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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안갯속 노사정 전쟁

3월 노동시장 대격변 오나

통상임금, 근로시간, 정년 연장…사안마다 핵폭탄급 파괴력, 대타협 가능할까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3월 노동시장 대격변 오나

3월 노동시장 대격변 오나

2014년 9월 청와대에서 만난 박근혜 대통령과 노사정대표. 왼쪽부터 김대환 경제사회 발전노사정 위원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직무대행, 윤상직 산업 통상자원부 장관, 박 대통령,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김동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시간이 많지 않은데 노사정(노동계, 경영계, 정부)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이해타산을 따지면 아무 일도 안 된다. 각자 다소 희생하더라도 이번엔 반드시 노동시장 구조를 바꾸겠다는 절실함을 가져야 한다. 노사정이 이 관점을 공유할 수 있느냐 여부가 대타협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센터 소장의 목소리에선 말 그대로 ‘절실함’이 묻어나왔다. 그는 “지금 구조는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미 산업계 곳곳에서 파열음이 이는 상태다. 최근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대형 사업장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그중 하나다. 1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현대자동차(현대차) 노동조합이 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 인정 범위를 확대하라며 낸 소송에서 사실상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에 따라 현대차는 수조 원대의 추가비용 부담을 덜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여전히 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금호타이어 등 여러 기업 노사가 통상임금 문제를 놓고 법정에서 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통상임금의 인정 범위에 대해 판시했지만, 관련 소송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더 늦기 전에 이 문제에 대한 정책적 정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상자기사 참조).

휴일근로가 주간(週間) 연장근로에 해당하는가 하는 문제도 우리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이슈로 꼽힌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기준근로시간은 40시간이다. 근로자는 이 외에 주간 연장근로로 12시간을 더 일할 수 있다. 문제는 주당 2일씩 있는 휴일에 하는 근로가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휴일근로수당 청구소송 러시



그동안 정부는 휴일근로를 별도로 봐서 하루 8시간씩 총 16시간의 추가근로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근로자는 최대 68시간까지 일할 수 있었고, 이때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휴일근로 할증 50%를 더한 수당을 받았다.

그런데 2009년 경기 성남시청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휴일근로도 주간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는 점을 확인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1, 2심 모두 승소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 판결에 따를 경우 휴일근로 역시 연장근로 한도(12시간) 내에서만 허용돼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줄게 된다. 이를 초과해서는 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향후 기업의 노무관리와 근로자 임금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존에 해온 휴일근로에 대한 수당액도 달라진다. 휴일근로면서 주간 연장근로에 해당할 경우 법정 할증이 100%(휴일근로 할증 50%+주간 연장근로 할증 50%)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즉 지금까지 휴일근로수당으로 임금의 1.5배를 받아온 근로자가 실제로는 2배를 받았어야 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성남시와 환경미화원의 소송은 올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대법원이 1, 2심과 동일하게 판결할 경우 통상임금 못지않은 후폭풍이 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금채권은 청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3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달리 말하면 3년 이내에는 얼마든지 지급을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홍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월 23일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근로시간 제한 입법론’관련 논문에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3년간의 법정수당에 대해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소송을 내는 소송 러시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의 통상임금 소송 러시처럼 퇴직자들뿐 아니라 재직자들까지 소송을 내면 노사관계 안정이 훼손되고 노사 협력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상임금이 뭐기에

통상임금은 각종 법정 수당을 정하는 기준임금이다. 통상임금이 오르면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이 따라 오른다. 예를 들어 시급통상임금이 1만 원인 근로자가 12시간 연장근로를 할 경우 18만 원(통상시급 12만 원, 연장근로수당 6만 원)을 받게 된다. 문제는 통상임금의 범위가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1988년 노동부가 내놓은 지침에 따르면 기본급은 통상임금이지만 생활보조적·복리후생적 급여는 통상임금이 아니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이를 기준 삼아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기본급을 고정한 채 상여금·복리후생비 등 각종 수당을 만들었다. 임금 총액은 올리되 수당 부담을 낮춘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임금 체계는 매우 기형적인 구조를 갖게 됐다. 근로자들도 노동 대가를 정당하게 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우리나라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노동자는 매달 소정근로시간(167.2시간) 노동으로 300만 원(정액급여+특별급여)을 받고, 초과근로시간(12.8시간) 노동으로 18만 원(초과급여)을 받는다.

이를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하면 소정근로시간 시급은 1만8000원인 반면, 초과근로시간 시급은 1만4000원이다. 초과근로시간 시급이 소정근로시간 시급의 0.8배 수준인 셈이다. 역시 김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5인 이상 10인 미만 사업장의 초과근로수당 지급률(초과근로시간 시급÷소정근로시간 시급×100)은 97%인 데 비해 300인 이상 사업장은 64%로, 상여금 지급률이 높은 대기업일수록 장시간 노동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이득이다. 그는 “이것이 바로 한국 기업이 장시간 노동 체제를 선호한 이유”라며 “통상임금 문제를 풀어야 근로시간 단축 문제도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법원은 통상임금 범위를 놓고 노사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통상임금의 폭을 노동부 지침보다 폭넓게 인정했다. 이에 따라 관련 소송이 이어졌다. 2013년 12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후 관련 소송은 봇물을 이루기 시작했다. 임금인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100인 이상 사업체(978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금구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2년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298만 원. 구성내역은 기본급 171만 원, 통상수당 29만 원, 기타수당 20만 원, 초과급여 26만 원, 고정상여금 35만 원, 변동상여금 17만 원이다. 이 명세에서 통상임금을 ‘기본급+통상수당’(200만 원)에서 ‘기본급+통상수당+고정상여금’(235만 원)으로 변경하면, 초과급여가 26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증가하고, 임금총액은 298만 원에서 302만 원으로 4만 원(1.5%) 늘어난다.

