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잘 준비하면 합격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은 쉽다. 하지만 대학별 면접 방식이 제각각인 데다 어떤 문제가 출제될지 예측할 수도 없어 짧은 시간에 면접을 효과적으로 대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면접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려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될 일은 자신이 지원하는 대학의 과거 면접 기출 유형을 파악하는 것이다. 지원하는 대학 및 모집단위가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와 관련돼 꼬리를 무는 추가 질문을 던지며 지원자의 진정성을 살펴보려 하는지 △다양한 시사 현안과 관련된 지원자의 생각을 물어봄으로써 지원자의 사고력을 엿보려 하는지 △고난도 제시문을 주고 독해력과 창의성을 검증하려 하는지 △그래프·도표 같은 자료를 제시한 뒤 자료 해석 능력을 파악하려 하는지를 미리 알아야 실제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가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함께 8월 출간한 대입 면접 대비서 ‘대입 면접, 이 질문 꼭 나온다 2’에는 실제 면접 기출문제와 해당 질문에 대한 합격자들의 답변이 계열별로 분류돼 실려 있다.
서울 주요 14개 대학 입학처가 밝힌 면접 평가 기준, 면접장에 가기 전 숙지해두면 좋을 시사 이슈 17개도 담겼다. 이를 발췌, 소개한다.
4대 면접 유형 완전 정복 Ato Z
면접 유형 1 서류 기반 면접 | 제출 서류 숙지가 필수!서류 기반 면접은 많은 대학이 활용하는 면접 유형이다. 면접관은 지원자가 제출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자기소개서 등 서류를 보고 10여 분 동안 질문한다. 질문 유형은 크게 서류 진위 확인, 인성 및 가치관 확인으로 나눌 수 있다.서류 진위 확인 질문의 경우 “자기소개서에 쓴 토론대회의 주제는 무엇이었나. 토론은 어떻게 이끌어갔나” “2학년 1학기 때 수학 내신 성적이 부진했던 이유에 관해 설명해보라” “책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었는데, 세계의 절반은 왜 굶주린다고 생각하는가”와 같이 교과 · 비교과 · 독서활동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서류에 기재된 내용이 실제로 지원자가 경험한 내용인지를 검증하는 질문이므로, 지원자는 제출한 서류의 내용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지원자가 진실하게 서류를 작성했더라도 제출한 서류 내용과 다르게 답변한다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서류 기반 면접에선 지원자의 인성 및 가치관을 확인하는 질문이 나올 개연성이 높다. 정보가 제한적으로 담긴 서류로는 지원자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면접관은 “자신의 장단점을 말해보라” “학생부에 기재된 교사의 평가에 대해 지원자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떤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라고 생각하는가” 같은 질문을 던져 지원자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려 한다.
이런 질문에 대비하려면 자기 나름의 ‘답변 원칙’을 세우는 게 좋다. 즉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오면 무조건 장래희망과 연관 지어 답한다’ 같은 원칙을 세우고 면접장에 들어가는 것. “지원자의 생활신조는 무엇이고 그 이유는 뭔가”라는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더라도 얼른 장래희망과 연결해 “정직함을 생활신조로 삼고 있다. 그것이 내 장래희망인 판사가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처럼 답변하면 된다.
면접 유형 2 전공적합성 확인 면접 | 기본 교과 개념을 점검하라대학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과정은 ‘어떤 지원자가 우리 학교 및 학과에서 공부하기에 적합한가’를 가려내는 일이다. 많은 대학이 이를 ‘전공적합성’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면접에서 매우 중요한 평가 요소로 삼는다.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면접에서 적성과 전공적합성 평가 비중이 40% 이상인 곳이 적잖다. 이 같은 전공적합성을 확인하고자 면접에선 지원 동기, 학업 및 진로 계획 등을 묻는 질문이 단골로 등장한다. “우리 학과 지원 동기는 무엇인가” “왜 우리 학교가 지원자를 뽑아야 하는가” 같은 질문이 그것이다. 지원자는 수많은 대학 가운데 왜 하필 해당 대학인지, 그중에서도 왜 하필 해당 학과인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 이때 자신의 이야기로만 답변을 채우기보다 해당 대학 및 학과의 특성을 파악해 지원 동기와 연관 짓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내가 관심 있는 분야는 A인데, 이 학과의 B교수님이 해당 분야에서 남다른 연구 실적을 내는 것으로 안다. B교수님으로부터 깊이 있는 지도를 받고 싶어 지원하게 됐다”고 답변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선 대학 및 학과 홈페이지를 꼼꼼히 살펴 교수의 이력과 연구 성과, 학과 커리큘럼이나 학과 목표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전공적합성 확인 면접에선 지원 동기를 확인하는 질문뿐 아니라, 전공과 연관된 지식을 묻는 질문도 나온다. “국제무역사가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해 말해보라” “교육사회학이 어떤 학문이라고 생각하는가” “통계학자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는 무엇인가” 같은 질문이 대표적이다.
