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JYP엔터테인먼트는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신사옥을 마련해 이전했다. [박해윤 기자]
더불어 박진영은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옛 사옥 앞으로 ‘17년 전 처음 봤을 때 세상에서 가장 크고 멋진 건물이었는데 이제 이사를 가야 한다는 게 믿기지가 않네.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네 안에서 땀 흘리고, 웃고 울며 꿈꿀 수 있게 해줘서. 덕분에 세상을 즐겁게 해준 스타들이 많이 탄생했고 또 네가 다 품을 수 없을 만큼 식구들도 불어났어. 참 발길이 안 떨어지네. 정말 고마웠어. 잊지 않을게’라는 애틋함이 묻어나는 글을 남겼다.
3년 임대 계약 끝, 새 사옥 마련해 이전
JYP엔터테인먼트가 17년 동안 머물던 청담동 사옥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박해윤 기자]
청담동 사옥의 보유와 매각 과정은 JYP의 흥망성쇠와 관련 있다. 2011년은 직전 연도에 데뷔곡 ‘Bad Girl Good Girl’로 인기몰이를 한 걸그룹 미쓰에이가 각종 신인상과 대상을 휩쓴 후 후속 활동의 기대감을 모으던 때다. 2PM과 2AM도 활발히 활동하며 국내외 팬덤을 굳건히 한 덕에 JYP는 황금기를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2012년 2PM의 인기 멤버 닉쿤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한 후 인기가 점차 하락하는 등 문제가 잇달았다. 대표 걸그룹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에 따른 손실도 쌓여갔다. 이후 2014년 2PM을 이을 신인 보이그룹으로 데뷔한 GOT7도 저조한 실적을 보였고, 데뷔가 예정됐던 걸그룹 프로젝트도 폐기되는 등 부침을 겪었다.
이러한 이유로 2014년 말 박진영은 개인 소유의 청담동 사옥을 매물로 내놨다. 마침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매수 희망자로 나섰다. 11월 25일 박진영은 최 이사장에게 약 76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이와 함께 JYP는 3년 동안 보증금 10억 원에 월세 2500만 원을 내는 조건으로 건물을 통째로 임차하기로 계약했다.
이후 JYP는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빠른 속도로 실적을 개선해나갔다. 규모도 점점 커져 직원들이 청담동 사옥을 포함해 5개 건물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이로 인해 직원뿐 아니라 소속 가수, 배우 등의 불편함도 많아졌다. 사옥 이전의 필요성이 커져갈 무렵 2017년 6월 JYP는 성내동에 매물로 나온 건물을 202억 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올림픽수영장 입구 맞은편에 위치한 대지 1170.4㎡에 지하 3층~지상 10층 규모 건물로 직전까지 학습교재 출판과 인쇄업을 하는 회사가 소유하고 있었다.
JYP는 건물 매입 후 지난해 11월부터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소속 가수들이 음악과 안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9개의 댄스 스튜디오, 18개의 보컬연습실, 7개의 프로듀싱룸, 11개의 녹음 공간, 2개의 믹싱룸 등을 마련했다. 건물 외벽에 메탈스크린과 옥외 미디어파사드를 설치하는 등 연예기획사에 걸맞은 화려함도 갖췄다.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에 따르면 리모델링에 들어간 시설투자 비용만 총 94억3900만 원에 이른다.
소속 배우 윤박은 7월 4일 자신의 SNS 계정에 직접 촬영한 구내식당 사진을 올렸다. 깔끔한 내부 인테리어와 텃밭을 연상케하는 유기농 채소의 진열로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가 됐다.
유기농 구내식당에 폭발적 반응
JYP 인기 걸그룹 트와이스가 신사옥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사진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트와이스 인스타그램]
전통적으로 연예기획사 사옥은 강남구 압구정동과 청담동, 용산구 한남동에 밀집해 있었다. 2010년대 초 방송국과 제작사가 마포구 상암동으로 대거 이전하면서 접근이 쉬운 합정동에 사옥을 마련한 기획사도 생겨났다. 최근 몇 년 사이 젊은이의 거리로 떠오른 성동구 성수동에 사무실을 마련한 곳도 있다.
그만큼 성내동에 사옥을 마련한 JYP의 행보는 의외다. 이에 대해 김상호 JYP 대외협력실 이사는 “이곳을 선택한 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신사옥으로 사용할 건물을 물색하던 중 가장 적합한 곳이 마침 성내동에 있어 매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사옥으로 옮긴 후 임직원과 소속 연예인의 반응이 궁금했다. 김 이사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일할 수 있어 다들 좋아한다. 특히 JYP 설립 이후 처음 마련한 유기농 구내식당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또 기존 5개로 분산됐던 조직이 한 건물에 통합돼 업무효율성이 높아져 만족하는 직원이 많다”고 답했다.
JYP의 선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동산 전문가도 상당수다. 사무용 빌딩 거래를 중개하는 알스퀘어의 이용균 대표는 “강남에서 신사옥 규모의 빌딩을 구하려면 400억~500억 원 이상 들었을 것이다. 비용뿐 아니라 공간을 찾는 시간도 상당히 소요되는데 이를 모두 절약하는 합리적 선택을 했다고 본다. 신축이 아닌 오래된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것 역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강동구는 강남에서 그리 멀지 않아 향후 미래가치도 높게 점쳐진다”고 분석했다.
