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0

2014.08.11

SK, 미국 에너지자원 개발 승부수

‘SK이노베이션’ 앞장서 석유 광구 운영권 확보…셰일가스 사업도 적극 추진

  • 양충모 객원기자 gaddjun@gmail.com

    입력2014-08-11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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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 미국 에너지자원 개발 승부수

    미국 오클라호마 주 그랜트·가필드 카운티 생산광구에 SK이노베이션이 설치한 시추기. SK이노베이션은 이곳에서 하루 3750배럴의 원유와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15%가 셰일층에서 나온다.

    8월 4일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케미칼, SK C·C, SK건설, SK가스, SK네트웍스 등 12개 주요 그룹 계열사의 2014년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3조8146억 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1.7% 소폭 늘어났다. 여기까지만 보면 좋지 못한 경영 환경에서 그 나름 ‘선방’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상반기 2조141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SK하이닉스를 제외할 경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7400억 원으로 2조3840억 원이던 지난해 상반기보다 27.0%나 감소했다. SK하이닉스의 실적 호조에 따른 일종의 ‘착시 현상’인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실적 악화가 가장 뼈아프다. 2분기에 영업손실 502억 원을 낸 것이 직격타였다. 사실 1분기에 냈던 2256억 원 영업이익도 전년도와 비교하면 좋은 것이 아니었다. SK이노베이션의 2014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1754억 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83.9% 감소했다. 상반기 매출액은 33조3717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 줄었으며, 순이익은 73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4% 급감했다.

    SK이노베이션의 실적 악화 원인은 석유사업에서 정제 마진 악화와 급격한 환율 하락에 따른 재고 평가 손실로 분석된다. 또한 화학사업의 주요 제품인 파라자일렌(PX) 마진 축소도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시련에도 상반기 선방



    SK, 미국 에너지자원 개발 승부수
    SK텔레콤의 상황도 좋지 않다. SK텔레콤의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9% 감소한 7985억 원이었다. 1분기에 비해 2분기 실적이 나아졌다는 것이 다소나마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SK텔레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6% 감소한 2524억 원에 그쳤으나, 2분기에는 5461억 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유는 마케팅비에 있다. 1분기에는 치열한 보조금 경쟁으로 마케팅비로만 1조1000억 원을 지출했으나 2분기에는 영업 정지에 따른 마케팅비 감소로 영업이익을 예년 수준으로 돌려놓을 수 있었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의 부진은 SK하이닉스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4년 상반기 이들 3개 회사의 총영업이익에서 각 사 비중을 살펴보면, SK하이닉스가 68%에 달하고 SK텔레콤은 26%, SK이노베이션은 6%에 불과하다. 몇 년 전만 해도 SK그룹 내 캐시카우(현금창출원)는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이었으나, 지금은 SK하이닉스로 바뀐 상태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데 문제가 있다. SK그룹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01∼2003년 적자, 2004∼2007년 흑자, 2008년 적자, 2009∼2011년 흑자, 2012년 적자, 2013년∼현재 흑자 식으로 적자와 흑자를 왔다 갔다 하는 양상을 보인다. 그룹 내 영업이익에서 비중이 큰 SK하이닉스가 실적 하락 사이클에 진입하면 SK그룹 전체에 위기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의 향후 명운을 쥔 계열사로 SK이노베이션을 주목하고 있다. 비록 이번 상반기 실적은 좋지 못했지만, 성장성 측면에서 보면 계열사 중 가장 높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이미 국내 이동통신 업계가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SK그룹의 성장을 책임질 것으로 보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미래의 성장 기반으로 생각하는 곳은 에너지 메카 ‘미국’이다. 다양한 자원 중에서도 첫 번째는 ‘석유’다.

    2014년은 SK이노베이션에게 전환점이 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3억6000만 달러(약 3871억 원)를 투자해 미국 현지 석유 생산광구 운영권을 확보하고 석유 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3월 자회사 SK E·P 아메리카를 통해 미국 석유개발회사 플리머스(Plymouth)와 케이에이 헨리(KA Henry)가 보유해온 미국 내 석유 생산광구 2곳의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인수 지분은 각각 오클라호마 소재 그랜트·가필드 카운티(Grant/ Garfield County) 생산광구의 지분 75%와 텍사스 소재 크레인 카운티(Crane County) 생산광구의 지분 50%다.

    SK이노베이션이 생산광구를 직접 운영하게 된 것은 1983년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생산·탐사광구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SK이노베이션이 운영권을 가진 적은 없었다.

    2011년부터 개발된 그랜트·가필드 카운티 생산광구는 현재 하루 3750배럴, 2012년부터 개발된 크레인 카운티 생산광구는 하루 750배럴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두 광구를 인수하면서 SK이노베이션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약 7만1000배럴에서 현재 약 7만5500배럴로 늘어나게 됐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추가 시추를 통해 원유 생산량을 늘릴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그랜트·가필드 광구는 개발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인수 전 이미 하루 25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추가 시추를 통한 증산 가능성이 높은 곳이었다.

    SK, 미국 에너지자원 개발 승부수
    기술 혁신 통해 생산성 높여

    SK, 미국 에너지자원 개발 승부수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석유개발 사업은 2000년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광구 지분을 매각한 이후 한동안 소강 상태를 보이다, 최태원 회장이 ‘자원부국 경영’ 드라이브를 본격화한 2000년대 중반부터 다시 시동이 걸렸다. 2005년 루이지애나 주 가스전 탐사 사업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에는 휴스턴에 자원개발기술센터(EPTC)를 세워 지질학자 등 전문 인력 확보에 나섰고, 지난해에는 E·P CIC(Company in Company) 출범과 함께 이 센터를 E·P 미주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현지 석유 생산광구 운영권 확보에는 미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셰일가스·오일’ 개발 사업도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오클라호마 그랜트·가필드 카운티 광구에서 생산하는 원유와 가스의 약 15%가 셰일층에서 시추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상 셰일 자원을 생산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광구는 SK이노베이션이 SK E·P 아메리카의 자회사인 SK플리머스를 통해 직접 운영하며, 국내 기업 중 해외 자원광구에서 셰일가스·오일을 직접 생산하는 곳은 SK이노베이션이 유일하다.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도 미래를 밝게 하는 부분이다. SK이노베이션은 광구 인수 후, 수평시추 및 수압파쇄 공법을 효율화해 시추 소요시간을 크게 단축하고 생산성을 증대했다. 이런 기술 혁신을 통해 오클라호마 광구는 인수 전 하루 2500배럴이던 생산량이 하루 3750배럴로 약 50% 증가했다. 여기에 텍사스 광구의 생산량을 합치면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생산하는 원유량은 하루 4500배럴에 이른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7월 28일 SK E·P 아메리카에서 주재한 회의에서 “미국에서 시작한 셰일 개발 붐이 세계 각지로 확산하고 있다”며 “새로운 사업 기회에 대비해 미국 석유개발 법인을 셰일 등 비전통자원 개발사업의 글로벌 전초기지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비전통자원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과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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