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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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에 대비하는 3가지 키워드

‘핵심’에 집중하고, ‘작은 것’의 가치를 생각하며, 투자는 ‘글로벌’하게

  •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입력2015-08-31 14: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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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절벽에 대비하는 3가지 키워드
    자산시장의 미래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인구 문제다. 특히 부동산시장에 대한 전망, 그중에서도 비관론에 서 있는 사람들이 논거로 제시하는 것도 인구 관련 통계다. 논지는 간단하다. ‘노인 인구가 늘고, 생산가능인구는 줄며, 부양하는 사람보다 부양받는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에서 부동산시장은 활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최근에는 부동산시장을 넘어 한국 경제의 ‘인구절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구절벽이란 인구통계 전문가 해리 덴트가 만든 용어로 소비지출이 가장 많은 45~49세 연령대의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 성장이 서서히 둔화하고, 특히 소비가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급감하는 것을 ‘절벽’에 빗대어 표현한 것. 국내에서 인구절벽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이유는 3년 뒤인 2018년부터 우리나라도 인구절벽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2010)에 따르면, 45~49세 인구가 2018년 436만2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감소세를 기록할 전망이다(그래프 참조). 덴트의 주장대로라면 한국은 몇 걸음만 더 걸으면 인구절벽에 도달한다.

    핵심 소비층 급감과 불황

    핵심 소비층이 감소하는 인구절벽이 시작되면 경제는 침체 국면에 빠진다. 먼저 소비가 줄어든다. 은퇴 시점이 되면 ‘현역’ 시절에 비해 소비를 줄이게 마련이다. 소비가 줄면 내수 경기가 어려워지고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 내수 불황에 빠지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자산시장에 미치는 충격이다. 제2차 세계대전(우리나라는 6·25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노후생활비 마련을 위해 자산을 처분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받아줄 후배세대가 인구수나 자산 축적 면에서 베이비붐 세대보다 취약하다. 팔려는 사람은 많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적어지면 자산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소비와 더불어 자산시장도 장기 침체에 빠져들게 된다.

    시장이 회복되는 시점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식세대가 경제 주역으로 부상할 때다. 덴트는 “베이비부머의 자식세대인 에코세대가 다시 자산 소유 계층으로 등장하는 시점까지 경제는 위기 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구구조를 통한 분석은 매우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제공한다. 인구구조와 소비는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유력한 모델 가운데 하나다. 얼마 전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우리나라의 경험을 설명하는 데도 유용하다. 1953년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만818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62년 동안 420배나 증가했다(해방 직후는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1953년을 기준으로 비교). 인구수도 2배 넘게 늘었다. 한 번 생각해보라. 70년 동안 소득이 420배나 늘고 인구도 2배 넘게 증가한 사회에서 부동산 같은 자산시장이 그에 비례해 급성장하지 않는 게 비정상일 것이다.

    최근 일부에서는 2018년 인구절벽이 오기 전이 자산을 처분할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한다. 덴트의 인구절벽론을 옹호하는 시각이다. 반론도 있다. 덴트의 시각이 일국(一國) 중심이라는 것이다. 경제의 글로벌화와 통합이 과거에 비해 더욱 진전된 점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장기투자이론의 권위자인 제레미 시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다. 시겔 교수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가들의 생산성 증가가 고령화의 파괴적 영향력을 상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신흥국가들은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을 어딘가에 써야 한다. 시겔 교수는 “개발도상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들은 자신의 브랜드, 경영, 마케팅, 기술 노하우에 필요한 미국, 유럽 국가, 일본의 자산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얘기한다. 시겔 교수 주장의 핵심은 신흥국가들이 상품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선진국의 자산을 사들이는 방식이 고령화의 부정적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시겔 교수는 ‘글로벌 해법’이라고 부른다.

    인구절벽이 오면 한국 자산시장이 어두운 터널 속에 놓이게 될지는 속단하기 어렵지만, 인구구조 변화가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많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파국적인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쉽지 않다. 부동산시장만 하더라도 단지 인구통계적 요소만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또한 선진국 대부분은 60대 이상의 자가(自家) 보유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나이 들어 월세나 전세살이를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인구절벽에 대비하는 3가지 키워드
    삶의 단위가 작아진다

    인구절벽에 대비하는 3가지 키워드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에서 내수보다 수출의 영향이 더 크다. 세계 경제가 좋아진다면 대외 노출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일차적으로 수혜를 볼 수도 있다. 대외 환경이 경제와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해선 안 된다.

    인구절벽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라 의사결정을 할 수도 없지만 인구 변수의 부정적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위험하다. 따라서 최악을 생각하면서 최악이 아닌 상황도 고려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핵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을 예로 들면, 가급적 도심을 떠나지 않는 것이 좋다. 병원과 쇼핑시설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직장과의 인접성이 높은 도심은 고령인구가 많아지더라도 수요가 꾸준할 수밖에 없다. 먹고, 아프면 치료하고, 생계를 위해 일하러 가는 것은 삶의 기본 중 기본이기 때문이다. 고성장·고속·젊은 경제에서는 ‘큰 것’을 추구했다면, 저성장·감속·늙은 경제에서는 ‘내실 있는 작은 것’을 추구해야 한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데서 볼 수 있듯이 삶의 단위가 작아지고 있다. 주택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자산의 글로벌 분산은 필수적이다. 인구절벽이라는 재앙이 현실화한다면 모든 것을 현금화하거나 자산을 해외에 분산투자해놓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많지 않다. 설령 인구절벽의 부정적 영향이 적더라도 지금 같은 저성장시대에 해외투자를 하지 않고서는 기대 수익률을 높일 수 없다. 인구절벽에 대한 논의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 가운데 하나는 투자 시계(視界)의 지평을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하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구절벽이라는 힘겨운 과제와 싸우기 위해 우리는 3가지 키워드를 무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것은 ‘핵심’ ‘작은 것’ ‘글로벌’이다. 핵심에 집중하고, 작은 것의 가치를 생각하며, 사고와 투자를 글로벌 차원으로 넓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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