특히 인문계열 지원자는 지원 전공 관련 시사 이슈나 쟁점을 교과 개념과 연관 지어보고, 자연계열 지원자는 수학이나 과학 이론을 실생활과 연결해 폭넓게 이해하고 있어야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면접 유형 3 시사 이슈 연계 면접 | 전공 관련 이슈부터 파악해야대입 면접에선 최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여러 이슈가 질문이 될 수 있다. 서류 기반 면접이나 전공적합성 확인 면접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시사 이슈 연계 면접’은 범위가 매우 넓다.
시사 이슈 연계 면접에서 전공과 무관한 시사 관련 질문이 나오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즉 “유아교육 정책에 대해 말해보라”는 질문은 유아교육과나 교육학과 지원자에게, “중국의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같은 질문은 정치외교학과나 사관학교 지원자에게 주로 던진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대해 설명하라” “기계 산업은 탄소 배출과 어떤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말해보라” 같은 질문은 주로 공학계열 지원자에게 출제된다.
따라서 다소 막막할 수 있는 시사 이슈 연계 면접을 준비하는 첫 걸음은 희망 전공과 연관된 이슈부터 공략하는 것이다. 자기소개서나 학생부에 특정 주제에 관해 토론한 경험이나 독서활동을 기재했다면 이와 연관된 시사 이슈에 대해 물어볼 수 있으니 자신이 제출한 서류와 신문기사를 함께 훑어보면서 예상 질문을 뽑고 답변하는 연습을 해봐야 한다.
면접관은 ‘지원자가 자기 생각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려고 시사 이슈와 연계된 질문을 던진다. ‘정답’을 요구하는 질문이 아니므로 어떤 주장을 펼치느냐보다 얼마나 설득력 있게 말하느냐가 중요하다. 찬반을 묻는 질문이 나왔을 때 찬성과 반대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할지 지나치게 고민할 필요는 없지만, 양비론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자칫 자기 생각이 뚜렷하지 않은 지원자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답변할 때는 여러 주장을 펼치기보다 다양한 근거를 제시해 하나의 주장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
면접 유형 4 제시문 기반 면접 | 논술고사+알파수험생이 가장 까다로워하는 면접 유형은 바로 최상위권대 학종 면접에서 주로 시행하는 ‘제시문 기반 면접’이다. 제시문 기반 면접의 진행 방식은 다음과 같다.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 지원자는 1~3개 지문과 이에 대한 2~3개 문항으로 구성된 제시문 세트를 받는다. 제시문을 읽고 답변을 미리 구상할 수 있도록 5~45분간 준비 시간을 준다. 준비 시간이 종료되면 지원자는 면접장에 들어가 미리 구상한 답변을 말하고, 면접관은 이에 대해 추가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면접을 진행한다.
제시문 형식은 다양하다. 계열에 따라 영어 제시문이 등장할 수 있고, 그래프나 도표가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 자연계열의 경우 수학 및 과학 관련 이론이 소개되기도 한다.
2017학년도 고려대 수시 학교장추천전형 인문계열 면접에선 (가)종교적 병역 거부는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과 관련된 신문기사, (나)다문화주의와 관련된 글, (다)19세기 영국 경제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중 일부가 출제됐다. 해당 전형 지원자는 이 3개 제시문을 읽은 뒤 ‘제시문 (가)와 (나)에 소개된 사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하라’ ‘제시문 (다)의 관점에서 제시문 (가)와 (나)의 사례를 설명하고 바람직한 문제 해결 방안을 말해보라’는 질문을 받았다.
제시문 기반 면접의 경우 지문 구성과 문제 형식 모두 논술고사와 비슷하다. 이에 따라 여러 대학의 논술 기출문제를 풀어보면 큰 도움이 된다.
단, 논술고사 문제로 면접에 대비할 때는 두 가지 사항에 유의해야 한다. 하나는 구술면접은 논술고사만큼 독해에 긴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 또 다른 하나는 면접은 논술과 달리 말로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핵심 내용을 빠르게 파악해 예상 답변을 정리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자신이 어떻게 말하는지 녹음해 들어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