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6

..

달 탐사도 이제 자율주행차 시대

美 NASA, 인튜이티브 머신스 등 민간우주 기업 3곳 예비 선정

  •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입력2024-04-22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달탐사 차량(Lunar Terrain Vehicle·LTV)을 개발하고자 민간우주 기업 중 인튜이티브 머신스, 루나 아웃포스트, 벤투리 아스트로랩을 예비 선정했다. NASA는 이 3곳을 통해 1년간 예비 설계 시스템을 개발한 뒤 한 업체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최종 선정된 업체는 2030년 NASA의 달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우주비행사들이 달 표면을 이동하고 탐사할 때 사용할 차량 개발을 맡게 된다. 5년간 개발과 10년간 달에서 운영을 포함한 이번 LTV 개발 프로젝트 규모는 최대 46억 달러(약 6조3680억 원)에 달한다. NASA가 선정한 이 업체들은 달 환경에 적합한 특수 차량과 타이어 개발을 위해 보잉, 미쉐린, 노스럽 그러먼, 록히드마틴, GM, 굿이어 등과 협력해 개발을 시작했다.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달 표면을 주행하는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달탐사 차량 개념도. [인튜이티브 머신스 제공]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달 표면을 주행하는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달탐사 차량 개념도. [인튜이티브 머신스 제공]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최근 선정한 달탐사 차량 개발업체 중 한 곳인 루나 아웃포스트의 달탐사 차량 개념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최근 선정한 달탐사 차량 개발업체 중 한 곳인 루나 아웃포스트의 달탐사 차량 개념도.

    극한 달 환경에서 성능 유지해야

    제이컵 블리처 NASA 수석탐사연구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달에는 길이 전혀 없기 때문에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차량을 개발해야 한다”며 “LTV의 이동성은 달에 대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꿔줄 것”이라고 말했다.

    NASA가 개발하려는 차세대 LTV는 연료를 구할 수 없는 달의 특성상 전기나 차세대 연료 전지로 주행해야 달의 거친 지형을 쉽게 이동 가능하다. 시속 15㎞ 속도로 달릴 수 있고, 한 번 충전으로 우주비행사가 약 8시간 동안 주행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영하 170도에서 영상 130도 사이를 오가는 달남극의 극한 온도에서도 성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된다.

    특히 이번에 개발될 차량에는 전력 관리를 비롯해 자율주행, 통신,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 첨단기술이 탑재될 예정이다. 차량을 직접 운전하지 못하는 환경에서도 탐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자율주행과 원격조종 기능도 필요하다. LTV는 과학 장비, 로봇 팔, 탐사 도구를 장착해 잠재적인 착륙 지점을 정찰하고 샘플을 수집함으로써 유인 임무를 지원하게 된다. 우주비행사들은 이를 타고 달 표면을 이동하면서 현장 지질 연구, 샘플 수집 및 반환, 실험 배치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임무는 달이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했는지는 물론, 달과 태양의 상호작용 및 달 자원 등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데 필요하다. 인류가 처음 달탐사를 시도한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주비행사가 직접 달 위를 보행하며 탐사해야 했다. 그러나 육중한 우주복과 장비 때문에 보행 가능한 거리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1971년 아폴로 15호 우주비행사가 달에서 달탐사 차량을 운전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1971년 아폴로 15호 우주비행사가 달에서 달탐사 차량을 운전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1971년 아폴로 15호가 임무를 수행할 때 최초 LTV가 등장했다. GM과 록히드마틴 등이 개발한 초기 LTV는 아폴로 16호, 17호 임무를 연이어 수행하는 동안 30㎞에 달하는 달 지형을 횡단했으며, 최고속도는 시속 18㎞였다. 그러나 매 임무가 끝날 때면 차량도 폐기해야 할 만큼 내구성이 취약했다. 달에서 LTV 수명이 짧은 이유는 방사선과 중력장 같은 장벽 때문이다. 지구 대기와 자기장은 태양이나 우주선에서 방출되는 고에너지 입자를 막아주지만, 달에는 이러한 보호막이 없다. 또 달은 지구보다 훨씬 더 약한 중력장을 갖고 있어 차량 작동에도 미묘하게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달에서 운전은 일반 오프로드 주행과는 매우 다르다. 극한 환경에서 험난한 지형을 주행할 수 있는 전문 장비가 필요하다. 이에 전 세계 우주 관련 기관은 상업용 자동차 제조업체의 풍부한 경험을 활용해 내구성이 뛰어난 LTV를 설계하고 있다. 실제로 LTV의 구성 요소 대부분은 오늘날 자동차에 사용되는 기술에서 파생됐다고 볼 수 있다. 자율주행차의 카메라와 라이더, 모터, 휠, 서스펜션, 전기차의 충전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부품들로 차량 하부를 구성하고 상부는 달탐사를 위한 과학 장비로 채우게 된다.

