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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北 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 진수, ‘두려움’이 오보 불렀다

한정된 첩보 자료만으로 기사 작성…위성사진 잘못 판정도 한몫

  • 이정훈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北 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 진수, ‘두려움’이 오보 불렀다

北 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 진수, ‘두려움’이 오보 불렀다

제2차 세계대전 버전인 로미오급 잠수함을 타고 수상항해를 하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북한은 낡은 로미오급을 대체할 새 잠수함이 없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 11월 2일 ‘연합뉴스’가 미국의 민간기관 자료를 인용해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신형 잠수함을 건조했다고 보도한 것을 놓고 논쟁이 붙었다. ‘검증이 안 된 과장된 오보’라는 주장과 ‘맞다’는 주장이 대립한 것. 북한에 가볼 수 없는 이들이 한정된 첩보만 갖고 다투게 됐으니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와 무엇이 다르랴.

우리 군은 잠수함의 모든 것을 공개한다. 신형을 진수하면 탑재 무장이 무엇인지까지 설명한다. 작전수명이 다해 퇴역하는 것도 밝힌다. 그러니 첩보위성이 없어도 북한은 우리의 잠수함 수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우리가 비밀로 하는 것은 우리 잠수함이 언제 어느 바다에서 어떤 작전을 하고 있느냐는 것뿐이다.

북한군이 운용하는 잠수함 척수는 혼란스럽다. 84척, 78척 등으로 다른 수치가 떠돌고 있다. 종류로는 로미오급, 위스키급, 상어급, 연어급, 유고급, P4급 등이 거론된다. 확인된 정보를 토대로 이 가운데 ‘유령’을 솎아내보자. 제일 먼저 사라지는 것이 위스키급이다. 너무 오래된 데다 부속도 없어 퇴역한 지 오래다. 그런데도 언론은 습관적으로 위스키급의 존재를 거론한다. 퇴역했더라도 기름칠을 하면 공격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작용한 탓이리라.

유고급과 P4급은 같은 것의 다른 이름이다. 그런데 이들도 오래됐기에 퇴역시키고 북한은 후속을 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연어급이다. 이렇게 솎아내면 로미오급, 상어급, 연어급만 남는다. 로미오급이 23척, 상어급이 38척, 연어급이 23척이니 도합 84척으로 알려졌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다. 세계 최고로 꼽히는 미 해군이 운용하는 잠수함이 66척이다.

북한이 세계 최다 잠수함 보유국으로 꼽히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통상 잠수함은 300t을 경계로 그보다 무거우면 잠수함, 가벼우면 잠수정으로 부른다. 잠수정은 사용처가 제한되고 사고도 잘 나기에, 잠수함 척수를 셀 때는 제외한다. 연어급은 130t이니 이를 제외하면 북한 잠수함은 61척이 된다.



북한은 세계 최다 잠수함 보유국

상어급은 325t인데, 현대 잠수함은 대부분 1000t이 넘는다. 그래서 이러한 잠수함은 잠수함이 아니라 ‘소형 잠수함’으로 분류한다. 소형 잠수함 역시 장거리 항해가 어렵고 사고가 잘 나기에 사라지는 추세다. 북한만이 예외다. 북한은 한국으로 공작원을 침투시키고자 연어급과 상어급을 계속 제작하고 있다. 그리고 의외의 전과도 올렸다.

이들도 자기 방어를 위해 어뢰를 2발씩 달고 있는데 2010년 연어급이 이 어뢰로 천안함을 격침했다고 국방부가 발표했다. 그러니 한국은 세계가 무시하는 연어급과 상어급도 반드시 집계하는 것이다. 서해 5도 가운데 백령도와 대청도는 북한 해군의 잠수함정을 배치해둔 평남 남포항에서 멀지 않으니, 그곳에서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수상함을 내보낼 때는 연어급과 상어급의 동향에 각별히 신경 쓴다.

북한의 진짜 잠수함인 로미오급도 낡을 대로 낡았다. 쉽게 설명하면 ‘제2차 세계대전’ 버전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잠수함은 수중(水中)보다 수상항해를 더 많이 했다. 수중항해는 적함을 따돌리고 도망갈 때만 주로 했다. 그 때문에 모양이 배에 가깝다. 속도도 수상항해를 할 때가 더 빠르다.

6월 16일자 북한 언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함남 신포시 마양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167군부대를 방문해 로미오급에 탑승한 사진을 게재했다. 그러나 이 잠수함이 잠항했다고는 하지 않았다. 수중항해는 위험할 수 있기에 세계 어떤 나라도 최고지도자를 태우고는 하지 않는다. 로미오급은 고물 중 고물이니 김정은을 태우고는 잠항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마양도 항구 안에서 수상항해를 하게 된 로미오급에 김정은을 태워 촬영한 것으로 본다.

