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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인터뷰-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

“계파·지역주의 극복 못 하면 당 해체 위기”

출사표 같은 불출마 선언…‘전대혁명’ 통해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것 강조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계파·지역주의 극복 못 하면 당 해체 위기”

“계파·지역주의 극복 못 하면 당 해체 위기”
“총선, 대선 승리를 위해 분열이라는 악마와 싸우고, 좌절이라는 유령과 맞붙고, 과거의 환상을 부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이번 전당대회가 통합과 희망, 미래를 함께 녹여내는 혁명적 용광로가 되도록 미력이나마 힘을 다하겠습니다.”

출사표처럼 들리지만, 실은 불출마 선언 중 일부다. ‘빅3’ 가운데 하나로 새정치민주연합 유력 당권주자였던 정세균 의원(사진)은 2014년 12월 26일 ‘지리멸렬한 야당의 환골탈태’를 요구하며 2·8 전당대회(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 대신 정 의원은 ‘전대 지킴이’를 자임하고 있다.

“이번 전대는 우리 당이 국민 신뢰를 회복해 수권정당으로 거듭나느냐, 아니면 만년 야당에 머물 것이냐를 가르는 중대한 분기점입니다. 전대혁명을 이뤄 우리 당이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전대 지킴이’ 구실을 하겠습니다.”

당대표에 도전하는 대신 ‘전대 지킴이’로 당 재건에 앞장서겠다는 정 의원을 2014년 12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박지원, 문재인 어느 쪽도 지지 안 해



▼ 당대표로 당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는데, 오히려 ‘당의 환골탈태’를 주문하며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지금처럼 암담한 현실에 처하게 된 데는 무엇보다 정치의 책임이 큽니다. 특히 야당이 소임을 다하지 못해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책임 있는 한 사람으로서 국민과 당원에게 면목이 없었습니다. 세 사람(정세균, 박지원, 문재인)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원과 국민에게 더 큰 분열로 비쳐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당 안팎의 얘기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당이 새롭게 태어나려면 누군가 헌신해야 한다는 생각에 (불출마를) 결심했습니다.”

▼ 정 의원의 불출마에도 박지원, 문재인 두 의원은 출마를 강행했습니다.

“이번 전대는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대통령선거) 승리를 위해 통합의 계기가 돼야 합니다. 당이 분열하고 편 가르기를 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또다시 보여서는 우리 당에 미래가 없습니다.”

▼ 정 의원이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전대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새로운 후보가 등장할 수 있도록 (불출마로)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제 소임은 일단 끝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대신 이번 전대가 통합과 혁신의 용광로가 될 수 있도록 ‘전대 지킴이’가 될 생각입니다.”

경쟁에 뛰어든 후보는 선거 전략상 유불리를 따져 말과 행동에 제약을 받기 쉽다. 하지만 경쟁에서 벗어나면 정파와 지역, 지지 여부 등 이해관계를 떠나 누구든 만나서 당의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다. 정 의원은 “전대 기간 더 열심히 전국을 돌며 당원과 대의원, 국민을 만나 새정치연합의 통합과 희망, 미래를 얘기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밝혔다.

▼ 새정치연합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봅니까.

“우리 당이 구심력은 약한 반면, 계파와 지역으로 나뉘어 원심력이 더 크게 작용해온 결과입니다. 그래서 이번 전대가 특히 중요합니다. 또다시 당이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면 당이 해체 위기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당 해체’까지 언급하는 정 의원의 말 속에는 깊은 고뇌가 묻어났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이 처한 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도 성향의 정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새정치연합 당대표 경선은 호남 대 영남, 친노(친노무현) 대 비노(비노무현)의 태생적 분열상이 극대화하고 있다. 급기야 12월 31일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전대의 목적은 통합과 혁신이라는 것”이라며 “2·8 전대가 영호남, 친노-비노 등 지역주의와 계파주의 프레임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당대표 경선이 극한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당 밖에서는 범야권 재편 움직임까지 가시화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한 이후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국민모임’(국민모임)을 중심으로 새 정당을 창당하려 움직이기 시작한 것. 대선후보를 지낸 정동영 상임고문의 탈당설까지 나오면서 전대 이후 새정치연합이 내분에 그치지 않고 외분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권교체에 밀알이 되겠다”

▼ 새정치연합이 가장 시급하게 고쳐야 할 점이 무엇이라고 봅니까.

“계파·지역주의 극복 못 하면 당 해체 위기”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이 2014년 12월 26일 국회 새정치연합 당대표실에서 2·8 전당대회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과 재벌 총수의 황제적 경영이 문제로 지적되는 것처럼 정당 역시 지도부에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것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시도당과 지역위원회에 권한을 대폭 위임하고 당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죠. 그래야 우리 당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문성을 갖춘 젊은 엘리트를 영입해 당의 얼굴로 세워 면모를 일신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 의원은 새정치연합이 국민 지지를 회복하지 못하는 원인을 2012년 총선 때 공천 실패와 지난 7·30 재·보궐선거 공천 파동에서 찾았다.

“공천 혁명 없이는 다음 총선과 대선 승리도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과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제대로 된 상향식 공천이 필수적입니다.”

▼ 제대로 된 상향식 공천이라면….

“선거 직전에 반짝 모였다가 선거 후 뿔뿔이 흩어지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적 상향식 공천은 한계가 있습니다. 선거 때는 물론 평상시에도 당원으로서 묵묵히 제몫을 다한 당원이 중심이 된 상향식 공천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선거 후에도 당이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운영될 수 있습니다.”

▼ 앞으로 어떤 정치를 펴나갈 계획입니까.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선당후사’ 정신으로 정치를 해나갈 것입니다. 정당이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면 존립만 위태로운 것이 아니라 그 구성원에게도 미래가 열리지 않습니다. 2·8 전대는 누구를 당대표로 세우느냐 하는 기능적인 측면보다 우리 당이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느냐 하는 더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습니다. ‘전대 지킴이’로서 전대혁명을 촉발해 우리 당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제구실을 다할 생각입니다. 정세균 정치는 우리 당이 국민 신뢰를 회복한 다음의 문제입니다.”

정 의원은 전대 불출마를 선언하며 이렇게 말했다.

“국민과 당원에게 ‘변화’란 말은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았고, ‘혁신’을 얘기해도 갈등만 부추길 뿐이었다. 전대혁명을 통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자는 국민과 당원의 열망을 받들어 정권교체에 밀알이 되겠다.”

통합의 전대혁명을 위해 전대 불출마를 선택한 정 의원을 당원과 국민이 어떻게 평가할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970호 (p16~17)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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