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최고수를 잇달아 격파한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새로운 버전이 공개됐다. ‘알파고 제로’라는 이름의 새로운 AI는 인간 바둑기사를 연달아 이긴 선배 ‘알파고’ 시리즈를 압도하는 실력을 갖췄다.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 대국한 ‘알파고 리’와 대결에서는 100전 100승 무패를 기록했고, 올해 5월 세계랭킹 1위 커제 9단과 붙은 ‘알파고 마스터’에게는 100전 89승 11패를 거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알파고 제로’가 인간의 기보 분석 없이 독학으로 바둑을 익혔다는 점. 이전 알파고는 인간 기보를 학습한 뒤 자체 강화학습으로 바둑 실력을 늘렸다. 하지만 ‘알파고 제로’는 바둑 규칙 외에는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수없이 바둑을 두는 방식으로 실력을 키웠다.
알파고를 개발하는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 등 소속 연구원 17명은 ‘알파고 제로’의 성과를 바탕으로 ‘인간 지식 없이 바둑을 마스터하기(Mastering the game of Go without human knowledge)’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독학으로 바둑을 습득한 ‘알파고 제로’가 기존 버전보다 강한 이유에 대해 “인간 지식의 한계에 속박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업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교수는 ‘알파고 제로’에 대해 “AI가 백지상태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게임이나 임무를 스스로 학습하고 해결하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은 획기적 성과”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