    현대차·GM·도요타 등도 개발 나서

    대표적으로 자동차 기업 GM은 과거에도 NASA의 주도 아래 우주 기업인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LTV 개발을 추진했다. 앨런 웩슬러 GM 전략혁신부문 수석부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GM은 1971년 아폴로 15호 우주비행사들을 위한 LTV 개발에 첨단기술과 엔지니어링을 적용해 역사를 만든 바 있다”며 “지속적인 협력 개발로 다시 한 번 달을 탐험하는 우주비행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요타는 재생 연료  전지가 탑재된 달탐사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도요타 제공]

    도요타는 재생 연료 전지가 탑재된 달탐사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도요타 제공]

    일본 닛산과 도요타 또한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LTV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닛산은 울퉁불퉁한 달 지형을 탐색하기 위해 전면·후면 전기모터를 통합한 LTV 시제품을 공개했으며, 도요타는 친환경 연료 전지로 구동하는 차량을 설계하고 있다. 도요타는 루나 크루저(Lunar Cruiser)라는 이름의 LTV를 공개했는데, 이 LTV는 지구와 유사한 중력의 ‘가압’ 차량이다. 도요타에 따르면 우주비행사들이 차량 내부에서 우주복을 착용할 필요가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 또 태양에너지와 물을 활용해 낮 시간에는 전기분해로 수소와 산소를 생산하고, 밤에는 연료 전지를 통해 전기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츠츠이 후미야 JAXA 게이트웨이 프로그램 관리자는 “유인 가압 LTV는 달을 주행하는 소형 우주선인 셈”이라며 “이동성과 거주성을 모두 제공해 우주비행사로 하여금 착륙 지점의 경계를 넘어 장기간 달 표면을 이동하고 탐색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협력해 2027년을 목표로 달 표면을 탐사할 수 있는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가 개발하는 LTV는 달 표면을 탐사하는 콘팩트한 크기의 자율주행차로, 자체 충전이 가능한 태양광 패널을 탑재할 예정이다. 달 표면의 극한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열 관리 및 방사선 차폐 장치, 금속 구동바퀴 등을 개발하고 있다.

    NASA는 향후 확장된 임무에 적합한 달 기지 건설을 추진하면서 더 넓은 활용도를 위한 LTV를 구상 하고 있다. 바로 전기로 움직이는 트럭과 미니밴 형태의 LTV다. 달탐사용 트럭은 바퀴 12개로 구동하는 픽업트럭 형태로, 수면 및 위생 시설을 갖춰 캠핑카와 유사한 차량이 될 전망이다. 우주비행사 2명이 최대 14일간 생활할 수 있다. 차량 프레임은 오프로드 경주용 트럭 엔지니어들과 협력해 개발 중이며, 사막 같은 험한 지형의 오프로드 코스를 시험주행하고 있다

    NASA가 개발 중인 트럭 형태의 달탐사 차량. [NASA 제공]

    NASA가 개발 중인 트럭 형태의 달탐사 차량. [NASA 제공]

    기존 전기차 활용 방안도 고려 중

    일각에서는 이미 시장에 출시된 전기차를 개조해 우주에서 사용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NASA 연구원들은 기존 전기차 섀시를 단순하게 만들고 개조한 설계 가능성에 관한 연구 내용을 미국 켁(Keck)우주과학연구소 보고서로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은 이 개조 차량을 달뿐 아니라, 화성에서도 활용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이 연구에 참여한 폴 나일스 NASA 존슨우주센터 행성과학자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을 통해 “상업용 자동차가 작동되는 기술과 동일한 기술을 활용해 우주에서 자율주행을 하고 장애물을 피해 다니도록 만드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론적으로 충분한 구성 요소들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 LTV를 설계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