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6월 예정된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 특히 광역자치단체장인 시장, 도지사 선거에는 벌써부터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17개 시도 가운데 표심이 가장 확실하다는 경북과 광주의 판세를 통해 지방선거 향방을 가늠해보고자 한다. 광주 판세는 1116호에 싣는다. <편집자 주>
자유한국당 이철우 최고위원, 김광림 정책위의장, 강석호 의원, 남유진 구미시장, 박명재 의원(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뉴시스]
농촌지역은 위계질서가 자연스럽게 형성됐고 전통문화도 잘 보존되고 있다. 경북 신도청이 자리한 안동시는 ‘전통문화의 수도’를 표방한다. 또한 경북은 산업화가 낳은 신흥부자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박정희, 이명박 전 대통령이 모두 이곳 출신이다.
보수의 본고장 경북이 위기를 맞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자부심에 큰 금이 간 것이다. 경북은 구미 출신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유난히 강하다. 그만큼 경북이 느낀 충격은 다른 지역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경기침체 탓에 산업화의 영광도 추억으로 멀어지고 있다. 신라의 천년고도 경주시는 인구가 점점 줄어 현재 25만 명 선으로, 경북 3위 도시의 위상을 경산시에 내주고 말았다.
정보통 · 행정통 · 경제통 불꽃 대결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누가 무너진 보수 본고장의 자부심을 되살릴 적임자일까.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구미 출신인 김 지사는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구미시장 3번(한 번은 무소속으로 당선)과 경북도지사 3번 당선했다. 따라서 3선 연임 제한 규정으로 무주공산인 된 경북은 아직까지 김 지사를 대체할 만한 선두주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경북도지사는 유일하게 자유한국당(한국당) 후보가 안정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자리다. 10월 11일 ‘영남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경북도지사 정당후보 지지율은 한국당 41.5%, 더불어민주당(민주당) 21.5%, 바른정당 9.1% 순으로 나타났다. 큰 변화가 없다면 한국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것이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한국당 경북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10여 명에 달한다. 이철우 최고위원을 필두로 박명재 의원, 김광림 정책위의장, 남유진 구미시장, 강석호 의원, 최경환 의원, 김장주 경북 행정부지사, 김영석 영천시장, 김성조 한국체육대 총장 등이 한국당 경북도지사 후보 경선 참여를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영남일보 여론조사에서 이철우 최고위원이 경북도지사 적합도 11.0%를 기록해 선두를 달리고 있다(표 참조). 이 최고위원은 국가정보원 국장 출신으로 경북 정무부지사, 3선 국회의원, 한국당 최고위원까지 초고속으로 질주해왔다. 그는 당내 대표적인 정보통으로 7월 한국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친(親)홍준표 인사로 알려져 있다.
박명재 의원은 9.0%를 획득해 3위에 올랐다(2위는 최경환 의원으로 9.5%). 그는 청와대 행정비서관, 경북 행정부지사,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거친 재선의원으로 대표적인 행정통이다. 박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을 역임했을 정도로 여야 정치인들과 무난한 관계를 맺고 있다.
김광림 의장의 경북도지사 적합도는 7.1%로 4위다. 김 의장은 행정고시를 거쳐 청와대 비서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차관을 역임했다. 3선인 그는 당내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단골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당초 김 의장은 같은 행시 출신으로 경제부처에 함께 근무한 최경환 의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자 경북도지사 출마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최 의원의 출마가 불확실해지면서 경북도지사 출마를 공식화하고 있다.
최경환 출마 변수, 민주당 김영태 선두
남유진 시장은 경북도지사 적합도에서 6.8%를 얻어 5위에 올랐다. 남 시장은 청송군수와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구미시장 3선에 성공했다. 행정고시를 거쳐 내무부 등에서 공직을 경험한 남 시장은 구미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비슷한 코스를 밟은 김 지사가 롤모델이다.강석호 의원은 경북도지사 적합도에서 5.9%를 기록해 6위에 올랐다. 강 의원은 포항시의원, 경북도의원을 거쳐 3선에 성공한 전형적인 풀뿌리민주주의 정치인이다. 그는 새누리당(현 한국당) 최고위원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12월 대규모 탈당 사태 때 동반 탈당설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당을 떠나지 않았다.
한국당 경북도지사 경쟁에서 최대 변수는 최 의원이다. 최 의원은 영남일보 여론조사에서 적합도 9.5%(2위)를 기록할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당초 최 의원은 경북도지사 출마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10월 한국당 윤리위원회가 서청원 의원과 함께 최 의원에 대한 ‘탈당 권고’를 의결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최, 서 의원을 제명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검찰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로 최 의원의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소환조사까지 하겠다고 나서 출마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민주당의 경우 영남일보 여론조사에서 김영태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위원장이 9.4% 적합도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 다음으로 오중기 청와대 선임행정관(전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이 9.3%, 이삼걸 전 행정안전부 차관이 8.4%를 획득했다. 세 사람이 1%p 이내에서 치열하게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바른정당에서는 권오을 전 최고위원이 18.0%를 나타내 박승호 전 포항시장(14.2%)을 눌렀다. 박 전 시장은 11월 초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탈당파와 함께 한국당으로 복당했는데, 현재 한국당 경북도지사 또는 포항시장 출마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