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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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트레이드’에 환호하는 시장, ‘트럼프 불확실성’도 염두에 둬야

주식 등 위험자산 상승… 채권·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 강해질 수도

  •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입력2024-07-21 11: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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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7월 13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대선 유세 현장에서 피격을 당했다. 다행히 그는 오른쪽 귀 부상을 입는 정도에 그쳤지만 현장에 있던 지지자 한 명이 사망하면서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사건 직후부터 여론은 1912년 3선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하고도 90분간 연설을 진행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사례, 1981년 재임 도중 발생한 암살 시도 사건 이후 지지율이 급등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사례 등에 트럼프를 대입하고 있다. 또한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역구였으나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이 아닌 트럼프가 승리하며 경합주로 떠오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향후 트럼프 지지율이 상승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유세 중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뉴시스]

    유세 중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돈이 위험자산으로 몰리는 트럼프 트레이드

    공화당 지지층과 중도층 결집, 반(反)트럼프 여론 희석, 민주당 내 바이든 사퇴 여론 확산 같은 예측은 ‘트럼프 트레이드’가 강해지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트레이드는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에 따라 돈이 위험자산으로 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과거에는 대통령 암살이나 피격 사건이 발생하면 정치 불확실성으로 증시 급락, 금이나 유가 급등 등 자산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피격됐을 때도 사건 발생 당일 S&P500 지수가 0.3% 하락 마감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1% 이상 강세, 10년물 금리 9bp(1bp=0.01%p) 하락 등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1963년 11월 22일 케네디 암살 사건 당일에도 S&P500 지수가 2.8% 급락했으나 바로 반등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아시아시장에서 이 같은 위험자산 선호 심리 위축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이 유력시될수록 증시는 이를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고, 증시에 우호적이라는 여론이 이미 형성돼 있는 만큼 급격한 자금 유출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11월 대선까지 시간이 꽤 남아 있어 트럼프 당선을 확정할 수는 없지만, 당분간 트럼프 트레이드를 강하게 반영하려는 경향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미국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부각되는 점은 채권시장 변동성을 단기적으로 키울 수 있다(그래프1 참조). 6월 말 TV 토론회 이후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권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 또한 일시적으로 변동성을 키우며 금리 상승 압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집권할 경우 과거 정권에서 시행했던 정책을 반복하는 가운데 재정 확장 정책에 따라 미국채 시장에서 공급 우위 압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6월 말~7월 초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5%에 근접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그래프2 참조). 이전까지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5%를 상회한 배경에는 미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 약화와 인상 우려 등이 작용했는데, 통화정책이 아닌 재정정책에 대한 우려로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5%를 상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부각될 때마다 미국채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이때 미국 대선 변수보다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인하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금융시장에 반영되고 있지만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2%에 도달하기 전 금리인하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6월 생산자물가가 다시 반등한 점 등을 고려하면 9월 연준의 금리인하 현실화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추가적인 고용시장 둔화 등은 금리인하를 확신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에서 미국채 금리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보다 앞서는 금리인하 변수, 9월 현실화 가능성

    그렇다면 트럼프 트레이드가 외환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달러화의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은 있다. 트럼프의 감세 계획과 관세 부과 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해 시장금리 상승과 미국달러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가져올 정치·경제 불확실성에 초점을 맞출 경우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높아지고, 미국달러화는 안전자산 수요 유입 측면에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이미 6월 말 트럼프와 바이든의 TV 토론 이후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달러 상승 압력이 높아진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의 물가 상승이 둔화되면서 9월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지자 미국달러화는 추가 상승이 제약되며 소폭 하락세로 전환됐다. 미국달러화가 트럼프 당선 가능성보다 연준 통화정책 변화에 좀 더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미국 대선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트럼프 피격 이슈가 3분기 미국달러화의 방향성을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 3분기에는 미국의 물가 둔화 및 실물 지표 둔화에 따라 연준이 9월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미국달러화는 시장금리와 더불어 완만한 하락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대선과 트럼프 관련 이슈는 4분기 대선 영향권에 진입한 이후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따른 정치·경제 불확실성과 시장 변동성 확대 등이 안전자산 선호 경향을 높일 경우 미국달러화는 추가 하락이 제한되면서 소폭 반등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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