓는 미래
대입에서 내신 비중이 커지면서 고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 사설기관의 고교입시설명회에 몰린 학부모들.
먼저 대학 진학 면에서 고교 선택의 중요성을 살펴보자. 현재 우리나라 대입 전형은 크게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으로 나뉜다. 수시는 수험생의 고교 시절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내용을 주요 입시자료로 사용하는 전형을 뜻한다. 이에 비해 정시에서는 수능 점수의 비중이 크다.
대입에 수시가 본격 도입된 2002학년도만 해도 신입생 선발 인원 중 수시와 정시 비중은 각각 29%, 71%였다. 수능만 잘 보면 내신에 관계없이 대학에 갈 방법이 많았다. 그러나 2016학년도 입시에서는 이 비율이 수시 67.5% 대 정시 32.5%로 역전됐다. 이미 정시 비율이 30% 아래인 학교도 많다. 서울대는 2016학년도 신입생 중 25%만 정시로 뽑기로 했다. 고려대는 현재 고1이 수능에 응시하는 2018학년도 입시에서 정시 비율을 15%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서강대의 경우는 아예 정시 폐지를 검토 중이다. 학생부에 기록되는 내신과 교내활동 내용이 학생의 대학 진학에 결정적 구실을 하게 되는 셈이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최근 청년의 사회 진출 연령을 낮추고 취업률을 높이는 정책의 일환으로 고교 졸업생 취업에 각종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9급 공무원 등 공공부문 신규 채용자의 20%를 고교 졸업자 몫으로 배정하기도 했다. 단, 모든 고교 졸업생이 그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기술 분야 장인 육성을 목표로 설립된 마이스터고와 과거 실업계고가 바뀐 형태인 특성화고 출신만 이 전형에 응시할 수 있다.
해당 학교 출신은 대학에 진학할 때도 ‘특별대우’를 받는다. 취업하고 3년이 지나면 ‘재직자 특별전형’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고교성적과 재직증명서만으로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 현재 서울대, 연세대를 제외한 전국 거의 모든 대학이 이 전형으로 신입생을 뽑고 있는데, 합격자가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야간·주말·사이버 과정 등을 제공한다. 중학교 졸업 무렵 어떤 고교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자녀의 미래가 크게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때문에 ‘강남엄마의 정보력’ 등을 펴낸 교육상담가 김소희 씨는 “이제는 자녀가 중학생 때부터 진로와 적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최소한 중학교 2학년 무렵에는 아이의 미래에 대해 어느 정도 상을 그리고, 그에 맞춰 어떤 고교를 선택할지 계획을 세워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때 교육부와 각 지역 교육청 등이 제공하는 각종 정보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각 학교들도 온·오프라인을 통해 교육과정과 입시 전형, 진학 및 취업 실적 등을 공개한다(32쪽 상자기사 참조).
세상에 무수히 많은 고교가 있고 그중 어느 학교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자녀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알게 됐다면, 이제 ‘공부’할 것은 구체적인 전형 방식이다. 고교는 선발 시기에 따라 전기고와 후기고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특수목적고(특목고)·특성화고·자사고 등은 전기고, 일반고와 자공고 등은 후기고다. 원칙적으로 모든 중학교 졸업생은 전기고에 한 번, 후기고에 한 번 지원할 수 있다. 단, 전기고 입시에 앞서 시험을 치르는 과학영재학교와 마이스터고 등은 예외다. 해당 학교 전형에 응시한 학생은 탈락해도 전기고와 후기고에 다시 지원할 수 있다.
보통 두 번 주어지는 입시 기회에서 어떤 학교를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다. 전문가들은 이때 자녀의 중학교 내신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입시컨설턴트는 “중학생 때 키가 작던 아이가 고등학교에 가서 갑자기 클 수는 있다. 하지만 중학생 때 공부를 못하던 아이가 고등학교 진학 후 갑자기 우등생이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중학교 1학년 무렵이 되면 아이가 공부 쪽에 적성이 있는지 없는지 거의 판명 난다”고 밝혔다.
입시업계에서 진학 고교를 추천할 때 흔히 사용하는 기준은 중학교 성적 △상위 10% △상위 50% △상위 70% 선이다. 이를 토대로 그룹을 나눈 뒤 학생 각각의 개성과 적성, 장래희망 등을 고려해 좀 더 구체적으로 진학 전략을 세운다.
