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있는 집에 말 잘 듣고 똑똑한 믿음직스러운 반려견 한 마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모가 잠깐 외출하거나 자리를 비운다고 해도 안심하고 맡겨둘 수 있고, 아기도 반려견과 함께 놀면 정서적으로도 안정되고 인성 함양에도 도움이 될 텐데….
이런 부모의 아름다운 환상에 찬물을 끼얹는 남자가 있다. 바로 반려견 행동 전문가 ‘개통령’ 강형욱이다. 그는 반려견과 아기가 단 둘이 있는 상황을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자신의 기준에서는 불법”이라고까지 힘주어 말한다. 대체 왜일까.
10월 6일 오후 5시 40분경 경기도 시흥시의 한 아파트 3층 거실에서 1살짜리 아이가 7년생 진돗개에게 목 부위를 물렸다. 사고는 어머니가 외출을 하기 위해 아이를 데리고 안방에서 거실로 나오던 중에, 펜스 안에 있던 진돗개가 펜스를 뛰어넘어 아이에게 달려들면서 발생했다. 아이는 A양은 어머니의 신고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병원 치료 사흘만인 9일 오후 6시 26분경 숨졌다. 경찰은 “거실에는 진돗개가 머무는 공간이 마련돼 있으나 펜스 높이가 60㎝가량에 불과해 개가 쉽게 넘어올 수 있는 구조였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 위해정보국에 따르면 반려견 물림 사고는 2015년 1488건, 2016년 1019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7년에는 8월까지 집계했는데도 무려 1046건이나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강형욱이 고정 출연 중인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영상과 그가 낸 반려견 교육서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가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 강형욱은 2015년 3월 26일 방송된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서 아기와 강아지가 함께 있는 상황이 위험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말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가끔씩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들 중에 아기가 강아지 귀를 잡고 있거나 털을 잡고 올라가려고 하는 등 아기들과 강아지가 함께 있는 사진이 있는데 굉장히 위험한 사진입니다.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보호자가 관찰하지 않는 상태에서, 아기와 강아지를 단 둘이 놔두는 거 자체가 위험합니다. 어린아이들은 강아지와 얼굴을 가까이하고 싶고, 기어서 정면으로 가고 싶고, 잡고 올라가고 싶어 하죠. 그런데 반려견에게는 그런 행동이 굉장히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다른 곳보다 강아지에게 얼굴을 많이 물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어미 개가 새끼 개를 훈육할 때 쓰는 ‘머즐 컨트롤(Muzzle Control‧어미개가 어린 개를 혼낼 때 어미의 입으로 어린 개의 입 부분을 살짝 무는 행동)’ 때문. 어미가 자식에게 '너 너무 무례해' '너 지금 잘못했어' '너 지금 행동 조절할 줄 알아야 해'라고 보내는 신호인데, 피부가 여린 아이들은 살짝만 쳐도 상처가 심하게 나는 것. 강씨는 “아이를 (반려견에게) 데리고 갔는데, 반려견이 불편하다고 으르렁거리는데도 불구하고 '조용히 해' '안돼' '내 아기야. 뽀뽀해' 이렇게 한다면 나중에는 강아지가 경고의 신호도 보내지 않고 공격하는 단계까지 갈 것”이라며 “나라면 우리 강아지를 믿더라도 강아지들에게 자녀를 맡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왜 우리 강아지는 아무나 깨무는 걸까? 반려견을 ‘사람을 물지 않는 아이’로 잘 키울 수 있을까? 반려견을 키우거나 키우려는 사람들이 고민해봤음직한 것들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을 담아서 강씨가 쓴 책이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이다. 반려견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는 많은 반려인을 위한 책이자 그가 자기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으로 쓰기 시작한 책이기도 하다. 제목의 ‘당신’에 해당한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누가 누구한테 개를 키우면 된다 안 된다고 하느냐”며 불쾌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의 ‘당신’에는 ‘준비되어 있지 않은’이라는 전제 조건이 달려 있다는 사실. 너무도 많은 사람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개를 키우다 힘에 부치면 버린다. 반려견을 키우면서도 늘 마음 한구석이 미안하거나,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강씨의 말이다.
“반려견은 우리의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언제 일어나는지, 언제 식사를 하는지, 언제 잠에 드는지, 기쁜지, 슬픈지 말입니다. 그들은 그렇게 친구로서 항상 우리 곁에서 우리를 위로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친구의 작은 행동 하나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그들의 신호에 귀를 기울여주면 어떨까요? 당신의 친구는 몹시 감동받을 것입니다. 좋은 주인이 되지 말고, 좋은 친구가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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