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8

2015.03.09

시험대에 오른 ‘야신’의 마법

FA 투수 3명 영입해 전력 보강…김성근 감독의 한화 가을야구까지 가나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lkh@naver.com

    입력2015-03-09 13: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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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대에 오른 ‘야신’의 마법

    김성근 감독 취임 이후 한화 이글스 선수들은 “예년에 비해 3배 이상 훈련했다”고 말한다.

    2002년 마해영의 동점 3점 홈런, 이승엽의 끝내기 역전포로 6차전에서 승리하며 삼성에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안긴 김응용 감독은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려운 승부였다. 야구의 신과 싸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야구의 신’, 패장에 대한 승장의 최고 예우가 담긴 표현이었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내가 야구의 신처럼 대단한 상대를 이겼다’는 강한 자부심도 느껴졌다.

    당시 승리로 한국시리즈 열 번째 우승을 달성한 김응용 감독이 말한 ‘야구의 신’은 LG 김성근 감독이었다. 모두가 삼성의 압도적인 우위를 예상했지만 6차전까지 이어지는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6차전 극적인 홈런 2방이 아니었다면 7차전에서는 투수진을 아낀 LG가 더 유리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2002년의 뜨거운 승부가 그렇게 끝났지만 당시 김성근 감독을 ‘야구의 신’, 혹은 줄임말인 ‘야신’으로 부른 이는 많지 않았다.

    김응용 감독과의 질긴 인연



    LG 구단 경영진과 갈등이 깊었던 김성근 감독은 크게 뒤처진 전력을 극복하며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우승만큼 값진 성과를 이뤘지만 재계약에 실패한다. 최고 야구 이론가라는 점에 이견이 없고 팀 재건의 달인이기도 하지만 우승까지는 어려운 사령탑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또 하나, 몇 차례 반복된 프런트와의 갈등도 영향을 끼치면서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김성근 감독은 전국을 돌며 학생 선수들을 가르쳤다. 2005년 이승엽이 있던 일본 지바 롯데의 타격 인스트럭터를 맡았고 능력을 인정받아 순회 코치, 정식 코치가 된다. 그리고 2007년 아끼던 제자 조범현 감독이 물러난 SK 감독직을 맡아 현장에 복귀한다.

    이후 2007, 2008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2009년 준우승, 2010년 우승으로 SK 전성기를 이끌었고, 야구팬들 사이에서 ‘야신’으로 통했다. 2011시즌 도중 재계약 문제, 그동안 프런트와 쌓인 갈등이 겹쳐 시즌 종료 후 자진사퇴 선언에 이은 경질로 SK를 떠났다. 첫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를 맡아 큰 실패를 겪은 선수들을 다시 프로무대로 이끌면서 김성근 감독에 대한 팬들의 박수와 사랑은 더 커졌다.

    그사이 2010년 12월 삼성 구단 사장에서 물러난 김응용 감독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2012년 가을 한화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한다. 그러나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다. 지난 2년간 류현진(LA 다저스)의 해외 진출 등 전력 악화 요인이 있었지만 정근우, 이용규라는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출신 타자들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영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그리고 한화의 선택은 퇴임한 김응용 감독이 2002년 “야구의 신과 싸우는 것 같았다”고 했던 김성근 감독이었다.

    겨우내 한화 스프링캠프에서 수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일본 고치현과 오키나와현 캠프에는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삼성만큼이나 많은 취재진이 찾았다. 그리고 휴식 없는 강훈련, 흙투성이가 된 선수들 유니폼이 사진기사로 보도됐다. 많은 야구팬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는 최다 우승 사령탑인 김응용 감독도 실패한 한화에서 김성근 감독이 어떤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 높은 관심을 보인다.

    밖에서 보기에는 당장 훈련 방식이 달라졌기에 팀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 과연 김성근 감독은 최하위 한화를 중위권, 그리고 포스트시즌으로 이끌 수 있을까. 일부 야구인, 전문가조차 “진짜 야구의 신인지 아닌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말을 한다.