중학 내신 상위 10%의 선택
중학교 성적이 상위 10% 안에 드는 학생의 경우 과학영재학교나 과학고, 외고, 전국단위 자사고 입시를 준비할 수 있다. 수학·과학 과목을 잘하면 과학영재학교나 과학고에, 영어 성적이 우수하면 외고에 진학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 분야 적성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을 경우엔 고교 진학 후 문·이과 진로를 정할 수 있는 전국단위 자사고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그러나 해당 학교에 지원할 성적이 된다 해서 반드시 이러한 이른바 ‘대입 명문고’에 진학하는 게 바람직한 건 아니다.
과학영재학교나 과학고의 경우 자연계 최상위권 수험생이 선호하는 의대에 진학할 때 불리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과학기술 분야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학교 특성상 의대 진학 희망자에게는 추천서를 써주지 않는 등 여러 제한을 둔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영재학교 및 과학고 진학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0학년부터 2015학년까지 과학고 졸업생의 94.78%, 영재학교 졸업생의 88.92%가 이공계열에 진학했다.
부산에 있는 한국과학영재학교.
외고와 자사고에 지원하려는 학생은 진학 후 내신을 놓고 친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대입 전형에서 수시 비중이 확대되면서 외고와 자사고 학생 사이에서는 대입에 대한 위기의식이 확산하는 상황이다(35쪽 상자기사 참조). 일부 입시컨설턴트도 중학교 성적 상위 3% 밖의 학생들은 일반고에 진학해 좀 더 안정적으로 좋은 내신을 확보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는 “순발력이 뛰어나고 도전을 즐기는 학생은 내신이 다소 나빠도 과학고, 외고, 자사고 생활에 잘 적응한다. 학교에서 많은 걸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여러 어려움을 겪고 성적 면에서도 일반고에 간 것만 못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반고의 경우 대입 수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데 필요한 이른바 ‘자동봉진’(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활동의 약자)을 학생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엄마주도학습’ 등을 펴낸 입시컨설턴트 이미애 씨는 “대입 명문고의 경우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경시대회를 개최하고, 다양한 동아리활동과 사회적 체험활동 기회도 제공한다. 학생들은 이것만 충실히 따라가도 큰 어려움 없이 학생부의 비교과 영역을 채울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고의 경우 이 부분에 한계가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일반고의 분위기에 휩쓸려 학업을 소홀히 하게 될 수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결국 내신뿐 아니라 아이 적성과 성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학교를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학 내신 상위 50%의 선택
입시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서울지역 대학의 입학정원은 약 10만 명이다. 전국 중학생 약 50만 명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학생이 대학 진학 시 ‘인(in)서울’권인 셈이다. 중학교 내신이 이에 다소 못 미친다 해도 고교 때 노력 정도에 따라 상위권 대학 진학이 가능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에 진학해 상위 내신을 확보한 뒤 취업과 대학 진학 등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도 있다. 마이스터고의 경우 중학교 내신 커트라인이 상위 20~30%대에 형성된다. 명문 특성화고도 커트라인이 상위 50~60%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학교 내신 상위 10~50%에 해당하는 학생이야말로 적성과 장래희망,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최적의 학교를 골라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이 선택지로 삼을 수 있는 것이 교육과정 운영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광역단위 자사고와 자공고다. 서울지역 자사고의 경우 1단계 추첨과 2단계 면접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지원자 성적 제한은 없지만 면접 과정에서 상당수 학생이 ‘걸러져’ 이른바 ‘불량학생’이 없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일반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신 경쟁이 치열한 반면, 좀 더 다양한 비교과 활동 기회가 제공되는 것도 특징이다. 단, 등록금이 일반고의 최대 3배다. 자공고는 일반고 수준의 등록금을 받으면서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고교를 가리킨다. 교육청이 공립 일반고 가운데 선정하는데, 자사고와 마찬가지로 학교마다 특징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교육상담가 김소희 씨에 따르면 서울 강남지역 한 고교의 경우 3학년 이과 학생 전원이 특정 과학탐구 과목을 듣도록 교과과정을 편성했다. 수능에서 해당 과목 시험을 치르지 않는 학생까지 의무적으로 같은 과목을 듣게 한 이유에 대해 김씨는 “상위권 학생이 좋은 내신을 확보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으로 하여금 자유롭게 수강 과목을 선택하게 하면 과목당 학생 수가 적어진다. 그러면 우수한 학생이라도 상위 4%에 해당하는 1등급을 받기 어렵다. 분모가 200명쯤 되면 더 많은 학생이 1등급을 받아 대학 진학 때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그는 “말하자면 중·하위권 학생들을 일부의 들러리로 사용하는 것이다. 학교별 교육과정을 꼼꼼히 살펴봐야 이런 일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학교 내신 중·상위권 학생의 경우 자사고나 자공고 대신 일반고 가운데 중점학교를 택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서울에는 마포고·명덕고·숭의여고·여의도고·휘경여고 등 과학중점고와 대원여고(음악)·송곡여고(미술) 등 예술·체육 중점고가 있다. 해당 학교는 과학이나 예술·체육 분야에 특화된 커리큘럼을 운영해 대입 수시에 유리하다.
