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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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에도 저금리 유지하는 日, 엔화 약세 지속될까

달러/엔 환율 변동성 단기적 확대 가능성… 미국 통화정책이 관건

  • 김유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입력2023-08-2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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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행(BOJ)은 7월 2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단기금리를 동결하고 수익률곡선제어(Yield Curve Control·YCC) 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단기금리(당좌예금 정책금리 잔고)는 현 -0.1%,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 변동폭 상한은 0.5%로 유지하되, 시장 상황에 따라 이를 어느 정도 초과해도 용인하기로 한 것이다. YCC는 장기 국채 수익률 변동폭을 정해놓고 이를 넘어서면 일본은행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방식(지정가격 오퍼레이션)으로 시장에 개입해 국채 수익률을 유지하는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이다.

    장기금리 변동폭 ±0.5%에서 1%로 확대

    일본은행이 지난해 12월 YCC 정책을 일부 수정하면서 장기금리 변동폭을 ±0.25%에서 ±0.5%로 확대하고 올해 일본 소비자물가 및 임금 상승세가 이어진 이후 금융시장에서는 YCC 수정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따라서 이번 일본은행의 조치는 YCC 정책의 변동폭 수치를 명시적으로 조정하지는 않았지만 이전보다 유연하게 통화정책 대응을 해나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 같은 조치는 정책적인 대응 여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정책 변화에 따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일본은행의 의도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일본은행은 매 영업일에 실시하는 지정가격 오퍼레이션을 종전 0.5% 이율에서 1.0% 이율로 상향 수정했다. 즉 장기금리의 변동폭 ±0.5%가 목표지만 10년물 장기국채에 대해 1.0%(종전 0.5%) 이율로 매 영업일 지정가격 오퍼레이션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장기금리 변동폭이 0.5% 정도에서 1.0% 정도로 확대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은행이 이처럼 단기금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장기금리 운영정책에 일부 변화를 준 것은 지난해 12월 YCC 정책의 수정 배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완화적인 금융 환경을 유지하면서도 채권시장 기능 개선 및 원활한 수익률곡선 형성을 위한 조치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물가 및 임금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변화 요구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통화긴축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유로존도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을 내비친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후행적으로 통화정책에 변화를 줄 유인은 이전보다 약화됐다고 본다.



    특히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전망치가 수정된 내용을 살펴보면 올해 물가전망치(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는 종전 1.8%보다 높은 2.5%로 상향 조정됐지만 2024년 전망치는 4월 전망 때보다 오히려 낮은 1.9%로 0.1%p 하향 조정됐다. 인플레이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일본은행의 확신이 아직 약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성장 측면에서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3%로 종전보다 0.1%p 하향 조정하고, 내년도 성장 전망치는 1.2%에서 변화를 주지 않았다.

    이 같은 일본은행의 경제 전망치 수정 내용을 고려하면 이번 YCC 정책 변화는 성장이나 물가 대응 측면보다 일본 채권시장의 기능 저하와 이로 인한 금융 환경의 악영향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은행은 YCC 정책에 따라 10년물 기준으로 변동폭이 0.5%를 상회할 경우 국채 매입으로 금리상승 압력을 완화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일본은행이 보유한 채권 비중이 전체 국채의 50%를 이미 상회하는 만큼 추가적 개입은 일본 채권시장의 기능을 저하할 수 있다. 특히 회사채나 대출 등의 기준에서 국채금리가 중요한 기업금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높은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본의 물가 및 임금 상승세, 그리고 미국의 금리 오름세 등은 일본 국채금리 상승 압력을 수시로 높일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로 YCC 정책 변동폭에 유연함을 부여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정책 변화의 배경을 고려한다면 연내 YCC 정책 폐기 및 완화적인 정책 변경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 일본은 디플레이션(물가하락) 고통이 컸던 만큼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이나 성장 측면의 신뢰 제고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이며, 현 시점에서 하반기 글로벌 수요 회복이 아직 불안정함을 고려할 때 일본은행의 완화적인 정책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엔화 방향성, 미 국채금리 움직임에 강하게 연동

    7월 일본은행 통화정책회의가 진행되면서 달러/엔 환율은 138~141엔 사이에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으며, 현재 140엔 초중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그래프 참조). 통화정책회의 이전 엔화가 130엔 후반대로 달러 대비 강세를 보여 경계감이 높았음을 고려한다면 140엔 내외 흐름은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가 시장 예상에 부합한 수준이거나 우려보다 완화적 행보로 평가한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최근 엔화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다시 달러 대비 약세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결과를 놓고 당분간 다양한 전망과 평가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달러/엔 환율 변동성은 단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7월 일부 정책 변화 이후 완화적인 정책 변경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일본 내부적인 정책 요인이 엔화 방향성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보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통화정책 변화와 미 국채금리 움직임에 연동되는 흐름이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연준의 금리인상이 마무리됐다는 전망이 우세하나, 8월 중 연준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재부각되면서 엔화 약세 압력이 커질 여지가 있다. 6월에도 달러/엔 환율이 연준의 긴축 불확실성으로 급등한 바 있는데, 9월 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미국 정책금리 동결 전망이 약화될 경우 유사한 흐름이 다시 전개될 수 있다.

    물론 엔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돼 지난해처럼 엔화가 달러당 150엔에 근접할 경우 정부의 정책적 개입으로 속도 조절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여건을 고려할 때 달러/엔 환율은 3분기 중반 연준 통화긴축 불확실성이 재부각되면서 단기적으로 140엔 초중반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올해 말 달러/엔 환율은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보다 4분기 중반 이후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 등이 조성되면서 130엔 중반대로 다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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