기존에 JYP가 사용하던 청담동 사옥은 어떻게 될까.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업소 직원에 따르면 “건물 소유주가 3개월 전 통째로 임대를 내놨는데 아직까지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어 그는 “최근 1~2년 새 청담동 땅값이 가파르게 올라 3.3㎡당 1억~1억1000만 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해당 건물은 토지 가격 100억~110억 원, 건물 가격 20억 원을 합해 최소 120억 원 정도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내년 합정동 신사옥 완공 앞둔 YG
6월 29일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내년 7월 완공 예정인 신사옥의 조감도와 모형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개했다. [양현석 인스타그램]
이후 양현석 YG 대표는 합정동 사옥 인근 땅과 건물을 하나씩 사들였다. 결과적으로 양 대표는 준주거지역의 대지 3145㎡, 2종 일반주거지역의 땅 7필지를 보유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길 모퉁이의 다가구주택을 합정동 평균 시세보다 3배나 비싼 3.3㎡당 1억1000만 원에 사들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청담동 땅값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에 앞서 2011년에는 합정동 인근 땅 639㎡를 총 56억 원에 매입해 3년 후 지상 6층 건물로 신축, 사옥과 기숙사로 사용하고 있다.
기업공시에 따르면 YG가 보유한 부동산의 전체 취득 가격은 토지 총 510억1930만 원, 건물 총 39억1540만 원이다. 그러나 이는 취득원가에 불과해 향후 가치는 이보다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YG는 2019년 7월 완공을 목표로 신사옥을 짓고 있어 기대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6월 29일 양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3년간 고심한 끝에 완성한 신사옥 모형과 내·외부 조감도를 공개했다. 신사옥은 양 대표 소유의 대지 3145㎡에 지하 5층~지상 9층 규모로 완공될 예정이다. 건물 신축에 들어가는 투자금액만 433억5448만 원으로 이는 YG 자기자본 2692억7624만 원의 16.1%에 해당하는 액수다. 10년 전 합정동에서도 비교적 저평가된 지역에 일찌감치 주목해 과감한 투자로 사옥을 마련했던 양 대표가 이번에 두 번째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합정동은 최근 2~3년 사이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신축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부동산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또 경의선을 철거하고 조성한 ‘연트럴파크’(연남동과 센트럴파크를 합친 신조어) 덕분에 명실공히 젊은이의 거리로 거듭났다. 이용균 대표는 “서울 시내에서 지난 10년간 사무용 빌딩 임대료 인상률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합정동 일대가 꼽힌다. 그만큼 입지가 좋은 지역이다. 방송사와 콘텐츠제작사가 밀집한 여의도·상암동, 세트장이 위치한 일산과도 가까워 단순히 가수를 육성하는 사옥이 아닌 종합엔터테인먼트 사업지로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SM은 이들보다 앞서 대지와 건물을 매입한 덕에 청담동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SM은 3개 사옥을 연예기획사업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청담동 명품거리의 셀러브리티 센터(Celebrity Center), 청담동 올림픽대로 인근의 스튜디오 센터(Studio Center), 서울지하철 7호선 청담역 인근의 커뮤니케이션 센터(Communication Center) 등이다.
성격에 맞게 분산해 쓰는 SM
SM엔터테인먼트는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에 위치한 건물을 20년째 사옥으로 쓰고 있으며 청담동과 삼성동 2개 공간도 성격에 맞게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동 커뮤니케이션 센터. [박해윤 기자]
이 대표는 2005년 본사 뒤편에 있는 다가구주택 2채를 추가 매입해 2배로 규모를 확장했다. 이면도로에 위치했지만 대로변 건물과 묶은 덕에 시세는 매입 가격보다 상승했다. 기업공시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현재 SM 소유로 토지 가격 195억6525만 원, 건물 가격 77억6903만 원 등 총 273억3428만 원이다. 그러나 현재 청담동 땅값이 3.3㎡당 1억 원을 넘는 데다 대로변에 위치한 건물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SM 본사 시세는 최소 500억 원에서 최대 10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나머지 2개 사옥은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스튜디오 센터는 소속 가수들의 창작활동과 트레이닝을 위한 공간이고, 삼성동 커뮤니케이션 센터는 사옥이면서 관광객과 국내 고객을 위한 휴식 및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원래는 한섬이 사옥으로 쓰던 곳으로 SM이 통째로 임차해 2016년 3월 커뮤니케이션 센터로 사용하고 있다. 1층에는 커피와 다양한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SUM 카페와 식사류를 판매하는 SUM 레스토랑이 있고, 지하에는 소속 연예인의 굿즈를 판매하는 SUM 마켓과 전시공간이 마련돼 있다.
SM이 소유한 부동산은 본사 이외 한 곳이 더 있다. 청담동에 있는 대지 654㎡에 지하 2층~지상 5층짜리 빌딩으로 이수만 대표가 2012년 회사 명의로 166억7000만 원에 매입했다. 해당 건물은 SMT SEOUL이라는 상호로 전 세계 음식을 작은 접시에 담아 판매하는 콘셉트의 타파스 레스토랑 ‘플레이그라운드’와 프리미엄 다이닝 레스토랑 ‘펜트하우스’로 운영되고 있다. 기업공시에는 토지와 건물 가격을 합해 총 303억266만 원으로 돼 있으나 실제 시세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SM은 부동산 2채 이외에 나머지 사옥은 통째로 임차해 쓰고 있다. 임차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용균 대표는 “엔터테인먼트사는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사업 특성상 자체 관리가 가능한 통임차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SM의 경우 지난 20년간 급속한 성장으로 대형기업화돼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해졌다. 건물을 매입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적절한 임차로 공간을 확보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