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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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내 인생의 황당과 감동 사이’

  • 김보람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3년

    입력2009-02-11 14: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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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방학 동안 동아일보 인턴기자로 일하게 된 내게 매일 아침은 ‘잠과의 싸움’이었다. 할 일도 많고 잘 해내고 싶다는 의욕도 많아선지 인턴 기간의 하루 24시간은 내 인생 어느 때보다 빠듯한 느낌이었다.

    인턴 기간 중반기를 지난 어느 날 아침, 자명종 소리에 잠을 깨니 세상에, 벌써 오전 8시 반. 지각이 뻔했다. 분당 우리 집에서 출발하면 출근시간을 훌쩍 넘겨버릴 터였다. 9401번 버스를 급히 잡아탔고 피곤이 몰려오면서 이내 곤한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차가 서는 느낌에 잠을 깼다. 회사에 가려면 종로2가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데, 버스는 이미 종로2가를 지나쳐 광교에 이르렀다. 깜짝 놀라 황급히 내린 뒤 260번 버스로 갈아탔다. 교통카드를 카드 인식대에 찍는 순간, 내 머릿속까지 울리는 ‘삑’ 소리.

    “앗, 내 노트북~!”

    갈아타기 전 버스에 노트북컴퓨터 가방을 두고 내렸다는 사실이 갑자기 머리를 강타했다. 그게 어떤 노트북인데, 자그마치 석 달 동안 아르바이트한 끝에 구입한 신성한 노동의 대가인데….

    말 그대로 하늘이 노랬다. 일단 114에 전화를 걸어 버스회사 전화번호를 물었다. 그러나 노선번호만으로는 검색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화를 끊고 이번엔 031-1330을 눌렀다. 1330은 관광안내번호다. 노선번호를 대자, 대번에 버스회사 번호로 연결이 됐다. 회사 담당자에게 다짜고짜 10분 전, 광교 근처에 내린 버스를 좀 추적해달라고 부탁했다. 요즘 버스들은 위치 표시기를 장착하고 있어 내가 어느 버스를 탔는지 예측할 수 있다.

    달콤한 나의 도시
    전화기 저편에서 버스가 3대 정도로 좁혀진다며 연락을 기다리라는 희망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행히 노트북을 찾았다는 전화가 왔다. 6시간 후에야 분당에서 충정로로 배달된 내 애물단지. 누가 집어들고 갔으리라 생각한 노트북이 멀쩡히 ‘살아’ 돌아오다니. 아직은 양심적인 사람들이 더 많은 이곳. 여전히 내게는 ‘달콤한 나의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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