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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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금메달 ‘유재학 매직타임’ 얍!

남자 농구대표팀 14년 만에 정상 노려…12명 엔트리 최종 확정 본격 담금질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4-08-11 11: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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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유재학(51) 감독은 ‘평생 직업이 감독인 사람’으로 불린다. 경복고와 연세대를 졸업한 뒤 실업팀 기아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당대 최고 포인트가드로 활약했던 그는 애석하게도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28세 젊은 나이에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그러나 조기 은퇴의 아쉬움은 농구에 대한 열정을 더 키웠고, 역설적으로 지도자로서 성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1991년 모교 연세대에 코치로 부임해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98년 5월 인천 대우제우스 감독대행으로 임명됐다. 그때 나이가 겨우 35세였다. 그다음 시즌부터 곧바로 감독으로 승격한 그는 현재까지 단 한 해도 쉬지 않고 감독 자리를 지켰다. 대우제우스, 신세기 빅스, SK 빅스, 전자랜드 엘리펀츠를 거쳐 2004년부터 모비스 지휘봉을 잡았고, 4월 모비스 사령탑으로서 개인 통산 4번째 챔피언결정전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워낙 전술이 다양해 ‘만 가지 수가 있다’는 뜻으로 ‘만수’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는 농구계 선후배는 물론, 팬들에게도 절대적인 신뢰와 존경을 받는 ‘KBL(한국프로농구연맹) 대표 명장’이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정상에 오른 이후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국민의 관심 밖에 있었다. 한동안 팬들에게 외면받던 프로야구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과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 국제대회에서 연이은 호성적으로 ‘국민스포츠’로 자리매김한 것과 달리,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남자 농구대표팀은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이는 남자 프로농구의 인기 하락으로 이어졌다.

    AG 금메달 ‘유재학 매직타임’ 얍!

    7월 29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농구대표팀과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우리 대표팀이 64-58로 승리했다. 유재학 감독(왼쪽)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벌써 3번째 농구대표팀 지휘봉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처음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유 감독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16년 만에 한국 남자 농구를 월드컵(옛 세계선수권)으로 이끌었다. 현재 3번째 지휘봉을 잡고 진천선수촌에서 2014 스페인농구월드컵(8월 30일~9월 14일)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9월 19일~10월 4일)에 대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중동국가에 밀려 아시아권에서조차 중위권에 머무는 시련을 겪었던 한국 남자 농구가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고,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 3위를 차지하며 올해 농구월드컵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은 유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유 감독이 모비스에서 성적을 낼 때 선수가 뛰어나서 좋은 성적이 난 게 아니라, ‘있는 선수’들로 최상의 전력을 이끌어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유 감독은 2010년 대표팀 첫 지휘봉을 잡은 뒤부터 자신의 확고한 신념에 따라 남자 농구대표팀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가며 9월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신체 조건이 경기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농구 종목 특성상 아시아 선수의 한계는 분명하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신체 조건이 불리한데도 그동안 농구대표팀은 각종 대회에서 선수들의 개인 능력에 의존해 경기를 펼쳤다.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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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인천아시안게임과 2014 스페인 농구월드컵을 준비하는 남자 농구대표팀.

    그러나 유 감독은 달랐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했을 때 그는 한국 농구의 현실부터 직시했다. 신체 조건을 거론하기 전 개인 기량 자체도 한국은 국제무대와 어울리지 않는 수준이며, 공격으로는 한국 농구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일찌감치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 중심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국형 농구’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그에 맞춰 팀을 만들어가고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홍명보(45) 전 감독과 최근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류중일(49·삼성) 감독은 선수 구성을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당초 자신이 밝혔던 선수 선발 기준에 반하는 명단으로 대표팀을 꾸렸기 때문이다. 실력보다 기존 관계, 의리를 중심으로 엔트리를 짰다며 ‘엔트으~리’라는 비아냥거림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남자 농구대표팀 유재학호에는 이런 말이 없다.

    유재학호에는 ‘엔트으~리’ 없다

    유 감독은 선수 선발 기준을 거론하는 대신 대표팀이 나아갈 방향부터 확실히 제시했다. 감독 선호 선수와 병역 특례는 애초부터 고려사항에 없었다. 종목 특성은 있지만, 축구와 야구에 시사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유 감독은 2010년부터 ‘올코트 프레스’라는 확실한 콘셉트 아래 전술에 맞는 선수를 대표팀에 승선시켰다. 연습 경기를 통해 다양하게 선수들을 테스트하며 선수 이름값보다 ‘이길 수 있는 팀’ 구성에 초점을 맞췄다. 유 감독이 대표팀에 자기 색깔을 입힐 수 있었던 데는 사령탑으로서 갖는 연속성이 한몫한 것도 사실이다. 4년간 3차례 대표팀을 맡아 ‘유재학표 한국형 농구’를 정착해나가고 있다. 유 감독은 8월 5일 주장 양동근(모비스) 등 12명 엔트리를 최종 확정했다. ‘부상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이 12명 선수로 농구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모두 치르겠다는 게 유 감독의 생각이다.

    농구월드컵에서 만나는 팀과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다툴 이란, 중국은 모두 한국보다 체격 조건이 좋다. 대한농구협회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귀화 선수 영입을 추진했지만, 미숙한 행정 처리로 불발됐다. 유 감독은 이에 대해 불평하는 대신, 체력과 스피드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신장에 약점이 있는 대표팀이 효과적으로 공격하려면 패턴 플레이를 통해 상대 약점을 공략해야 한다. 또한 빠르게 공격 코트로 넘어가면서 상대 수비가 정비되지 않았다면 속공으로 손쉬운 득점도 노릴 수 있다. 상대 코트로 넘어가는 시간을 1초만 단축해도 분위기는 달라진다.

    반대로 수비할 때는 상대가 우리 코트로 넘어오는 시간을 1초라도 더 늘려야 한다. 상대가 빨리 공격 코트로 넘어오면 키가 작은 대표팀은 골밑 공격을 손쉽게 허용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고 대표팀은 40분 내내 올코트 프레스를 펼친다. 강한 압박은 상대에게 부담을 줘 실책도 유발할 수 있다. 공수에선 ‘1초 싸움’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체력과 선수들의 고른 기량이 우선시돼야 한다.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있으면 12명을 수시로 교체하며 경기를 운영할 수 없다. 유 감독이 남은 기간 주전급 8~9명과 나머지 선수들의 기량 차이를 줄이는 데 온 힘을 기울이는 이유다.

    세계 랭킹 31위인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세계 19위인 강호 뉴질랜드 대표팀과의 최근 5번 평가전에서 대등한 내용으로 2승3패를 기록했다. 유 감독이 만들어가는 ‘한국형 농구’가 점차 완성체를 향해가는 느낌이다. 이 모든 것이 농구계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유 감독 머리에서 나왔다. 남자 농구대표팀은 14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한다. ‘유재학 매직’에 대한 농구계의 기대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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