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앉아 있는 사진기자들의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 출판국 사진기자들은 매월 발행되는 신동아와 여성동아, 매주 발행되는 주간동아에 넣을 사진을 찍고자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들고 언제 어디든 출동하기 때문이지요. 기관총 쏘듯 셔터를 눌러대고, 바닥에 드러눕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게 일상인 사진기자들의 외장하드를 뒤적뒤적거려봤습니다. 그곳엔 지면에 싣지 못한 사진이 가득하거든요. 비트코인 채굴하듯 열심히 캐낸 양질의 사진을 대방출합니다.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가 3월 20일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제사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2006년 정대선 현대비에스엔씨 사장과 결혼한 그는 이후 방송 활동을 그만두고 내조에만 집중하고 있는데요. KBS 29기 공채 아나운서이자 당시 KBS2TV 인기 예능 프로그램 ‘상상플러스’에 출연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기에 팬들의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러나 스타 방송인에서 재벌가 일원이 된 후에도 대중의 관심은 여전합니다. 그가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화제가 되곤 하니까요.
이번에도 역시 그가 카메라 앞에 나서자 화제 만발이었습니다. 표정부터 입은 옷까지 모든 것이 이야깃거리입니다. 3월 20일 실시간 검색어 1위는 ‘노현정’. 그가 언론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2017년 8월 정 명예회장의 부인인 고 변중석 여사의 제사 이후 8개월 만입니다. 이날 그는 연한 옥색 한복에 밝은 청록색 코트를 입고 베이지색 머플러를 착용했습니다. 단아한 올림머리도 인상적이었는데요. 늘 비슷한 길이의 단발머리를 유지하며 공식 행사에서 한복을 입을 때는 올림머리를 하곤 합니다.
기자는 2013년 노 전 아나운서와 시어머니인 이행자 여사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만난 노 전 아나운서는 미모도 여전했지만, 아나운서 출신답게 모든 질문에 정확한 발음으로 똑 부러지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방송을 그만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시 이 여사는 셋째 며느리인 노씨에 대해 “첫인상은 눈이 동그랗고 착해 보였다. 아들이 말하기를 ‘한 마디를 하면 열 마디를 알아듣는 여자’라고 하더라. 아들이 아내 될 여자에게 현대가 룰을 가르치면서 저보다 더 혹독하게 미리 시집살이시키는 것을 보며 내 심장이 다 떨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뒤적거린 사진들은 그의 결혼 이후부터 현재까지 매번 카메라에 포착된 노씨의 모습입니다. 2006년 결혼 이후부터 2018년까지 그를 찍어온 사진기자들의 외장하드를 뒤적거렸습니다. 언젠가 현대가 행사가 아닌 TV 프로그램에서 그를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있을까요. 2013년에 방송 복귀 의사에 대해 묻자 “진행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을 볼 때면 ‘잘한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하곤 하지만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여러 가지를 많이 해볼 수 있어서 감사할 뿐이다”라고 했던 노 전 아나운서. 앞으로도 그의 근황은 현대가 행사에서만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