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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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국립 오페라와 이유 있는 결별

지휘자 프란츠 벨저뫼스트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입력2014-09-22 0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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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 국립 오페라와 이유 있는 결별

    오스트리아의 빈 국립 오페라 극장.

    전 세계 오페라 극장 가운데 가장 명망 높은 다섯 곳만 꼽아보자. 먼저 ‘오페라의 나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이 거론돼야 할 테고, 스타급 가수진과 화려한 무대를 자랑하는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최대 클래식 음악시장인 영국 런던에 자리한 코벤트 가든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영어에 익숙한 우리나라에서 특히 인지도가 높다. 다시 유럽 본토로 시선을 돌리면, 프랑스를 대표하는 파리 국립 오페라 극장(바스티유 오페라 극장)과 오스트리아의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을 빼놓을 수 없다.

    이 가운데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은 이른바 ‘클래식 음악 수도’로 일컬어지는 빈을 대표하는 오페라 극장이기에 남다른 상징성을 지닌다. 과거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제왕’으로 불리던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더불어 이 극장을 장악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극장의 음악감독으로 선임된다는 것은 지휘자에게 최고 영예로 여겨질 수밖에 없고, 그 기회는 오로지 당대 정상급 지휘자에게만 돌아갔다.

    그런데 추석 연휴 기간, 바로 그 빈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졌다. 2010년부터 이 극장의 음악 총감독직을 수행해왔던 오스트리아 지휘자 프란츠 벨저뫼스트(54)가 돌연 사임했다는 소식이었다. 벨저 뫼스트가 공식 성명서를 발표한 9월 5일은 이 극장의 새 시즌이 개막한 직후였고, 그의 임기는 아직 4년이나 남아 있었다. 이로써 이번 시즌 지휘봉을 들 예정이던 ‘리골레토’ ‘엘렉트라’ 등 약 34회 공연을 포기하게 된 그는 ‘고통스러운 결정’의 이유로 극장 책임자이자 프랑스인 총감독인 도미니크 메이예르와의 견해차를 언급했다.

    사실 이 바닥(?)의 사정에 밝은 애호가에게는 이번 소식이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동안 이 극장을 맡았던 지휘자들이 경영진 또는 당국과의 마찰로 중도 하차한 사례가 적잖았기 때문이다. 멀리는 구스타프 말러와 카라얀이 그랬고, 올해 나란히 타계한 로린 마젤과 클라우디오 아바도도 같은 전철을 밟은 바 있다. 하지만 필자에겐 이번 소식이 유독 안타깝게 다가왔는데, 아마도 지난해 이 극장에서 봤던 공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빈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관람했다. 마침 지휘자는 벨저뫼스트였고, 독일의 헬덴테너(화려하고 힘차게 오페라에서 영웅 역을 노래하는 테너) 페터 자이페르트와 미국의 드라마틱 소프라노(강한 힘과 표현력을 가진 소프라노) 린다 왓슨이 남녀 주역으로 분했다. 일단 관록의 두 가수가 들려준 노래가 기대 이상이었고, 영국의 스타 감독 데이비드 맥비카가 연출한 상징적이고 세련된 무대도 무척 인상 깊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오케스트라에서 상상을 초월한 격정과 고양감을 이끌어낸 벨저뫼스트의 지휘였다. 특히 금관 앙상블이 깨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폭주하던 1막 피날레가 던져준 충격이란! 평소 단정하고 이지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그였기에 상당히 의외였지만, 극적 설득력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놀라운 장면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빈 국립 오페라가 지휘자를 못 구해 애먹을 일은 없겠지만, 벨저뫼스트처럼 명석하고 유능하면서 개성도 강한 자국 출신 수장을 놓친 일은 뼈아픈 손실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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