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8

2014.12.22

잦은 실수, 위축 연주…그래도 멋진 피날레

파보 예르비&도이치 카머필하모니 내한공연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입력2014-12-22 1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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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잦은 실수, 위축 연주…그래도 멋진 피날레

    지휘자 파보 예르비.

    에스토니아 출신 미국 지휘자 파보 예르비가 이끄는 독일 브레멘의 오케스트라 도이치 카머필하모니(DKP)의 내한공연이 12월 4일 펼쳐졌다. 첫째 날(12월 1일) 공연은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나머지 공연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됐는데, 필자는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한 셋째 날(3일)을 제외하고 세 번의 공연을 참관했다.

    예르비와 DKP는 지난해 12월 첫 내한공연에서 베토벤 교향곡들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그 연주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했고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변화무쌍했다. 따라서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도 클 수밖에 없었다. 다만 필자는 기대만큼이나 호기심도 컸는데, 그들이 베토벤에서 보여준 연주 스타일이 과연 브람스에서도 통할지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첫날 대구 공연은 만족과 물음표를 동시에 안겨줬다. 예르비와 DKP의 연주는 역시 흥미진진했지만, 1부 ‘바이올린 협주곡’에서는 단원들이 시차 적응을 못 한 탓인지 의외의 실수가 적잖았고 2부 ‘교향곡 4번’은 지나치게 정력적인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의 쌉싸래한 음색과 예리한 기교, 참신한 표현은 출중했고, 협연자와 악단의 상성도 찰떡궁합이었다. 그리고 앙코르였던 3개의 ‘헝가리 무곡’에서는 지난해의 흥분이 온전히 되살아났다. 무엇보다 대구 공연은 1200석이 안 되는 공연장 규모 덕에 ‘체임버 오케스트라’인 이 악단의 음색과 사운드를 한층 생생하게 만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반면 서울 공연에서는 2500석이 넘는 광활한 공연장이 악단에게 어느 정도 부담으로 작용했던 듯하다. 특히 백건우가 협연한 둘째 날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 지휘자와 악단은 피아노 독주와 균형을 맞추는 데 애먹으면서 다소 위축된 듯한 연주로 일관했고, 마지막 날의 ‘교향곡 3번’에서는 지휘자의 해석과 공연장의 음향 조건이 상충해 적잖이 불안정한 연주를 들려줬다. 특히 ‘교향곡 3번’은 첫날의 ‘교향곡 4번’과 더불어 예르비 특유의 유동적이고 즉흥성이 다분한 접근법이 브람스 후기 교향곡에서는 아직 표현의 묘를 찾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잦은 실수, 위축 연주…그래도 멋진 피날레

    독일 브레멘의 오케스트라 도이치 카머필하모니.

    하지만 ‘교향곡 1번’과 ‘교향곡 2번’은 이 지휘자와 악단의 저력을 충분히 입증해 보인 호연이었다. 그중에서도 ‘교향곡 2번’은 악곡 특유의 유연한 흐름과 매 악구마다 다른 색채 및 표정을 부여하는 예르비의 멋진 솜씨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더없이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연주를 낳았다. 특히 마지막 악장에서는 이 악단 특유의 일사불란한 합주력과 지휘자의 감흥 충만한 지시가 최고 시너지를 올리면서 길었던 여정의 피날레를 후련하게 장식했다.

    한편 이번 내한공연의 하이라이트라면 크리스티안(바이올린)과 탄야(첼로) 테츨라프 남매가 협연자로 나선 마지막 날의 ‘2중 협주곡’을 꼽아야 할 것이다. 테츨라프 남매의 앙상블은 그야말로 한 치의 간극도 찾아볼 수 없었고, 특히 2악장에서 갈등을 넘어 화해로 나아가는 흐름을 사려 깊은 표현으로 대단히 설득력 있게 빚어냈다. 협연자, 지휘자, 악단 간 호흡도 더없이 훌륭했던 그 연주는 필자가 이제까지 접했던 동곡 실연 가운데 단연 으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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