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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Viva! World Cup 가자! 16강 03

포메이션이…전술이…정말 닮았네

브라질월드컵 4-2-3-1이 대세…순간순간 상황에 대처하는 팀이 진짜 강팀

  • 장민혁 축구칼럼니스트

포메이션이…전술이…정말 닮았네

포메이션이…전술이…정말 닮았네
축구 감상의 수준을 높이려면 전술(tactics)과 포메이션(formations)을 이해해야 한다. 전술은 ‘경기를 풀어나가는 실질적인 움직임’이고, 포메이션은 ‘그 전술을 수행하기 위해 특성에 맞는 선수들을 경기장에 배치하는 방법’이다.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숫자 놀음’은 포메이션이지 전술이 아니다.

축구에서는 공을 소유한 팀이 공격, 그렇지 않은 팀이 수비다. 그리고 공을 뺏고 뺏기는 그 즉시 공수가 바뀐다. 이는 농구, 핸드볼, 하키도 마찬가지다. 네트로 코트를 완전히 구분한 배구, 아웃 카운트 3개를 채워야만 공수가 바뀌는 야구와는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공을 누가 가지고 어떻게 전개하느냐, 상대로부터 공을 어떻게 뺏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 네 가지 전술 : 소유, 역습, 압박, 잠금

축구를 하는 팀은 저마다 ‘전술 지향성(志向性)’이 있다. 공을 갖고 있을 때는 점유율 축구(Possession Football)와 역습 축구(Counter Football)로, 공을 갖고 있지 않을 때는 압박 수비(Pressing Defense)와 잠금 수비(Retreat Defense)로 구분한다. 이번 브라질월드컵 출전 32개국의 ‘공격 지향성’과 ‘수비 지향성’은 제각각이다(표 참조).

점유율 축구는 공을 소유한 팀이 계속 공을 돌리면서 기회를 엿보다 완벽한 기회가 났을 때 침투하는 전술이다. 반면 역습 축구는 속공 축구라고 부르기도 하며, 공을 빼앗은 즉시 상대 진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한 빠르게 공격을 전개해 바로 승부를 보는 것이다.



압박 수비는 상대 팀 선수들에게 바짝 붙어 공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게 하거나 좋은 위치를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전술적 효과가 큰 데다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는 심리적 작용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반면 도전적으로 수비하기에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잠금 수비는 적절히 물러나면서 가장 좋은 공간을 선점하고, 효율적으로 상대를 차단하는 수비 전술이다. 수비 라인이 뒤에 있기에 압박 수비에 비해 뒤쪽 공간을 잘 내주지 않고,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

# 전술 지향성과 감독의 축구 철학

위에서 ‘지향’이라는 용어를 썼다. 축구의 전술 지향은 ‘각 팀이 ‘추구하는 경기 스타일’이자 ‘감독의 축구 철학’이다. 그러나 경기 결과는 평소의 ‘전술 지향성’과는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차이가 생기는 건 갑작스러운 변수, 그리고 그에 대한 대처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흔히 “좋은 팀은 점유율이 높고, 압박 수비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잘못된 속설이다. 축구는 경기 진행 중 여러 상황(점수, 전체적인 주도권, 선수들의 컨디션, 경고와 퇴장, 선수 교체, 기타 등등)이 ‘천변만화(千變萬化)’한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팀이 진짜 강팀이고, 승리한다.

# 공격 방향, 패스 형태, 존디펜스, 맨투맨

공격은 방향에 따라 측면 돌파와 중앙 돌파, 패스 길이에 따라 짧은 패스 콤비네이션과 긴 패스 콤비네이션(중간 거리 패스 포함)으로 나뉜다.

수비에는 크게 존디펜스와 맨투맨이 있다. 방어 대상을 기준으로 좀 더 세분화하면 대인방어 기반의 존디펜스, 지역방어 기반의 존디펜스, 대인방어 기반의 맨투맨, 지역방어 기반의 맨투맨, 혼합형 등 5가지다(대한축구협회에서 발간한 수비 전술 책에 잘 설명돼 있다). 브라질월드컵 출전 32개국의 공격 및 수비 전술 형태도 ‘표’에 모두 정리해놓았다.

각 팀마다 공격과 수비에 특성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건 절대적인 게 아니라 상대적 기준이다. 앞에서 설명한 ‘전술 지향성’과 마찬가지다. 축구장에서는 경기 시간 내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상황이 돌발적으로 발생한다. 그때그때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이는 감독이 지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각 선수가 개인기 혹은 조직력으로 헤쳐 나갈 수밖에 없다.