로미오급은 원 제작국인 러시아는 물론이고 복제 제작한 중국에서도 단종(斷種)했다. 북한에서도 복제 생산을 했지만 최초 도입부터 따지면 40년이 넘었으니 부속을 만드는 기계의 부속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 기술을 반영한 새 잠수함을 만들거나 도입해야 하는데, 북한의 ‘주머니 사정’은 여의치 않다. 그리하여 택한 대안이 골프급 도입으로 보인다.

잠수함에 싣는 대지(對地) 공격 미사일은 순항과 탄도로 나눈다. 순항미사일은 크기가 어뢰 정도로 작기에 캡슐에 넣어 잠수함 전면부에 있는 수평발사관에 집어넣는다. 어뢰발사관을 둬야 하는 곳에 수평발사관을 두는 것이다. 이 캡슐은 상당한 부력을 갖고 있어 수평발사관에서 사출되면 빠르게 부상한다. 그리고 수면에 도달하는 순간 둘로 쪼개지면서 그 안에 있던 미사일이 자동 점화돼 표적으로 날아간다.

그러나 탄도미사일은 매우 커 어뢰발사관을 넣은 전면부에 수평설치를 하지 못한다. 잠수함 중간에 수직으로 세워야 한다. 보통 함교라고 하는, 잠수함에서 가장 높게 솟은 부분까지 이용해 탄도미사일 수직발사관을 설치한다. 그런데 골프급은 구식이라 탄도미사일을 캡슐에 담지 못했다. 물속에서는 탄도미사일을 점화할 수 없으니, 쏘려면 물 위로 부상해야 한다.

미사일을 쏘려고 부상한 잠수함은 적국 정찰위성에 바로 포착되니, 소련은 골프급 생산을 중단했다. 그리고 캡슐을 이용해 물속에서 탄도미사일을 쏘는 현대식 잠수함을 제작했다. 골프급은 당장 매물로 나왔는데 쓸모가 없어 구매자가 없었다. 북한이 유일하게 수입했다. 북한이 수입한 척수는 1~12척으로 알려졌다.

골프급 분해 부품 재활용 추정

北 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 진수, ‘두려움’이 오보 불렀다

북한 전문 정보사이트 ‘38노스’ 등이 공개한 최근 함경남도 신포항의 신형 잠수함 사진.

북한이 바란 점은 골프급을 분해해 잠수함 설계기술을 갖고, 여기서 나온 부품을 재활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민간기관이 밝힌 사진을 보면 길이 67m, 폭 6.6m로 판독되는 ‘못 보던 잠수함’이 신포항에 정박해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골프급을 분해해 얻은 기술로 북한이 만든 새 잠수함으로 본다. 이를 편의상 ‘신포급’으로 부르기로 하는데, 신포급은 길이가 로미오급(76.6m)보다 많이 작고, 우리의 손원일급(65m·1800t)과 비슷하다.

그런데 손원일급은 덩치가 작아 순항미사일은 실어도 탄도미사일은 탑재하지 못한다. 손원일급보다 더 크게 만들려는 차기 잠수함(3000t)도 탄도미사일을 싣지 못한다. 그렇다면 지금 발견된 신포급에 탄도미사일을 싣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데도 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을 진수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유는 신포항 인근의 지상(地上)에서 잠수함에 설치하는 수직발사관 같은 것을 미국 민간기관이 찾아냈기 때문이다.

본래 수직발사관은 지상에서 여러 번 시험발사를 한 후 잠수함에 탑재한다. 그렇다면 북한은 수직발사관을 만들어 지상시험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은 이것을 수직발사관이라고 발표한 적이 없다. 수직발사관으로 본 것은 미국의 민간기관이다. 미국 민간기관은 수직발사관의 높이는 보통 12m인데, 이 물체의 높이가 12m라며 이것을 수직발사관으로 판정했다.

그러나 판독가들에 따르면 위성사진은 위에서 촬영하기에 주변 물체와 대조하더라도 피사체 높이가 12m식으로 분명히 말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지상에 있는 이 물체가 시험 중인 수직발사관이라는 증거는 사라진다. 그리고 북한은 이것을 실을 잠수함도 건조하지 못하고 있다. 진수한 것은 우리의 손원일급과 비슷한 신포급뿐이다. 수직발사관으로 보이는 물체와 신포급 진수가 묘하게 맞물려 오보로 이어진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주간동아 2014.11.10 962호 (p56~57)

이정훈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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