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4

..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 ‘보석 퀸’

  • 전화식 / 다큐멘터리 사진가 utocom@kornet.net

    입력2003-02-27 13:4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  ‘보석 퀸’

    다이아몬드 상점 내부 모습.

    다이아몬드의 어원은 그리스어 ‘아마다스(Amadas)’다. ‘영원한 사랑’ 또는 ‘정복할 수 없음’이라는 뜻이다. ‘정복할 수 없음’은 15세기까지 오직 왕들만이 힘과 용기, 그리고 천하무적의 상징으로 다이아몬드를 착용할 수 있었던 것에서 유래한다. 반면 ‘영원한 사랑’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큐피드에서 유래한다. 그의 화살 끝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데, 그곳에서 신비한 사랑의 마력이 뿜어져 나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다이아몬드가 여성들이 선망하는 보석 1순위가 된 것은 15세기 오스트리아의 맥시밀리언 공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맥시밀리언 공은 자신의 연인인 메리에게 어떻게 청혼할 것인지를 고민하다 친구이자 자문역을 맡은 빌헬름 모롤틴거 박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모롤틴거 박사는 “공의 권력을 감안해볼 때 다이아몬드가 있는 반지세트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대답했고, 맥시밀리언 공은 친구의 제안에 따랐다. 다이아몬드에 반해서일까. 메리는 그의 사랑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다이아몬드 박물관 가볼 만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  ‘보석 퀸’

    다이아몬드 상점. 도시 발상지인 스텐성이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위 부터)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을 맘껏 느껴보고 싶다면 유럽의 작은 나라 벨기에를 찾을 일이다. 수도 브뤼셀에서 북쪽 네덜란드 방향으로 난 고속도로를 따라 승용차로 40여분 달리면 벨기에 제2의 도시이자 다이아몬드 도시로도 유명한 안트베르펜에 도착하게 된다. 동화 ‘플랜더스의 개’의 무대이기도 한 이 도시의 다이아몬드 세공 기술은 오래 전부터 그 명성이 자자하다.

    얼마 전 이 안트베르펜 시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의 다이아몬드 절도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적이 있다. 다이아몬드센터 지하 보관실에 저장돼 있는 160개 금고 중 123개가 감쪽같이 털렸다는 것. 이번 사건은 다이아몬드센터 역사상 최대의 도난 사건으로 기록됐다.



    각양각색의 다이아몬드 상점들이 즐비한 안트베르펜 거리는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항상 붐빈다. 이곳에서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은 역시 다이아몬드 주립박물관. 다이아몬드 원석은 물론, 옛날 왕궁에서 사용하던 다이아몬드에서부터 현대의 가공 기술로 아름답게 변신한 다이아몬드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다이아몬드를 연마하는 기술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안트베르펜. 이곳이 다이아몬드 가공의 선두주자로 자리하게 된 데에는 종교적인 배경이 있다.

    예부터 유럽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식민지에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채석하여 본국으로 가져와 가공했는데, 이 때문에 16세기 무렵에는 스페인 등지에서 가공산업이 발달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 가공산업의 핵심이었던 유대인들이 구교도들의 종교개혁을 피해 벨기에의 안트베르펜이나 네덜란드 등지로 삶의 터전을 옮겨오면서 자연스럽게 다이아몬드 산업의 축도 이동하였던 것이다.

    다이아몬드 가공의 첫단계는 원석을 자르는 커팅 과정.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광물질인 금강석을 자르는 데는 1분에 6000번 회전하는 칼날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모양 잡기. 여기에는 다이아몬드 가루가 필요한데, 마찰력을 이용해 모양을 가다듬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칼날 위에 올리브 기름과 다이아몬드 가루를 함께 발라 모양을 낸 다음 마지막으로 광택 과정을 거치면 아름다운 보석 다이아몬드가 완성된다.

    상상을 초월하는 다이아몬드 가격은 바로 이 가공 과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다이아몬드는 가공하는 과정에서 약 55%가 가루로 변해버리기 때문에 최소한 2배 이상 크기의 원석이 필요하다고 한다. 즉 1캐럿의 다이아몬드가 탄생하려면 2캐럿의 다이아몬드 원석이 필요한 것.

    뿐만 아니라 원석 가운데 20% 가량만 상품화되고 나머지 80%는 공업용으로 사용되는 데다, 통상적으로 1캐럿의 다이아몬드 한 개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25t의 자갈과 바위를 캐내는 어렵고 힘든 작업을 거쳐야 한다.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  ‘보석 퀸’

    다이아몬드 공방.

    안트베르펜은 다이아몬드 거래의 세계적인 중심지로 세계 다이아몬드의 50%가 이곳에서 연마된다. 안트베르펜에는 네 곳의 다이아몬드 거래소가 있는데, 특히 중앙역 근처에 세 곳이 몰려 있다.

    중앙역 지하의 프레 메트로역 이름까지도 ‘다이아몬드 역’일 정도다. 중앙역 근처의 다이아몬드 주립박물관에서는 다이아몬드의 역사와 원산지 설명과 함께 19세기 안트베르펜의 다이아몬드 연마공장 모습, 다이아몬드를 사용한 장식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결정하는 캐럿(Carat), 커트(Cut), 색(Colour), 투명도(Clarity) 등 네 가지 요소(4C)를 상세히 설명해주고, 연마 과정도 보여주며 직접 판매도 한다. 4C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으로, 다이아몬드는 무조건 크다고 해서 값비싼 것이 아니라 이 4요소를 다 만족시켜야 최상급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먼저 4C의 첫번째 기준인 캐럿은 다이아몬드의 무게 단위(1carat= 0.2g)다. 두 번째 요소는 쉽게 말해 원형에 가까울수록 값어치가 나간다는 의미다. 색상은 푸른색이 선명할수록 상등품으로 인정받고 흰색, 노란색의 순으로 값어치가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투명도는 잡티의 크기나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

    약 99%의 탄소덩어리가 지하 200∼800km에 이르는 지층에서 수십억년 동안 고온·고압의 상태에 있으면서 탄생하는 다이아몬드. 인류에게, 특히 여성들에게 독점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다이아몬드의 마력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다이아몬드를 손에 들고 “아름답다!”를 연발하게 되는 데는 과연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일까. 그 비밀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직접 안트베르펜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