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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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신선한 과일 ‘절묘한 조화’

상그리아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4-08-11 1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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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과 신선한 과일 ‘절묘한 조화’

    와인과 과일을 섞어 만드는 상그리아는 여름철에 잘 어울린다.

    상그리아를 처음 맛본 것은 10년 전 회사 동료들과 출장을 갔던 포르투갈 리스본에서였다. 한여름이어서인지 길거리 카페와 레스토랑에는 과일이 가득 담긴 붉은 음료를 마시는 사람이 많았다. 포르투갈어도 모르고 그 음료 이름도 몰랐던 우리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것을 주문했고, 마시는 순간 입안에 퍼지는 시원함과 달콤한 과일향에 푹 빠졌다. 나중에 그것을 상그리아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았고, 현지인으로부터 만드는 방법을 배워 숙소로 돌아올 때마다 슈퍼마켓에서 레드 와인과 사이다, 과일을 사 들고 와 어설픈 상그리아를 만들어 먹곤 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20, 30대를 주고객층으로 하는 맛집과 카페에서 어렵지 않게 상그리아를 맛볼 수 있다. 레드 와인과 함께 잘게 썬 과일, 탄산음료, 얼음이 투명한 큰 피처에 담긴 모습은 그 자체가 즐거운 한여름 파티를 연상케 한다. 게다가 낮은 알코올 도수에 달콤한 과일향이 물씬 풍겨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상그리아 원산지는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알려졌지만, 남미에서 처음 만들어져 스페인으로 전해졌다는 설도 있다. 조금 섬뜩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상그리아의 어원은 스페인어로 피를 의미하는 ‘sangre’에서 왔고 ‘피를 빼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상그리아가 주로 레드 와인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붉은색이 피처럼 보여 그런 이름이 붙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베리아 반도를 넘어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던 상그리아는 1964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박람회 스페인관에서 첫선을 보이면서 미국에 진출했고, 지금은 서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름 음료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제는 완제품으로 만들어진 상그리아가 병에 담겨 출시돼 우리나라에도 수입되고 있다.

    하지만 상그리아는 신선한 과일이 들어가야 훨씬 더 맛있고 만들기도 워낙 쉬운 만큼 완제품을 사기보다 직접 만들어 마실 것을 권한다. 상그리아에 쓰는 과일로는 오렌지, 사과, 복숭아가 가장 흔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이 따로 있거나 냉장고에 이미 사둔 과일이 있다면 어떤 것이든 무방하다.

    와인은 값싼 레드 와인을 선택하되 템프라니요나 메를로, 진판델 등과 같이 과일향이 진하고 타닌은 적은 것이 좋다. 레드 와인 대신 화이트 와인을 써도 좋다. 심지어 마시고 남은 레드 와인이 카베르네 소비뇽처럼 타닌이 강하다면 화이트 와인을 적절히 섞어도 괜찮다. 깍둑썰기나 반달썰기한 과일을 유리 피처에 담고 와인 한 병을 부은 뒤 단맛을 더하기 위해 설탕이나 꿀, 시럽을 넣는다. 풍미와 알코올 도수를 더하려면 브랜디를 추가해도 좋다. 브랜디가 없다면 위스키나 진, 보드카를 조금 넣어도 된다.



    그 뒤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하루 정도 냉장고에 넣어 숙성했다 마시기 직전 얼음과 사이다를 넣어 완성한다. 사이다는 레몬이나 라임향이 가미된 것을 이용하면 더 좋고, 와인 양만큼 또는 와인 양보다 조금 적게 넣으면 된다.

    상그리아는 딱히 정해진 레시피가 없다. 따라서 몇 번 만들다 보면 자기 입맛대로 재료를 빼거나 더하게 되고, 자신만의 레시피를 창조할 수도 있다. 요리는 아니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는 주말 파티, 또는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길 때 상그리아로 솜씨를 뽐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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