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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에볼라 공포 지구촌 무차별 습격

서아프리카 중심으로 사망자 900명 넘어서…자연숙주 못 찾고 치료제는 개발 중

  •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에볼라 공포 지구촌 무차별 습격

에볼라 공포 지구촌 무차별 습격

국립인천공항검역소 직원이 8월 5일 입국자들을 열감지카메라로 검사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열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붉은색이 심하게 나타난 입국자는 고막 체온 측정을 한다(위). 현미경으로 관찰한 에볼라 바이러스 모양.

3월부터 현재까지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로 사망한 환자 수가 900명을 넘어섰다(8월 6일 현재 1711명 감염, 932명 사망).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지자 1976년 에볼라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한 페터 피오트 박사는 7월 2일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대미문의 긴급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1976년부터 2013년까지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환자는 1424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3월 확산이 시작된 뒤 다섯 달 만에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환자가 발생했고, 계속 그 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공기 전염으로 발병하지는 않아

에볼라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최고 90%에 이를 만큼 치명적이지만 보건전문가들은 이 바이러스가 지금처럼 많은 감염자와 희생자를 내리라곤 예측하지 못했다. 증상이 없는 잠복기에는 전염이 일어나지 않고, 일단 증상이 시작되면 앓아눕는 특성 때문에 전염성이 높지 않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우리나라에도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가 퍼지고 있다. 8월 13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ICM)의 조직위원회가 이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던 기니 출신 수학자의 방한을 보류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1976년 7월 콩고민주공화국(당시 자이르)과 수단에서 처음 발견됐다. 감염환자들이 보이는 고열과 설사, 출혈열 같은 증상 때문에 당시 보건전문가들은 장티푸스나 황열(Yellow Fever)의 일종으로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시료를 전달받은 벨기에 바이러스학자 페터 피오트에 의해 이것이 이전까지 발견된 적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피오트는 그해 11월 이 정체 미상의 신종 바이러스가 처음 나타난 지역에 있는 ‘에볼라 강’ 이름에서 따와 에볼라 바이러스라고 명명했다.



당시 이 바이러스가 확산한 원인이 시신 입과 항문 속에 손을 집어넣어 안을 비우는 현지 장례풍습과 병원에서 제대로 소독하지 않은 주삿바늘을 재사용한 일 등 때문이라는 게 뒤늦게 밝혀졌다. 또 비슷한 시기에 발견됐지만 수단과 자이르에서 유행한 에볼라 바이러스가 다른 종류라는 사실 역시 확인됐다. 두 아형의 가장 큰 차이는 치사율이다. 자이르형 에볼라 바이러스의 치사율은 약 90%이며, 수단형은 약 53.7%다. 지금까지 밝혀진 아형은 총 5종류로, 올해 서아프리카를 휩쓸고 있는 바이러스는 모든 아형 중 가장 치명적인 자이르형이다.

사망자의 시신을 가족이 맨손으로 수습하는 아프리카 장례풍습은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지는 데 큰 원인이 됐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환자의 침과 피, 대변과 소변, 정액 속에 존재하며 피부에 난 상처나 점막에 닿을 경우 전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전문가들이 에볼라 바이러스가 세계로 퍼져 창궐하는 ‘대유행(팬데믹)’ 가능성을 비교적 낮게 보는 까닭은 잠복기에 전염되지 않으며 공기 전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경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긴 잠복 기간에도 활발하게 전염이 일어나 세계로 퍼질 수 있었다. 2009년 대유행한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는 공기전염이 가능할 뿐 아니라 독감 바이러스 중에서도 유난히 전염 능력이 뛰어난 변종이었다.

그럼에도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해 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이 바이러스의 자연숙주(Natural Reservoir)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연숙주란 바이러스에 장기간 감염돼 있어도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주변을 전염시킬 수 있는 동물을 말한다. 예를 들어 광견병의 자연숙주는 너구리와 여우, 박쥐 등이며 조류인플루엔자의 자연숙주는 철새다.

1976년 첫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 당시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환자들의 생활 공간 인근에 있던 쥐와 벼룩, 모기, 박쥐 등을 샅샅이 뒤졌지만 에볼라 바이러스를 찾지 못했다.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현재진행형으로 유행하고 있지만 학자들은 자연숙주를 찾아내지 못한 상태다. 현재 가장 유력한 동물은 과일박쥐로, 현지 보건당국은 주민들에게 과일박쥐를 잡아먹지 말 것을 권고했다. 서아프리카에서는 종종 과일박쥐를 잡아먹는다.

에볼라 공포 지구촌 무차별 습격
신약 ‘Z맵’ 효과 그나마 다행

다행스러운 것은 치료제도, 백신도 없던 에볼라 바이러스와 인간의 싸움에서 최근 전세가 인간 쪽으로 기울 ‘전조’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라이베리아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중 바이러스에 감염돼 8월 2일 미국으로 이송된 켄트 브랜틀리 박사가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신약 ‘Z맵(ZMapp)’을 투여받고 호전되고 있다는 사실이 CNN을 통해 8월 5일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또 다른 미국인 낸시 라이트볼 또한 차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Z맵은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국방부 산하 국방위협감소국(DTRA)의 지원을 받아 미국 제약회사 ‘맵 바이오파마수티컬(Mapp Biopharmaceutical)’이 만든 에볼라 바이러스 신약으로, 여러 종류의 항체를 혼합해 만든 칵테일 치료제다. 항체는 면역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단백질로, 에볼라 바이러스 항체를 인위적으로 체내에 집어넣어 면역반응을 강화하는 것이 Z맵의 전략이다.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1월 실험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48시간 내 Z맵을 투여받은 원숭이 8마리가 모두 생존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Z맵이 당장 서아프리카를 구원할 신약이 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단 2명에게 실험한 것만으로는 효능을 확신할 수 없으며 대량생산 체제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Z맵과는 별도로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 중인 NIH는 이르면 9월부터 임상시험을 시작해 내년 7월 시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4.08.11 950호 (p72~73)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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