진학보다 취업을 우선시할 경우 전국 특성화고 473개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6년 연속 상승 중이다. 그러나 같은 학교 안에서도 전공에 따라 취업률이 크게 차이 나는 경우가 있다. 취업자의 급여와 처우, 미래 전망 등도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크게 공업·상업·농생명·수산해운 등으로 나뉜 계열 가운데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더 맞는 쪽을 먼저 고른 뒤, 그 안에 속하는 개별 학교의 전공, 자격증 취득률, 취업률, 진학률 등을 따져 지원학교를 고르는 게 좋다.
조선 분야 마이스터고인 경남 거제공업고 학생이 교내 용접실에서 용접 교육을 받는 모습. 특성화고인 경기 한국외식과학고 학생들이 교내 서비스마인드 경진대회에 참가한 모습. 특성화고인 경남 창원기계공고 특수산업설비과 학생들이 명장에게 주조 교육을 받는 모습(왼쪽부터).
중학 내신 상위 70%의 선택
교사의 열정, 학교 분위기 등도 중요하다. 지난해 서울시 공무원시험에서 특성화고 중 최다 합격 기록을 세운 한양공고는 2학년을 대상으로 공무원반을 편성한 뒤 관련 교사들이 직접 지도에 나섰다. 학생들도 방과 후, 휴일, 방학 기간에도 모여 수업을 들었고 모의시험을 100회 가까이 치렀다. 이런 비공식 정보를 확보하려면 직접 학교를 방문하는 등 발품을 팔아야 한다.
특성화고 입시는 기본적으로 중학교 내신성적을 바탕으로 하지만 취업희망자 전형, 가업승계자 전형, 특기소지자 전형 등 다양한 특별전형도 있다. 적절한 전형을 택하면 중학교 내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고교선택제를 통해 일반고에 지원할 때는 역시 희망학교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서 최대한 정보를 확보해 자신에게 적합한 학교를 택하는 게 좋다. 같은 서울시내 일반고라도 학년별 교육과정이 다를 수 있다. 1학년 때 문·이과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과학과목을 듣는 학교가 있는 반면, 2학년 때 집중적으로 과목별 심화학습을 시키는 학교도 있다. 전체 내신과목 가운데 상대적으로 과학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라면, 전자에 지원해 좀 더 유리한 환경에서 내신을 관리할 수 있는 셈이다.
서울의 경우 일반고 진학 시 1단계에 1지망·2지망 2개교, 2단계에 또 2개교씩 총 4개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1단계는 서울시 전 지역에서, 2단계는 자신이 사는 지역(해당 교육지원청) 안에서 고르는 방식이다. 1·2단계 중복 지원도 가능해, 강남구 개포로에 사는 학생이 개포고 진학을 바란다면 1단계와 2단계에 다 개포고를 쓸 수 있다. 반면 송파구 오금로에 사는 학생은 1단계에는 개포고를 쓸 수 있어도 2단계에는 강동·송파에 있는 학교를 써야 한다. 학교 배정은 컴퓨터 추첨으로 이뤄지는데 1·2단계 지망학교에서 다 탈락한 경우, 주소지 주민센터를 기준 삼아 대중교통으로 1시간 이내 있는 학교 가운데 한 곳에 배정된다.
