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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모델이 정답? ‘답정너’ 中國夢을 어이할꼬

[조경란의 21세기 중국] 서구 좌파 오리엔탈리스트 마오쩌둥·덩샤오핑 성과 무비판 수용

  •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중국 모델이 정답? ‘답정너’ 中國夢을 어이할꼬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중국 학생들. [GETTYIMAGES]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중국 학생들. [GETTYIMAGES]

중국은 잠들어 있을 때나, 지금처럼 ‘굴기’할 때나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세계인은 중국의 성장을 도처에서 목도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20세기에 이어 21세기에도 중국이 큰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 밖에서 중국을 비하하거나, 반대로 중국을 마냥 이상화하는 지식인 집단이 꾸준히 존재하는 것은 그래서다. 필자는 편의상 전자의 사조를 ‘우파 오리엔탈리즘’, 후자를 ‘좌파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부르겠다. 두 조류의 공통점은 중국의 명확한 현실에 근거한 인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전문가는 대부분 두 진영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 참된 연구자는 자료가 말하는 대로 중국을 보려는 귀납적 태도를 취한다. 반면 좌파든, 우파든 오리엔탈리스트는 먼저 자기만의 중국상을 만들고 거기에다 현실을 끼워 맞춘다.

‘부강중국’에서 ‘문명중국’으로

10년 전만 해도 중국 내부는 물론, 서양의 좌파 지식인 중에는 향후 서양 중심주의의 대안으로 중국 문명을 꼽는 경우가 적잖았다. 기본적으로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에 주목한 태도다. 이러한 문명론적 시각은 결과적으로 중국을 신비시하고 이상적 존재로 그려 오리엔탈리즘을 강화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중국 지식인의 주요 화두가 ‘부강중국’에서 ‘문명중국’으로 옮겨간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를 ‘추격모델’에서 ‘역전모델’로 이동으로 해석한다. 왕후이(汪暉) 중국 칭화대 교수와 간양(甘陽) 칭화대 신아서원 원장 등 신좌파는 중국 현대성을 서양과 다른 ‘중국적 요소’로 새롭게 해석한다. 중국 경제발전을 신자유주의 모델 도입의 결과로 해석한다면 사회적 폐단도 손쉽게 서양 탓으로 돌릴 수 있다. 반면 경제 굴기의 성과도 ‘중국이 서양 모델을 따른 덕’으로 해석되는 딜레마에 빠진다. 신좌파는 G2 부상이 중국 고유 모델의 성공이라고 보고 싶어 한다.

이러한 태도는 서양의 일부 좌파 지식인의 사고와 일맥상통한다. 영국 언론인 마틴 자크의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과 미국·영국의 중국 관련 싱크탱크에서 일한 마크 레너드의 ‘중국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등 저서는 중국의 부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동시에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경우 그 모델은 서양과 다를 것이라고 낙관한다. ‘종속이론’으로 유명한 브로델 학파의 안드레 군더 프랑크도 저서 ‘리오리엔트’에서 “유럽의 근대가 중국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됐다”며 오늘날 중국 부상을 당연시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역시 중국의 경제적 성공 요인을 특유의 아시아적 모델에서 찾았다. 중국의 재부상이 미국 헤게모니를 대체해 여러 난제에 해답을 줄 것이라고 본 사회학자 조반니 아리기, 중국식 국가발전 모델 ‘베이징 컨센서스’를 제안한 미국 언론인 조슈아 라모도 비슷한 태도를 보인다.

이들은 서양 중심주의를 극복할 대안으로 중국 문명에 주목한다. 중국 경제성장이 고유의 문명적 특성과 직접 연관됐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을 벨기에 중국학자 시몽 레이스는 ‘인스턴트 중국학’이라고 부른다. 서양에서 중국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이상화하는 이들로 인해 ‘중국 혁명’은 지속되고 새로운 신화만 생겨나고 있다. 인스턴트 중국 연구자가 목소리를 높일수록 중국에선 “중국은 특수하다”는 태도, 더 나아가 중국이 세계에 새로운 국가발전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중국모델론’이 비등한다.

중국 지식인 ‘셀프 오리엔탈리즘’

68혁명 당시 유럽 대학 캠퍼스에 나붙은 마오쩌둥 중국 주석
초상화. [GETTYIMAGES]

68혁명 당시 유럽 대학 캠퍼스에 나붙은 마오쩌둥 중국 주석 초상화. [GETTYIMAGES]

서양 좌파의 낙관적 중국 문명론은 분석·탐색의 결과가 아닌, 호불호에 따른 막연한 ‘예측’으로 보인다. 좌파 오리엔탈리스트의 중국관은 중국 자본주의 성장에 대한 경탄, 신좌파 특유의 민족주의적 전망에 근거한 경우가 적잖다. 오늘날 중국 지식인 사회의 첨예한 논쟁에 어두운 것도 사실이다. 중국 굴기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엄존한다. 지속적인 자연 파괴, 공산당의 구조적 부정·부패, 엄청난 빈부격차, 사회윤리 붕괴 등이다.