    팀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선수 대부분이 “예년에 비해 3배 이상 훈련했다”고 말했다. 체력이 좋아졌고 정신적으로도 강해졌다. 그러나 야구는 주전선수 2~3명의 큰 발전이나 각성으로 성적이 갑자기 좋아질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그동안 한화의 큰 약점이던 수비, 득점 능력, 주루 등에서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시즌 때 재평가가 이뤄질 부분이다.

    시험대에 오른 ‘야신’의 마법

    한화 이글스는 김성근 감독 취임 이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송은범, 배영수, 권혁 등 투수 3명을 영입했다.

    FA 영입에 대한 엇갈린 시선

    김성근 감독은 감독 취임 이후 팀 전력에 대해 날이 선, 그리고 냉정한 평가를 했다. 2007년 SK 감독을 맡았을 때도 3년 전 기적 같은 준우승을 이끈 팀 전력을 싸늘하게 비판했다. 새 감독으로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는 발언이기도 하지만 섭섭함을 느끼는 이가 나올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비판의 목소리도 따른다. 한 야구인은 “SK에서는 전임 감독이 만들어놓은 유망주들이 그 후 얼마나 잘해줬나. 한화에도 김응용 감독이 찾은 선수들이 꽤 있다. 감독이 두 번 바뀌면서 미래의 감독 후보로 꼽히던 코치진도 대폭 정리됐다. 새 감독에게는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리그 상황도 한화에 나쁘지 않다. 신생팀 kt가 쉼 없는 마라톤 같은 장기 레이스 144경기의 출발선에 있다. 한화로서는 분명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는 새 시즌이다. 반면 김성근 감독의 취임과 3명의 FA 영입으로 이제 팬들 눈높이는 탈꼴찌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 부담스럽다. 최소 중위권 도약,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바라보고 있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 취임 이후 FA 시장에서 투수 3명을 영입했다. 배영수, 송은범, 권혁. 5년 전 이 세 투수를 한꺼번에 영입한 팀은 단숨에 4강 전력을 갖췄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다 3명 모두 최근 큰 부진을 겪었고 FA 시장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FA 3명은 2015년 김성근 감독과 한화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송은범에 대해 리그 정상급 우완 투수로 꼽히던 SK 시절보다 “오히려 더 좋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아직 기복은 있다”고 덧붙였다. 배영수와 권혁은 아직 원하는 만큼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FA는 돈만 지급한다고 끝이 아니다. 유망주를 보상선수로 내줘야 하고, 같은 포지션의 2군 선수들에게 큰 상실감을 주기도 한다. 그만큼 단기적인 성적 압박이 팀과 선수 개인에게 급하다. 한 야구인은 “FA 3명으로 김성근 감독은 핑계가 없어졌다. 2년간 한화가 영입한 FA만 5명이다. ‘선수 없다’는 말 대신 진짜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대표적인 2015시즌 한화 긍정론자다. “5강에 올라 포스트시즌에 오를 수 있는 전력”이라고 말한다. FA 영입으로 투수진이 보강됐고, 김성근 감독 특유의 끈질긴 승부가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반면 부정론자도 다수 존재한다. 다만 원로 감독에게 실례가 될까 많은 전문가가 말을 아낀다. 한 베테랑 해설가는 “냉정하게 말해 배영수, 권혁, 송은범은 이제 팀 에이스를 맡을 수 있는 구위를 가진 투수가 아니다. 김성근 감독은 외국인 투수도 5회 이전에 가차 없이 교체하는데, 다혈질로 유명한 셰인 유먼이 과연 이를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개성 강한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은 이미 캠프에서 김 감독과 삐거덕거리고 있다. 이용규의 회복도 완전치 않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에는 힘든 전력이다. 최악의 경우 KIA, kt와 하위권에서 경쟁할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김성근 감독 본인은 부상에 대한 걱정이 크다. 구체적인 목표를 묻는 질문이 이어지고 있지만 “마무리 훈련부터 스프링캠프까지 주전선수가 동시에 훈련한 적이 없다. 캠프에서 부상당한 선수가 많아 아쉬움이 크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답으로 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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