▼통계와 적성검사로 학교 선택하기▼
쏟아지는 고교 입시 정보에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교육통계서비스(kess.kedi.re.kr)가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고객센터 자료실로 들어가면 전국교육기관 주소록이 있고, 전국 고교 유형도 알 수 있어 지원전략을 세울 때 유용하다. 고입정보포털(www.hischool.go.kr)과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 사이트에서는 전국 학교의 시설, 교사 수, 남녀 교사 비율, 학업성취도 등 각종 통계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이파이브(www.hifive.go.kr)는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정보에 특화된 온라인 사이트다.
좀 더 구체적인 진학 정보는 지역별 진로진학정보센터에서 얻으면 된다. 서울진로진학정보센터(www.jinhak.or.kr),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dream.pen.go.kr/center)처럼 지역별로 온라인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커리어넷(www.career.go.kr)에서는 직업적성 검사, 직업흥미 검사, 직업가치관 검사, 진로성숙도 검사 등을 무료로 해볼 수 있다. ‘진로상담’ 코너에 진로 관련 질문을 등록하면 현직 진로지도 교사들이 답도 해준다.
▼입시 명문고의 함정 ‘아웃백’▼
내신 4등급 밖으로 밀리면 상위권대 합격 어려워
대학 입시에서 내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과학고, 외국어고(외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 이른바 입시 명문고에서 ‘아웃백(out-100)’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입시컨설턴트 이미애 씨는 “아웃백은 정원이 130명 안팎인 과학고에서 처음 만들어진 말로 전교 등수 100등 밖으로 밀리면 서울대, KAIST(한국과학기술원) 등의 진학이 어렵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외고생 사이에서 아웃백이 갖는 의미도 비슷하다. 2016학년도에 각각 250명을 선발하는 서울 대원외고, 한영외고 등의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할 때 100등은 내신 4등급(상위 40%)의 하한이다. 대입 수시모집으로 명문대 진학을 노려볼 수 있는 마지노선인 셈이다.
과학고, 포스텍을 졸업한 한 대학원생은 “과학고 커리큘럼은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에 적합치 않다. 교육 초점이 문제풀이보다 탐구력 신장에 맞춰져 있어, 학생 대부분이 수능을 보지 않고 특기자전형이나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대학에 간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이 과정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의대에 진학하는 일부 학생을 제외하고 대부분 이공계 최상위권대에 합격했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입시전문가들 얘기다. 현재 전국에 있는 과학고 20개교 정원이 약 1700명. 여기에 과학영재학교 학생을 더하면 약 2500명이다. 일반고와 자사고의 상위권 학생들까지 감안하면 명문대 입학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과학고 합격을 확인한 뒤 바로 팀을 구성해 내신용 심화 사교육을 받기 시작하는 학생이 적잖다는 후문이다. 방학 때도 서울 대치동 등 학원가에는 과학고 학생 대상 사교육이 성행한다.그래도 서울대, KAIST, 포스텍 외에 GIST(광주과학기술원), UNIST(울산과기대) 등 이공계 특성화대 층이 넓고 입학정원도 많은 이과의 경우, 상위권대 진학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다. ‘수시모집에서는 일반고에 치이고, 정시모집에서는 재수생에 밀리는’ 문과 쪽 외고 및 자사고생의 대입 위기감은 더욱 크다. 지금까지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능 점수를 바탕으로 ‘정시역전’을 노리거나 논술전형에서 승부를 볼 여지가 있지만, 상위권대 입시정책이 바뀌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지는 분위기다.
서울지역 외고에 자녀를 보낸 한 학부모는 “학생들이 다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학교 시험에서 한 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뚝뚝 떨어진다. 수능 준비에 내신 관리, 각종 비교과 활동까지 하느라 아이가 많이 고생하는데 노력한 만큼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외고에서도 이른바 ‘자동봉진’(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활동의 약자) 스펙을 만들려면 각종 교내 대회에서 수상하거나 대외활동에 학교 대표로 참가할 만한 실력을 쌓아야 하는데, 그러자니 학과 공부를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시컨설턴트는 이에 대해 “현재 시스템에서 외고나 자사고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아이들은 선행으로 주요 과목 공부를 미리 다 해놓은 경우가 많다. 고가 컨설팅 등을 통해 비교과 스펙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쌓는 학생도 있다. 이런 상황을 모르고 아무 준비 없이 외고에 갔다가는 ‘아웃백’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 입시체계에서는 어느 학교든 안정적으로 좋은 내신을 받을 수 있는 학교에 진학하는 게 좋다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