측면 돌파에 강한 팀이 터치라인 쪽에서 막히면 중앙으로 파고들어야 하고, 짧은 패스에 강점이 있는 팀이 상대의 밀집 수비 때문에 고전한다면 길게 반대로 오픈해 공중전을 노리는 게 답이 될 수 있다.

전술에 정답이 있을 수는 없다. 무슨 수를 쓰든 승리한 팀이 구사한 전술이 그 해당 경기에서 정답이 되는 것이다.

포메이션이…전술이…정말 닮았네
# 중앙 미드필더 2명 기용 수비 안정

포메이션에 대해 살펴보자. 사실 축구선수 출신 해설자나 감독은 포메이션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 포메이션이 승패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포메이션을 가장 중요하게 취급하는 사람은 바로 축구 기자들이다. 짧고 강렬한 숫자만 헤드라인에 노출해도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축구 기자들 못지않게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마니아들도 ‘숫자놀음’을 즐긴다.

하지만 포메이션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식당 메뉴판 정도의 기능은 하기 때문이다(실제 음식은, 비교하자면 공격과 수비 전술이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될 포메이션은 4-2-3-1이다. 중앙 미드필더 2명을 기용해 수비에 안정을 꾀하면서 공격형 미드필더(섀도스트라이커)의 창조성, 좌우 윙어의 폭발력과 다이렉트 슈팅력을 두루 활용할 수 있는 데다 4-3-3, 4-4-2로 유연하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투 포워드를 기용하는 고전적인 4-4-2, 중앙 수비 3명을 내세우는 3-4-3 또는 3-5-2 등은 일부 팀만 구사한다. 대세는 4-2-3-1이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한 번 짚고 넘어가자. 4-2-3-1이 대다수라고 해서 이것이 포메이션의 정답은 아니라는 점이다. 위의 ‘전술 지향성’, 공격과 수비 전술 때 이야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각 팀의 선수 구성, 상대 팀, 경기 진행 상황에 따라 포메이션 역시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약팀이거나 평소에 비해 경기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면 공격수 숫자는 1, 2명이 아니라 3, 4, 5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 만약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시간이 1분 남았다면 그 순간만은 ‘텐 백’이 될 수도 있다.

# ‘경직’ 스페인 몰락, ‘유연’ 독일 상승세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먼저 ‘짐을 싼’ 국가가 됐다.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에 1-5로 참패한 데 이어 두 번째 경기에서도 칠레에 0-2로 무릎을 꿇었다. 남은 한 경기(호주전) 결과에 상관없이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스페인은 왜 몰락했을까. 역시 전술적으로 너무 경직됐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그동안 공격할 때 극단적인 점유율 축구와 짧은 패스를, 수비할 때는 전방 압박과 혼합형 디펜스를 주로 구사했다. 이런 스타일로 유로 2008, 2010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 등을 휩쓸었다.

네덜란드와 칠레는 월드컵에 대비해 스페인을 철저히 해부했다. 그들의 전술, 포메이션 운용상 장단점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뒤 약점을 완벽하게 파고들었다. 반면 스페인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스럽게 지켜나갔다. 스페인은 전술적인 유연성이 전혀 없었고 네덜란드, 칠레의 파상공세에 견디지 못한 채 무너져 내렸다. 물론 그 가운데는 수비수들과 골키퍼의 결정적인 실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반면 1라운드에서 최고 경기력을 선보인 독일과 네덜란드는 전술적으로 매우 유연했다. 독일은 공격할 때 점유율을 중시하고, 짧은 패스와 측면 돌파를 많이 구사한다. 수비에서는 안정된 리트리트와 혼합형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역습과 긴 패스, 전방 압박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섞었다. 그 결과 포르투갈을 4-0으로 대파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다른 우승 후보국들이 1차전에서 그리 인상적인 경기를 선보이지 못했던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네덜란드는 월드컵 예선 기간 중 4-3-3 포메이션을 고정적으로 유지했고, 짧은 패스 위주의 점유율 축구, 측면 돌파, 잠금 수비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스페인과의 첫 경기에 스리백 시스템을 채용한 3-5-2(또는 5-3-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고, 전방 압박에 이은 과감한 역습 전술로 스페인을 ‘KO’시켰다.

조별리그 2라운드는 6월 23일, 3라운드는 27일 각각 마감된다. 그사이 각 팀이 또 어떤 ‘팔색조 전술’을 들고 나올지 무척 흥미진진하다.



주간동아 2014.06.23 943호 (p14~17)

장민혁 축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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