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살레르노에 있는 테누타 반눌로(Tenuta Vannulo) 농장.
물소젖으로 만든 모차렐라는 흔히 두부와 비교된다. 하얀 외양과 더불어 묽은 액체가 응고되며 완성되는 과정 때문인 것 같다. 그 외에는 닮은 구석이 별로 없다. 물소젖 모차렐라는 두께 1mm 정도의 얇은 막으로 싸여 있고, 미세한 층으로 구성돼 말랑하면서도 굉장한 탄력을 지닌다. 귀퉁이만 살짝 잘라도 치즈 사이에서 뽀얀 버터밀크가 방울방울 스며 나오는 것이 보인다.
맛은 고소하면서 간간하고, 껍질 쪽은 쫄깃한데 속은 부드럽다. 겉으로 보기에 일반 소젖 모차렐라와 차이가 없지만 맛은 훨씬 고소하고 진하다. 물소젖 모차렐라를 먹다 보면 그와 어울리는 재료를 찾아 요리하고 싶어지기보다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재료를 더해 이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토마토나 신선한 바질 몇 잎 곁들이고 소금과 올리브 오일만 살짝 뿌려 먹는 방법이 생겨났나 보다.
당일 아침에 만든 믈소젖 모차렐라, 모차렐라가 올라간 마르게리타 피자, 카프리 섬 스타일의 모차렐라 샐러드.(왼쪽부터)
불순물을 거른 우유는 섭씨 33~36도로 가열한 뒤 레닛(송아지의 제4위 내막에 존재하는 효소)과 젖산 발효균을 첨가해 응고시킨다. 우유가 응고되면 호두 크기로 분할해 5시간가량 숙성을 거친다. 숙성된 커드 반죽을 잡아당겨 용기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 치즈가 부풀어 오르게 한다. 커드를 국수처럼 쭉쭉 잡아당기는 과정이 중요한데 이때 치즈의 섬유질이 늘어나고 촘촘해지며 탄력이 생겨 치즈 밀도가 균일해진다. 완성된 치즈는 적당한 모양과 크기로 자른 뒤 차가운 물에 담가 모양을 굳힌다.
이탈리아어로 ‘잘라내다’라는 뜻이 ‘모차레(mozzare)’인데 여기에서 모차렐라라는 이름이 유래됐다고도 한다. 모차렐라는 우리가 아는 주먹만 한 것부터 포도알만 한 것, 방울토마토만 한 것, 어린아이 머리만큼 큰 것까지 다양한 크기로 생산된다.
특정 지역 물소젖 이외에 다른 지역의 다른 소젖으로 만든 모차렐라는 ‘피오르 디 라테(fior di latte)’라고 부르며, 이것이 이탈리아에서 생산하는 모차렐라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탈리아 치즈 가운데 30여 가지가 유럽연합(EU)으로부터 DOP(원산지 보호지정) 인증을 받고 있는데, 물소젖 모차렐라도 이에 포함된다. 치즈의 원료 수급부터 포장까지 전 과정이 이뤄지는 특정 원산지는 그 고유성이 인정돼 보호받게 되며, DOP 표기 제품은 그만큼 가치가 높음을 인증받았다고 공표하는 것이다. 물론 먹는 사람은 DOP라는 세 글자에 전통과 품질이 깃들었음을 기대하게 된다. 물소젖 모차렐라는 신선도 유지를 위해 이탈리아에서도 냉장으로 배송된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미국산만 수입되고 있어 이탈리아 여행 시 꼭 맛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