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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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와 드럼으로 록 혁신 연주

로열 블러드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4-09-22 0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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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스와 드럼으로 록 혁신 연주

    영국 출신 2인조 밴드 로열 블러드.

    21세기 록은 뭔가를 덜어내는 시도를 통해 신선한 충격을 주곤 했다. 리드 기타와 베이스 기타(베이스), 드럼이라는 세 필수요소 중 베이스를 소거했던 화이트 스트라이프스, 예 예 예스 등이 대표적이었다. 키보드가 기타를 대신했던 킨, 벤 폴즈 파이브 같은 밴드도 있었다. 방법론적 측면에서 그들의 음악은 혁신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제한을 둠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아이디어를 채울 수 있었던 셈이다. 손을 쓸 수 없다는 핸디캡 덕에 신기에 가까운 발기술이 등장하는 축구 같은 경우가 아닐까.

    여기 또 하나의 혁신적 밴드가 등장했다. 영국 브라이턴 출신의 2인조 로열 블러드가 그들이다. 신인임에도 지난여름 글래스턴베리, 레딩 앤드 리즈 등 대형 페스티벌을 휩쓸었다. 밴드 구성이 먼저 눈에 띈다. 아무런 정보 없이 그들의 음악을 듣는다면 묵직한 기타가 사운드를 이끄는 전형적인 록밴드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로열 블러드에는 리드 기타가 없다. 베이스와 드럼 두 악기만으로 로열 블러드는 멋진 록을 만들어낸다. 흡사 스트라이커 없이 미드필더와 최후방 수비 라인만으로 승리를 이끄는 축구팀처럼 말이다.

    음악에서 베이스는 리듬과 멜로디의 중간 구실을 한다. 리듬에 맞춰 그루브를 만들고 코드의 근음(根音)을 짚음으로써 드럼과 리드 기타(혹은 키보드)를 중재한다. 저음역과 중음역 사이에 울림을 줌으로써 꽉 찬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악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베이스 파트를 소거하고 듣는 음악은 매우 허전하다. 화이트 스트라이프스나 예 예 예스의 경우도 리드 기타와 앰프의 톤을 조절해 베이스의 음역대를 만들어냈다. 요컨대 베이스가 없을 수는 있어도 그 음역대가 없는 경우는 아방가르드 음악 외엔 없다.

    그러나 이 중간자적 위치 때문에 베이스는 종종 스포트라이트에서 소외당한다. 폴 매카트니 같은 송라이터가 아닌 순수한 베이스 연주자 중 일반인에게 알려진 사람이 거의 없는 이유도 그래서다.

    하지만 로열 블러드는 리드 기타와 동등한 위치에 베이스를 당당히 올려놓는다. 보컬과 베이스를 맡은 마이크 커의 연주는 참으로 신묘하다. 자신의 사운드를 스스로 ‘3대의 앰프와 페달의 비밀 코드’라 말하는 그는 베이스를 리드 기타처럼 사용하는 데는 지금까지 등장했던 그 어떤 베이시스트보다 빼어나다.



    로열 블러드에 주목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런 방법론을 통해 이들이 멋진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독창적 시도도 좋지만 음악적 완성도까지 갖췄다. 레드 제플린의 리프와 뮤즈의 격정 등 록의 카타르시스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가 단 2명으로 이뤄진 이 밴드에 의해 충족된다. 악틱 몽키스, 뮤즈 같은 슈퍼스타들이 이들의 음악에 열광하며 적극적으로 지지 의사를 드러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의 신인으로 꼽힐 충분한 자격을 갖춘 밴드다.

    최근 대중음악은 지역별, 장르별로 파편화하고 있다. ‘세계가 함께 듣는 음악’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현실 속에서 로열 블러드는 세계적 록스타들이 군웅할거하던 시대의 보편적 에너지와 매력을 묵직하고 격정적으로 뿜어낸다. 머잖아 로열 블러드의 이름은 페스티벌 헤드라이너급으로 올라갈 게 분명하다. 지난여름 여러 페스티벌에서 로열 블러드가 누린 열광적 응원은 제곱에 제곱을 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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