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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감독들의 ‘선수 길들이기’

농구감독들의 ‘선수 길들이기’

농구감독들의 ‘선수 길들이기’감독의 성격이 팀컬러를 결정짓는다? 프로농구에서 이같은 현상은 다른 종목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야구(9명), 축구(11명)와는 달리 농구는 5명만 코트에서 뛰기 때문에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기가 쉽다. 엔트리도 야구가 25명인 것에 비해 농구는 불과 12명.

선수 입장에서는 감독의 의중을 잘 파악해야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엔트리 12명에 들어갈 수 있다. 이른바 식스맨이라고 불리는 대체요원들도 코트에 나설 기회가 오면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를 보여주기 위해 필사적이다.

문제는 프로농구 10개팀 감독들의 스타일이 제각각인 것. 그래서 다른 팀으로 이적된 선수나 새 사령탑을 맞이한 팀의 선수들은 감독의 스타일을 새로 익히느라 고생한다.

감독들의 성격은 대략 △열혈남아형 △온순다감형 △젠틀맨형 △독존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감독들의 성격과 이들의 독특한 팀 운영법을 알아보자.



신선우(현대걸리버스) 박수교(기아엔터프라이즈) 김동광(삼성썬더스) 등이 대표주자.

82년 뉴델리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의 주역인 신감독은 성격이 급하기로 소문났다. 신감독은 경기 직후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급한 성격에 말을 잘 잇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경기 중 어이없는 실수가 나오면 아무리 스타선수라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곧바로 빼버린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급한 성격 때문에 나타날 수도 있는 문제점을 참모진의 보강으로 해결하고 있다.

현대가 프로농구에서 3연패를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신감독 중심의 분할책임제가 잘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가 2연패를 달성하던 98∼99시즌 신감독과 박종천, 임근배코치는 매일 아침 정기적으로 코칭스태프 미팅을 가졌다. 이 미팅의 기초자료는 박, 임코치가 팀과 선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기록한 두터운 노트. 신감독은 성실한 두 코치가 전해 준 자료를 근거로 해결책만 지시하면 됐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직접 나서 ‘성질’을 부릴 기회가 많지 않았다.

올 시즌에도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는 코칭스태프를 소폭 교체했다. 박종천코치가 자리를 지킨 가운데 플레잉코치로 유도훈, 지난 시즌까지 트레이너를 담당했던 김광을 부코치로 임명한 것. 분업체계가 더욱 철저해졌다.

박종천은 장신선수관리와 종합, 유도훈은 아직 코트에서 뛰는 이점을 살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또는 프런트와의 가교 역할 및 식스맨의 기량 담당을 맡았다. 김광 부코치는 항상 비디오 앞에 앉아 있다. 상대 팀 전술 분석과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그의 몫이다.

이렇게 각자 전문분야를 맡고 있지만 이들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매일 정기적으로 회의를 갖고 문제점을 공동으로 해결한다. 이것이 현대가 더욱 막강해진 배경이다.

프로농구 출범 직전 실업팀 현대의 감독대행을 맡았다가 올 시즌 기아 사령탑으로 첫 정식 감독이 된 박수교 기아감독. 신선우 현대감독과 연세대 동기동창인 그는 대학과 실업팀 현대에서 뛰던 현역시절 악바리로 소문났었다.

기아에 부임한 뒤 그의 일성은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 이전까지 기아는 합숙을 하는 다른 팀들과는 달리, 출퇴근이 가능한 유일한 농구팀이었다.

박감독이 기아에 와서 처음으로 한 일은 선수단을 이끌고 경북 의성의 구봉산으로 간 것. 9개의 봉우리가 있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구봉산은 산악체력훈련장으로 소문난 곳. 이곳에서 선수들은 새벽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루에 4차례씩 산악훈련을 받았다. 이런 강훈련이 단 한번에 끝난 것도 아니다. 기아는 비시즌 동안 세 차례나 구봉산을 찾았다.

노장들이 많은 기아선수들이지만 신임 박수교감독에게 반항 한번 하질 못했다. 한번 화를 내면 끝장을 내고 만다는, 그의 불같은 성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기아에서 감독과 코치를 역임한 뒤 지난 시즌 중반 SK나이츠 감독으로 부임한 최인선감독은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항상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그가 가장 곤혹스러웠던 때는 기아감독 시절 ‘농구천재’허재와의 갈등. 연습에 충실하지 않던 허재와 성실성을 최고로 치는 최감독 사이에는 항상 긴장감이 감돌았다. 결국은 허재가 팀을 바꿔달라며 뛰쳐나갔고 최감독도 더이상 기아에 몸담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허재(1억7500만원)보다 연봉이 더 많은 서장훈(2억2000만원)과 현주엽(1억8000만원·최근 골드뱅크로 이적)이 버티고 있는 SK에서 최인선감독이 버틸 수 있는 비결은 뭘까.

