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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우리 아이 어디에 맡기죠?”

어린이집 폭력 사태 … 허술한 제도 어디부터 개선해야 하나

  • 김지현 객원기자 koreanazalea@naver.com

“우리 아이 어디에 맡기죠?”

“우리 아이 어디에 맡기죠?”
‘천사’라고 믿었던 교사는 악마였다. 1월 14일 공개된 인천 A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영상에 국민은 분노했고 엄마들은 울었다. 네 살 여아는 김치를 남겼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머리를 맞고 바닥에 나자빠졌다. 가해자 양모(33·여) 씨의 말은 경악스러웠다. “아이를 사랑해서 그랬다.”

2014년 12월에는 인천 B어린이집에서 교사 권모(48·여) 씨가 두 살 남아를 수차례 들어 올렸다 바닥으로 내쳤다. 아이는 전치 2주와 정신과 치료 3개월 진단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보육교사가 통학차량에서 어린이를 안고 내리다 비틀거려 아이가 차창에 머리를 부딪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해 보니 교사는 아침에 소주를 마시고 출근하는 만성 알코올중독자였다.

보육업계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어린이집 아동 학대가 그동안 공공연히 행해졌다는 증거다. 아이를 사랑으로 감싸야 할 어린이집은 왜 무자비한 폭력의 공간이 됐나. 무능한 교사, 열악한 업무환경, 어린이집 평가인증제의 허술함이 빚어낸 참혹한 결과다.



인증 어린이집 82.3%가 ‘90점 이상’



문제의 첫 번째 원인은 보육교사 자격증 남발이다.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은 온라인으로 아동학 관련 과목 16개를 듣고 어린이집에서 한 달간 실습하면 딸 수 있다. 하지만 교사 소양과 인성을 엄격하게 평가하는 시스템이 없어 온라인 강의를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며 시간만 때우는 경우도 많다. 이런 식으로 지난해 말까지 배출된 보육교사가 103만 명. 합격률은 98~99%로 ‘돈 내고 시간만 때우면’ 따는 자격증이나 다름없다.

2급 보육교사가 3년 이상 일하면 1급, 여기서 3년 경력이 더 쌓이면 민간어린이집 원장 자격이 주어진다. 가해자 양씨도 1년 반 동안 온라인 강의를 듣고 2급 보육교사 자격증을 땄고 3년 후 1급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한 구립어린이집 원장 윤모(45·여) 씨는 원내 조리사가 보육교사 자격증을 편법으로 따려 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2급 자격증을 따려면 보육 실습이 필요한데, 한 조리사가 일은 주방에서 하면서 실습 교사명단에 이름을 올려달라는 거예요. ‘그렇게는 안 된다’고 했더니 ‘다른 어린이집에서는 해준다던데 왜 여기는 안 해주냐’고 화내더군요. 보육교사 자질을 만만하게 보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요.”

보육교사들은 “우리 이야기도 들어달라”고 외친다. 열악한 업무환경으로 교사의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이는 아동에 대한 냉대와 무관심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민간어린이집 교사 천모(30·여) 씨는 “폭력은 물론 잘못이다. 하지만 엄청난 노동량을 감당하면서 아이 하나 하나에게 사랑을 쏟는 건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교사 한 명이 아이 15명을 아침 8시부터 12시간 동안 맡아요. 화장실 30초 다녀오는 데도 교실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마음이 쿵쾅거리고요. 점심시간에 병원 가는 건 사치예요. 그러니 아이 모두를 살갑게 대할 수가 없죠.”

보육교사 관련 인터넷 사이트 키드키즈(www.kidkids.net)에 최근 올라온 글도 보육업계의 현실을 반영한다.

‘사무실 의자가 부족해 유아용 의자에 앉아 일하면 허리가 끊어질 지경이다. 노동 착취 수준의 엄청난 잡무와 청소도…. 교사로서 실력을 기르고 다음 날 수업 준비에 충실한다는 건 꿈같은 이야기일까?’

신입 보육교사 월급은 약 120만 원. 초과근무수당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학부모들은 “정부가 어린이집 평가를 제대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는 2005년부터 시행됐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대부분 청결이나 안전 요소 등 시설에 관한 항목이고 교사 인성을 평가하는 기준은 거의 없다.

평가 점수도 턱없이 후하다. 전국 어린이집 4만3752곳 중 인증을 받은 3만2555곳의 점수 분포는 100점 만점에 95점 이상~100점 46.1%, 90점 이상~95점 미만 36.2%이다. 인증된 어린이집의 82.3%가 90점 이상이라는 터무니없는 결과다. 인천 A어린이집도 지난해 평가인증에서 95.36점을 받았다.

일부 교사는 “평가인증을 믿지 마라”고 말한다. 천씨는 “심사관이 방문하는 현장 평가일 2주 전부터 밤을 새워 전에 없던 교구를 만들고 시설을 정비한다. 예산이 없는 어린이집은 다른 어린이집에서 교구나 교재를 빌려다가 전시해놓고 인증이 끝나면 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단 하루 시행되는 현장 평가는 전체 점수의 55%를 차지한다.



대책 수립 나선 정부 ‘언 발에 오줌 누기’

“우리 아이 어디에 맡기죠?”
정부와 공공기관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육진흥원은 새로운 평가인증제를 수립하고 올 상반기 시범사업을 할 예정이다. 새 인증제에는 아동학대 예방에 대한 지표가 추가됐다. ‘어린이집 체벌 금지’ ‘영유아 학대 예방 교육 의무 실시’ 등이다. 이로써 기존 평가 항목 70개는 300여 개로 세분화됐다.

보육교사 자격제도도 개편하기로 했다. 지난 한 해만 7800여 명이 배출된 3급 보육교사의 배출을 제한하고, 보육 실습 이수 시간을 확대하며, 자격증 취득 전 보육교사로서의 인성·적성을 검사하는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다.

아동 학대를 감시하는 CCTV도 늘릴 방침이다. 현재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은 전국 어린이집의 약 21%인 9081곳이다. 먼저 정부와 새누리당은 A어린이집 사건 직후 모든 어린이집의 CCTV 설치 의무화 방안을 확정했고 처음에는 이에 부정적이던 새정치민주연합도 1월 22일 공식 찬성하는 당론을 밝혔다. 여야는 2월 2일 개회하는 임시국회에서 CCTV 설치 의무화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고, 이르면 3월 3일 본회의에서 입법이 완료돼 전체 어린이집에 적용될 전망이다.

하지만 보육업계는 정부 방침이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비판한다. 개편된 평가인증제의 경우 현재 70개 항목을 하루 만에 검사하기도 어려운데 300개를 처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보육교사 자격을 높이면 임금도 오를 수밖에 없는데, 현재 정부의 한정된 예산 지원을 받는 국공립어린이집이나 영리기관인 민간어린이집은 수준 높은 교사의 임금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CCTV 설치 역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천씨는 “CCTV가 없는 곳에서 학대가 지속되거나, 폭력이 일어난 후 CCTV로 적발하는 일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행이 일어난 A어린이집에도 CCTV가 있었다.

제경숙 경남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받는 돌봄과 교육 서비스에 대한 목표 및 수준을 사회가 합의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제 교수는 “학부모는 아이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교사가 해주길 바라고, 교사는 넘치는 노동량을 감당하지 못해 현장을 떠나는 현실이다. 그러니 실력 없는 교사가 새로 수혈되고 또 현장을 떠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아이에게 좋은 환경이 어떤 것인지를 진정성 있게 고민해야 교사의 근무 여건과 평가인증제 개선 문제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15.01.26 973호 (p32~33)

김지현 객원기자 koreanazal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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