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취지는 좋은데… 불편해!”

커피숍 일회용컵 사용 금지 한 달, 손님·점주·알바 각자 목소리

  •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8-07-07 20: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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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장에서 드실 거면 유리잔에 담아드려도 괜찮을까요?” 

    요즘 커피숍에 가면 직원으로부터 유리잔 혹은 머그컵(다회용컵) 사용을 권유받는다. 5월 24일 환경부와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커피빈앤드티리프, 탐앤탐스 등 16개 커피전문점, 그리고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5개 패스트푸드점이 일회용품을 줄이고 재활용을 촉진하고자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뒤 생긴 변화다.

    5분 뒤 밖으로 나간다 해도 다회용컵 제공

    이들이 자발적 협약을 맺은 것은 올해 초 중국의 재활용쓰레기 수입 중단으로 국내 재활용쓰레기 값이 곤두박질치면서 수거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 데서 비롯됐다. 또다시 재활용쓰레기 대란을 겪지 않으려면 소비자뿐 아니라 식음료 영업장, 식품 관련 기업들이 일회용 제품과 비닐봉투 등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이번에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이 맺은 자발적 협약 내용은 △매장 내 사용이 금지된 일회용컵(플라스틱컵) 대신 머그컵 등 다회용컵 우선 제공 △텀블러 사용 고객에게 음료 판매액 10% 수준의 가격 할인 △플라스틱컵 재질을 PET(페트)로 단일화해 재활용 제품 품질 향상 △유색 또는 전면 인쇄된 종이컵 사용 자제 △전문 재활용업체를 통한 회수·재활용 참여 등이다. 

    이 가운데 점주와 직원, 소비자 모두가 직접적으로 변화를 겪고 있는 항목은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다. 하지만 오랫동안 일회용컵을 사용해온 탓에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매장이 상당수다. 또 권고사항이라 매장 직원도 손님에게 권했을 때 거부감을 드러내면 강제하지 않는다. 소비자 역시 들고 나갈 것을 고려해 일회용컵을 선호하는 경우가 적잖다.



    준비 덜 돼 종이컵에 아이스 음료 제공하기도

    5월 24일 16개 커피전문점과 5개 패스트푸드점은 환경부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로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협약을 맺은 커피전문점 탐앤탐스의 내부 공고문. [정혜연 기자]

    5월 24일 16개 커피전문점과 5개 패스트푸드점은 환경부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로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협약을 맺은 커피전문점 탐앤탐스의 내부 공고문. [정혜연 기자]

    6월 27일부터 7월 3일까지 일주일 동안 서울 시내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을 둘러봤다. 중구 청계천로에 자리한 330㎡ 규모의 탐앤탐스블랙 매장은 점심시간에 손님이 몰려드는 것과 관계없이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주문을 받는 직원은 손님에게 일일이 매장에서 마실지 들고 나갈지 물었고, 마시고 갈 것이라고 대답하는 손님에게는 다회용컵에 음료를 담아주겠다고 얘기했다. 

    한 손님이 “5분만 앉아 있다 나갈 것이니 일회용컵에 달라”고 말하자 직원은 “5분 뒤 남은 음료를 갖고 오면 일회용컵에 담아주겠다”고 응대했다. 손님은 까다롭게 구는 직원에게 약간 짜증을 내며 주문하지 않고 나가버렸다. 이후 10여 잔을 주문하는 단체 손님에게도 직원은 다회용컵 사용을 공지했고, 예외 없이 다회용컵에 음료를 담아 제공했다. 해당 직원은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 사항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우리 지점의 원칙이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다. 이렇게 해도 주문할 때 들고 나갈 것이라며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고도 매장에 앉는 손님이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신반포로에 자리한 커피빈 매장은 테이블이 6개인 작은 규모지만, 앉아 있는 손님이 모두 다회용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곳 역시 직원이 주문을 받으면서 “일회용컵 사용이 금지돼 다회용컵에 음료가 담겨 나갈 것”이라고 공지했다. 오후 2시 무렵이었는데 이미 안쪽 싱크대에는 사용한 다회용컵이 쌓여 있었다. 직원 2명이 음료를 주문받고 만드느라 바빠 세척에 손댈 여유가 없어 보였다. 직원은 “매장에 있는 다회용컵 수가 한정돼 있다 보니 설거지가 밀려 더는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면 어쩔 수 없이 일회용컵을 쓴다”고 말했다. 

    일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준비가 덜 된 탓에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 협약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방문한 서대문구 충정로 투썸플레이스 매장은 음료 종류와 관계없이 모두 종이컵에 제공했다. 매장에서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테이블도 두세 자리밖에 눈에 띄지 않았다. 주문을 받는 직원은 애초에 다회용컵 사용을 권하지 않았다. 직원에게 이유를 묻자 “매장에 비치된 다회용컵이 모두 소진됐고, 아직 씻지 못해 일단 종이컵에 담아 드린다”고 말했다. 아이스 음료를 종이컵에 담아주는 것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매장 내 플라스틱컵 사용만 제한돼 있고, 종이컵 사용은 각 매장의 재량이라 부득이하게 종이컵에 아이스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매장 내 다회용컵 사용을 철저히 지키는 곳이 있는 반면, 점심시간에 손님이 몰려든다는 이유로 일회용컵을 제공하는 매장도 있었다. [정혜연 기자]

    매장 내 다회용컵 사용을 철저히 지키는 곳이 있는 반면, 점심시간에 손님이 몰려든다는 이유로 일회용컵을 제공하는 매장도 있었다. [정혜연 기자]

    반면 서대문구 서소문로의 스타벅스 매장은 아예 지키지 않고 있었다. 매장 직원은 점심시간에 계속 밀려드는 손님에게 주문을 받으면서 다회용컵 사용을 권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매장 내 손님은 대부분 플라스틱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계산대 앞에 붙여놓은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매장 내 일회용컵(플라스틱컵)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무색할 지경이었다. 직원에게 지키지 않는 이유를 묻자 “점심시간에는 일회용컵을 요구하는 손님이 많다. 또한 여름철이라 아이스 음료의 주문 비율이 높은데 대부분 종이컵에 담는 것을 원하지 않아 플라스틱컵에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다.