그것은 바로 그의 장점인 다정다감. 최감독은 시즌 전 시범경기를 치를 때 밤마다 현주엽에게 소주팩 두 개씩을 건네줬다. 술을 좋아하는 현주엽에게 음주는 허용하되 체력에 문제가 될 정도로 과음하지는 말라는 메시지.

감독으로부터 이런 대우를 처음 받아본 현주엽은 최감독의 마음에 감동,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올 시즌 첫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것은 물론 가드 출신이 아니면서 어시스트 부문 3위에 오를 정도로 팀플레이에 충실하다.

신세기 빅스의 유재학감독도 온순다감하기론 둘째 가라면 서러운 케이스. 현재 36세로 유일한 30대 감독인 그는 선수들에게 감독이라기보다는 형님으로 여겨질 정도로 선수들 개개인에게 마음을 터놓고 있다. 대우에서 신세기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맞이한 첫 시즌에서 최하위를 달려 “미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할 정도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유감독은 훈련은 강하게 시켜도 선수 탓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심판에게 어필할 때도 정중한 태도를 지켜 심판 사이에서도 매너 1위로 꼽힌다.

50대 감독인 최종규(삼보엑써스) 김인건(SBS스타스)은 ‘코트의 신사’로 통한다. 최감독은 대우 총감독으로 있던 97∼98시즌 감독들이 심판판정에 빈번하게 거센 항의를 하자 ‘감독들이 먼저 자중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발표문을 내기도 했다.

77년부터 96년까지 실업 명문 삼성전자 감독을 지내는 동안 잡음 한번 일으키지 않았던 김인건감독도 자타가 공인하는 젠틀맨이다.

● 독존형

아시아 최고의 슈터로 군림했던 이충희 LG세이커스감독이 대표적. 양희승 오성식 외에 스타급이 없는 LG에서 ‘슛도사’이감독의 카리스마는 대단하다. 그는 평소에도 독설에 가까운 언사로 사람들로부터 시기를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내가 현대 같은 멤버만 가지고 있으면 승률 100%를 자신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다르다. 감독이 지시한 사항은 무슨 일이 있어도 완수하려 한다. 이렇기 때문에 강력한 트랩을 쓰는 LG 수비농구가 빛을 보고 있다.

이감독의 독존을 모나지 않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있다. 방열 기술고문이다. 당대 최고의 농구이론가로 알려진 방고문의 충고는 이감독에게 더할 나위 없는 영양분이 되고 있다.

용병도 길들이기 나름

현대 기아, 기싸움으로 장악 … LG 동양은 칙사대접했다 실패


팀당 2명씩밖에 없지만 프로농구에서 전력의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외국인선수들. 이들의 활용도에 따라 팀 성적이 좌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0개팀이 용병을 다루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현대는 97시즌 8개팀 중 7위에서 97∼98시즌 챔피언에 올랐다. 이는 컴퓨터가드 이상민의 가세와 조니 맥도웰과 제이 웹이라는 걸출한 두 명의 용병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현대는 초반에 용병들과의 기싸움에서 확실히 이겼다. 안하무인격인 이들은 한국에 오자마자 꼭 필요한 물건만 사라고 보낸 대형마트에서 산더미처럼 물건을 산 뒤 구단에 비용을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구단측은 숙소에서 이들의 짐을 모두 꾸려 밖에 내놓고 미국으로 돌아가라고 ‘엄포’를 놓았다. 잘못했다고 싹싹 빈 두 용병은 그후 코트에서도 감독 지시에 고분고분 따르는 순한 양이 되었다.

반면 초반 용병들과의 기싸움에서 실패한 팀은 기아. 원년 드래프트 1순위로 뽑힌 클리프 리드는 발군의 실력으로 팀을 세 시즌 동안 모두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구단측이 오냐오냐 해준 것이 문제였다. 지난 시즌 리드는 꾀병을 부려 한 경기에서 단 1득점에 그치기도 했다. 결국 기아는 올 시즌 용병을 모두 물갈이했다. 박수교 신임감독의 지론은 ‘용병의 토종화’. 기아용병들은 국내선수와 똑같은 밥상을 받는다. 이것도 기싸움의 일종이다.

LG와 동양은 줄행랑친 용병들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

LG는 지난 시즌 득점랭킹 1위 버나드 블런트가 미국 현지에서 결혼하자 감독과 부단장이 태평양을 건너가 참석할 정도로 지극정성으로 용병을 대했다. 결과는 블런트의 야반도주.

동양도 지난해 발군의 실력을 보인 콜버트에게 애로점이 없느냐고 항상 물을 정도로 애정을 표시했다. 그러나 그는 훌쩍 떠나버려 32연패라는 치욕을 팀에 안겨줬다.




주간동아 216호 (p9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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