다만 대법원이 이 판결에서 근로자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위반했을 때는 체불임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을 단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 판결일 전에 노사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합의해 임금 조건으로 정했을 경우, 추가 임금 때문에 회사 존립이 위태로울 만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정년 연장, 약이냐 독이냐

3월 노동시장 대격변 오나

2014년 12월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년 60세 시대’에 대한 공개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임금 체계 개편, 장년 고용 활성화 등을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 60세 연장 문제도 산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2013년 4월 국회에서 통과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기업 근로자의 정년이 60세로 연장된다. 2017년부터는 300인 미만 사업장과 중앙, 지방자치단체 정부기관 등에서도 단계적으로 근로자 정년이 연장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 법이 정년 연장으로 초래될 기업의 인건비 증가에 대한 대책은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 노사 합의에 따라 임금 체계를 개편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게 전부다.

이 때문에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일정 연령 이상부터 급여를 깎는 이른바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둘러싼 개별 기업 노사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장의 혼란을 막으려면 가능한 한 빨리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연공(年功) 중심으로 형성돼 근속연수가 길어질수록 급여가 오르는 현행 임금 체계를 직무능력 중심으로 바꾸는 보다 큰 틀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런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정년연장이 오히려 명예퇴직과 정리해고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정년 연장 문제는 모두 각각 단일 이슈로도 우리 산업계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으며, 이미 막대한 사회적 혼란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빠른 시간 내에 관련 입법 등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정부는 이 문제들을 노사와 정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정책 협의체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에서 풀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9월 노사정위 산하에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특위)를 구성했고, 12월 23일에는 특위에서의 집중 논의를 통해 3월 말까지 이 3가지 사안에 대한 노사정 합의를 이뤄내겠다고 발표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센터 소장은 “3월 말에 합의안이 나와도 후속작업과 입법예고 등의 행정절차를 감안하면 8, 9월은 돼야 국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게 된다. 이 시한은 총선 정국이 시작돼 정치 논의가 합리적 토론을 삼켜버리기 전 관련 논의를 마무리 지으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사실상의 마지노선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중구조 해결책 필요해

그러나 과연 노사정의 이 ‘약속’이 지켜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심하는 시선이 많다. 정책 방향에 따라 기업에 막대한 추가비용이 발생하거나 근로자의 임금이 하락할 수 있어 양자가 첨예하게 맞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참에 논의 범위의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사이의 막대한 임금격차, 이른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고용노동부가 2013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기업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100) 기준으로 대기업 비정규직의 임금은 66 수준이다. 중소기업 정규직은 54,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7에 불과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통상임금, 근로시간, 정년 연장 등은 모두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관련 이슈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해결이 오히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악화할 수 있다”며 “노동구조 개선을 위한 좀 더 본질적이고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인터뷰 l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나눠먹기식 패키지 딜은 금물, 사회안전망 구축하는 큰 그림 그려야”


3월 노동시장 대격변 오나
“현재 불거지고 있는 각종 노동 관련 문제의 해결책은 3가지다. 첫째, 임금을 명확하게 하는 것. 둘째, 한국적 현실을 고려한 새로운 임금 구조를 만드는 것. 셋째, 고용 형태의 신분화를 막는 것이다. 이 3가지를 중심에 두면 복잡한 듯 보이는 문제가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는 명쾌했다. 학계에서 손꼽히는 노동법 전문가인 그는 통상임금과 휴일근로수당 등에 대해 사회적 혼란이 발생한 원인을 “임금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근로자들은 이미 월급명세서에 효도수당으로 찍히든 체력단련비로 찍히든 매달 들어오는 돈이 총액으로 자신의 월급이라고 여겨왔다. 이걸 아닌 척 눈 가리고 아웅 한 게 현재 통상임금 관련 소송 러시의 출발점이다.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입법이다. 근로자가 몇 시간 일하면 얼마를 받을지 알 수 있도록 정부가 임금 체계를 단순화하고 정확한 계산 공식을 마련해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해선 “현행 연공급 임금 체계에 기반을 두고 새로운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사회보장제도가 불완전한 한국 사회에서 중·장년 직장인은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돈이 드는 한국적 현실을 무시한 채 연공급 임금 체계를 폐기하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서구식 직무급 임금 체계를 도입하되 연공급 임금 체계와 조화를 이루게 하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가 강조한 것은 사회 전반에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준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하도급 노동자든 동일한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고용 형태가 하나의 신분처럼 고착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권 교수는 이런 방향의 개혁을 이끄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정부의 자세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지금 노사 관련 현안을 해결해야 경제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고도 공공연하게 말한다. 하지만 이 문제를 곧바로 경제성장과 연결 짓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노사관계는 사회질서, 사회안정 같은 좀 더 크고 중대한 부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도 기획재정부보다는 고용노동부가 주도권을 갖고 사회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노동구조 개혁 문제를 풀어가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노사 양측에도 “패키지 딜은 안 된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논의 과정에서 각각의 유불리를 따질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이번 현대자동차 판결로 통상임금 문제에서는 사용자가 이니셔티브를 갖게 될 것이다. 반면 정년 연장 부분에서는 근로자 쪽에 이니셔티브가 있다. 문제는 이를 무기로 행사하거나, 주고받기식 ‘패키지 딜’로 털어내려 하는 것”이라며 “다소 시간이 걸릴지라도 궁극적으로 사회 안정에 도움이 되는, 지속가능하고 선진화한 노동구조를 만드는 게 지금 노사정 모두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15.01.26 973호 (p22~25)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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