    8월부터 최고 200만 원 과태료 부과

    소비자는 대체로 환경을 위한 변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치면서도 적응이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4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썩는 데만 500년이 걸리는 플라스틱컵 사용을 자제하는 데는 찬성이다. 그런데 사실 불편하긴 하다. 점심때 커피숍에 10분가량 앉아 있다 나오는데 다회용컵은 들고 갈 수 없으니 남은 음료를 한꺼번에 털어 넣고 일어설 때가 많다. 텀블러도 회사에 남아도는데, 점심 먹으러 나가면서 미리 챙긴다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회사에서 텀블러를 세척하는 것도 번거롭다. 그렇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일회용컵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회용컵 사용이 위생상 꺼려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30대 전업주부 최모 씨는 “집에서 매일 하는 설거지도 대충할 때가 더러 있다. 하물며 직원들은 자기 입에 들어가지 않으니 대충 설거지할 것 아닌가. 지금이야 매장에 구비된 다회용컵의 개수가 적어 직원들이 깨끗이 씻는다 해도 법적으로 강제해 개수가 늘어나면 더 대충할 것 같다. 매장 내에서도 일회용컵을 선택해서 쓸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텀블러를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물론 텀블러 사용이 제일 좋은 선택이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텀블러를 쓰지 않았는데 하루아침에 습관화하긴 힘들다. 결국 찜찜해도 매장 내 다회용컵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아르바이트생은 대부분 아직까지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서초구 동산로의 커피빈 매장 아르바이트생 이모 씨는 “매장에 비치된 다회용컵은 15개가 전부다. 주문받을 때 손님에게 다회용컵 사용 의사를 묻는데 대부분 일회용컵을 선호한다. 사실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 협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매장 직원들이 아무리 권해도 손님이 함께 바뀌지 않는 한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8월부터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전문점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 협약이 7월 말까지 권고사항으로 이행되다 8월부터 위반업소 적발 시 업장 규모에 따라 적게는 5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표 참조). 

    영세 커피숍 점주는 벌써부터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부산 연제구에서 40㎡ 규모의 개인 커피숍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낮 시간에 노년층 방문 비율이 높은 매장이라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종이컵에 담긴 음료를 자리로 가지고 가다 쏟거나 떨어뜨리는 분이 적잖은데 다회용컵에 제공할 경우 깰까 봐 염려스럽다. 또 아르바이트생이 설거지 업무가 추가된 것을 이유로 급여 인상을 요구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점주는 억울하게 과태료를 내야 할 상황을 미리 걱정하기도 했다. 서울 광진구 능동로에서 50㎡ 규모의 개인 커피숍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8월부터 과태료가 부과되는지 몰랐다. 환경부에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줘야 하는데 별말 없다 과태료를 부과하면 억울할 것 같다. 또 손님이 잠깐 있다 나갈 것이라고 해 일회용컵에 음료를 제공했는데 계속 앉아 있는 경우 ‘과태료를 물어야 하니까 나가달라’고 할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소비자·사업주 모두 변해야

    8월부터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적발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스타벅스 매장. [이건송 인턴기자]

    8월부터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적발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스타벅스 매장. [이건송 인턴기자]

    현재 환경부는 7월 말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지자체)로 하여금 관할 구역 내 커피전문점 등을 대상으로 집중 점검을 하게 했다. 각 지자체 역시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시 계고장을 발부해 일회용컵 사용 금지를 촉구하고,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 안내 포스터 등을 배부하고 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직원은 “8월부터 지자체가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에 대한 현장 지도와 점검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이때 위반업소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말했다. 과태료 부과에 대한 점주들의 우려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일회용품 사용 제한 의지가 중요하다. 우선적으로 손님에게 다회용컵 사용을 권하고, 매장 안에서는 플라스틱컵을 사용하지 않도록 다회용컵을 충분히 구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회용컵을 들고 나가겠다고 한 뒤 매장에 앉아 있는 손님 때문에 과태료를 물게 되는 애매한 경우에 관해서는 “최종 판단은 지자체가 하는데, 사실상 처벌이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자원순환사회연대의 김태희 정책국장은 “6월 25일부터 2주간 현장 점검을 나가고 있는데 아직까지 지키지 않는 곳들이 있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회용컵을 5개만 구비해놓고 ‘우리 매장은 자발적 협약을 지킨다’는 곳도 있고, 손님이 밀려들어 바쁘다는 핑계로 아예 권유조차 하지 않는 매장도 있었다. 소비자 역시 점원이 묻기 전에는 ‘다회용컵에 달라’고 먼저 요구하지 않는데, 서로가 매장 내 다회용컵 사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커피문화가 대중화하면서 소비자는 일회용컵 테이크아웃에 익숙해졌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이런 문화가 없었다. 음식을 들고 다니며 길거리에서 먹는 것을 꺼렸는데, 시대가 바뀌면서 유행처럼 번졌다. 이런 부분은 ‘텀블러가 더 좋은 문화’ 등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유도해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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