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들이 항공사의 항공권 판매대행 수수료 폐지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10월 18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대강당에서 ‘항공권 유통체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항공사가 여행사에 지급하던 판매대행 수수료를 폐지한 것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여행사들은 항공사로부터 판매대행 수수료로 항공권 가격의 5~9%를 받았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2010, 2011년 수수료 지급을 전면 폐지했고 다른 외국 항공사들도 이에 동참했다. 당시 항공사들은 발권 비용 보전을 위해 소비자들로부터 별도의 수수료를 받도록 여행사에 권고했다.
현재 여행사가 판매하는 항공권은 전체의 75~85%에 달하지만 관련 서비스 비용을 항공사로부터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KATA의 의뢰를 받아 사단법인 한국법제발전연구소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수수료 폐지로 대한항공은 2010년부터 1조5500여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7700억 원에 달하는 경비 절감 효과를 거뒀다.
이날 공청회에서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항공사가 직접 판매해야 할 항공권을 일종의 대리점 격인 여행사에 위탁하면서 이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며 “항공사의 행정부담을 여행사들에 전가하는 행위는 시장에서 항공사가 갖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항공사와 여행사의 현재 상황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거래상 지위 남용, 공정거래법상 대리점법 위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행사 처지에선 폐지 이전과 마찬가지로 항공권 발권 업무를 대행하고, 항공사와 계약상 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위치도 동일한데 수수료만 못 받고 있다”며 “발권 관련 비용을 소비자에게 징수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용이하지 않아 많은 여행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항공사가 몇몇 여행사에는 수수료 일부를 지급해 차별적 거래 금지를 위반했을 여지도 있다”며 “항공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소비자가 내는 상황이 돼 결국 소비자도 불이익을 받게 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이어 “이스라엘 법원은 자국 항공사의 수수료 폐지에 대해 철회 판결을 내렸고, 인도 항공성도 시정명령을 했다”며 “항공사가 응당 지불해야 할 수수료를 자율적으로 여행사 측에 주는 것이 합리적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500여 명이 참석해 대강당을 가득 채웠다. 최요섭 한국외대 교수, 손계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좌혜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변호사, 채형복 경북대 교수, 최용전 대진대 교수 등이 지정 및 자유토론을 가졌다.
양무승 KATA 회장은 “이번 공청회는 KATA가 추진해온 항공사와 여행사의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는 자리”라며 “항공권 유통체계 개선을 위한 실천 가능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밟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