좌파 지식인이 중국 경제발전의 성과만 상찬하는 일견 모순적 현상, 그 배경은 무엇일까. 그들이 중국 문명에서 서양 근대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본원적으로 중국을 분석과 탐색 대상으로 냉철하게 보지 못한다. 기존 우파뿐 아니라 좌파 오리엔탈리스트도 동양(중국)을 ‘그곳(there)’으로서 막연히 바라본다. 좌파 지식인에게 중요한 것은 서양의 대안인 이상화된 중국이지, 현실이 아니다. 서양 중심주의를 극복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오리엔탈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좌파 오리엔탈리즘은 중국 지식인의 국수주의를 강화한다. 특히 중국 신좌파는 서양 지성계의 좌파 오리엔탈리즘이 갖는 권위로 자기주장을 강화한다. 중국 신좌파가 서양 근대성을 비판한다는 명목으로 오리엔탈리즘을 국수주의·민족주의적으로 전유하는 것. 중국 지식인이 도리어 오리엔탈리즘을 강화하는 ‘셀프 좌파-오리엔탈리즘’을 양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주장하는 대안적 근대의 실체는 있는가. 중국 신좌파가 주장하는 중국모델론의 핵심은 “마오쩌둥·덩샤오핑 두 지도자의 집권 60년 동안 중국 사회주의 실험이 경제발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폭력적 산업화 과정에 대한 반성 없이 경제발전 과실만 주목한 태도다. 오늘날 중국이 비판하는 서양의 근대 경험과 다를 바 없다. 서양 중심주의를 비판한다면서 다시 서양 중심주의에 빠지는 모순이다. 서유럽 열강과 미국을 ‘제국주의’라고 비난하면서도 바로 그 위치에 중국이 서고자 하는 욕망이기도 하다.

오늘날 중국의 가장 큰 문제는 서양 민주주의·자본주의의 대안을 인문학적으로 성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학문이란 자기성찰의 과정이다. 사실관계를 좀 더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목적이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중국문명론은 학문이 아닌 ‘예언자의 계시’에 가까워 보인다. 최근 중국에 관심을 갖는 좌파 오리엔탈리스트는 대부분 중국 전문가가 아니다. 서양 자본주의 모델의 대안을 찾다 중국이라는 타자를 발견한 것에 가깝다. 대안적 정치·경제 모델을 드디어 찾았다는, 혹은 찾아야 한다는 희망·욕망 탓에 가치판단이 앞서기 쉽다. 냉철한 학문적 분석이 아닌, 예언·예측 차원에서 중국을 바라볼 개연성이 높다.

자기성찰 없는 ‘중국’ 허상

‘오리엔탈리즘’ 저자 에드워드 사이드. [위키피디아]

‘오리엔탈리즘’ 저자 에드워드 사이드. [위키피디아]

결론을 이미 정해놓은 예언과도 같은 중국론이 범람하는 가운데 주목할 지식인이 있다. 바로 천핑위안(陳平原) 중국 베이징대 중문과 교수다. 그는 “이상이 아닌 현실 속 중국을 직시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미국학자가 ‘타자’로서 동양의 존재를 토론하고 동양의 가치와 독립성을 인정하며 유럽 중심주의를 비판하는 사고방식과, 현재 동양에서 생활하는 중국과 일본 학자의 사고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오리엔탈리즘 문제를 토론하면 서양 학자를 모방하고 추종하는 것밖에 안 된다.”

천핑위안의 지적은 서양 좌파 오리엔탈리즘을 그대로 받아들여 셀프 오리엔탈리즘을 만들어낸 중국 지식인을 겨냥한 것이다. 서양 오리엔탈리즘을 비판적으로 토론하지 않는 이상 동양의 자기인식은 불가능하다는 통렬한 비판으로 읽힌다. 이제 중국은 G2를 자처한다. 타자가 중국의 신비성·특수성을 강조하는 것은 결코 환영할 일이 아님을 중국 지식인이 깨달아야 한다. 객관적·비판적으로 자기정체성을 묻지 않는 이상 진짜 ‘중국’도, ‘중국 모델’도 허상에 그칠 수 있다.

조경란은…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인문정책특별위원회 위원. 중국현대사상 · 동아시아 사상 전공. 홍콩중문대 방문학자 · 베이징대 인문사회과학연구원 초빙교수 역임. 저서로는 ‘현대 중국 지식인 지도 : 신좌파·자유주의 · 신유가’ ‘20세기 중국 지식의 탄생 : 전통 · 근대 · 혁명으로 본 라이벌 사상가’ ‘국가, 유학, 지식인 : 현대 중국의 보수주의와 민족주의’ 등이 있다.





주간동아 1305호 (p52~54)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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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16호

202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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