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8

2015.03.09

통쾌한 메시지에 후련한 액션 활극

뮤지컬 ‘로빈훗’

  • 구희언 주간동아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5-03-09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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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쾌한 메시지에 후련한 액션 활극
    뮤지컬 ‘삼총사’와 ‘잭 더 리퍼’는 흥행에 성공한 뮤지컬이자 뮤지컬 제작사 엠뮤지컬아트의 ‘효자 상품’이다. 물론 다른 작품도 많이 선보였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이 두 작품은 수차례 재공연하면서도 식지 않는 인기를 보여줬다. 이제 이 리스트에 한 작품을 더 추가해도 좋을 것 같다. 뮤지컬 ‘로빈훗’이다.

    2005년 독일에서 초연된 뮤지컬 ‘로빈훗’이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의 손을 거쳐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로빈 후드는 영국 민담에 등장하는 의적으로 영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에서 선보인 캐릭터. 부자를 약탈해 가난한 이를 돕는 의적 이야기는 어느 나라에나 있다. 이 작품에서는 로빈 후드가 불의에 맞서 적통 왕위 계승자인 필립 왕세자를 돕는 영웅으로 나온다.

    ‘삼총사’의 유머코드와 활기에 ‘잭 더 리퍼’의 비극적 스토리를 더하고 거기에 사회적 메시지까지 넣으면 ‘로빈훗’이 된다. 로빈 후드 역은 엄기준, 유준상, 이건명이, 필립 왕세자 역 은 슈퍼주니어 규현, 비스트 양요섭, 박성환이 맡았다. 배우 대다수가 ‘삼총사’ ‘조로’ ‘잭 더 리퍼’ 등 엠뮤지컬아트의 전작에서 주연을 맡았기에 언뜻언뜻 전작 이미지가 겹친다. ‘삼총사’에서 정의로운 다르타냥 역을 맡았던 박진우가 이번 작품에서는 악하고 욕망에 충실한 길버트로 연기 변신에 성공해 호평받고 있다.

    적재적소에 꽂히는 베테랑 배우들의 유머 못지않게 무대에 자주 꽂히는 게 화살이다. 로빈 후드가 쏜 화살이 정확한 위치에 꽂히면 관객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이 장면의 비밀은 공압실린더와 스태프의 수작업. 로빈 후드가 활시위를 당기면 나무에서 화살이 튀어나옴과 동시에 활에서 화살이 사라져 영화 같은 장면이 완성된다. 포로의 머리 위로 연달아 화살이 꽂히는 장면에서는 스태프가 사인에 맞춰 나무 안에서 화살을 밀어낸다.

    극 중 민중의 분노가 극에 달한 건 존 왕과 길버트의 과도한 세금 징수 때문이다. 담뱃세가 오르고 연말정산 폭풍이 끝난 뒤여서인지 “뜻 모를 세금이 너무 많아요!”라는 대사가 유독 와 닿는다. 로빈 후드 역의 유준상은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여야 국회의원들이 작품을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프레스콜 영상 인터뷰에서도 “빈말이 아니라 현재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는 작품이다. 다 같이 보면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껴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좋은 왕이 되고 싶거든 정치를 잘하는 놈들에게 정치를 맡기고, 세상 이치를 잘 아는 놈에게 법을 만들게 하고, 정직한 놈에게 권력을 줘라! 우리는 나라를 흔들고 권력을 갖고 싶은 게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사람처럼 살 수 있다는 희망이다. 그것만 빼앗지 마라.”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필립 왕세자에게 로빈 후드가 하는 충고다. 이 말을 가슴에 새겨야 할 건 비단 필립 왕세자만은 아닐 것이다.

    3월 29일까지,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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