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7

2014.03.03

인류 유산 지키기 드림팀 떴다

조지 클루니 감독의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

  • 이형석 헤럴드경제 영화전문기자 suk@heraldm.com

    입력2014-03-03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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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유산 지키기 드림팀 떴다
    마이클 조던, 래리 버드, 스코티 피펜, 존 스톡턴, 찰스 바클리, 매직 존슨 등이 함께 뛴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당시 미국 농구 ‘드림팀’은 세계 농구팬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 만했다. 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았을까. 2001년 영화 ‘오션스 일레븐’은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 브래드 피트, 줄리아 로버츠 등으로 할리우드판 ‘드림팀’을 짜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2012년 개봉한 ‘어벤져스’는 할리우드산 슈퍼히어로 ‘드림팀’이었다.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헐크 등 자기 이름으로 된 시리즈를 보유한 주인공들이 한 작품에 출연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최고였다. 미국과 세계 흥행 성적에서 역대 3위를 기록 중이다.

    영화 ‘모뉴먼츠 맨 : 세기의 작전’ 역시 ‘드림팀’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 할 것이다. 일단 캐스팅이 ‘역대’급이다. 절친 사이인 클루니와 데이먼이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에 이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고, ‘아티스트’로 스타덤에 오른 프랑스 배우 장 뒤자르댕이 가세했다. 할리우드 관록의 스타인 빌 머리와 존 굿맨, 톱 여배우 케이트 블란쳇도 이름을 올렸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이미 정상급 연출 역량을 인정받은 감독이기도 한 클루니가 주연뿐 아니라 시나리오 각색과 메가폰까지 책임졌으며 제작도 도맡은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클루니 이하 세계적인 스타들이 무엇을 위해 모였을까. 인류 역사상 최고 악당으로 꼽히는 나치에 대항해 문명과 예술작품을 지키기 위해서다. ‘오션스 일레븐’처럼 훔치고 ‘어벤져스’같이 싸우려는 게 아니라 걸작과 유산을 지키려고 모였다니. 예상대로 ‘모뉴먼츠 맨’에는 ‘오션스 일레븐’의 짜릿함이 없고, ‘어벤져스’의 통쾌한 액션도 나오지 않는다. 별로 돈 될 것 같지 않은 아이디어에 엄청난 스타와 제작비를 끌어들이고 색다른 재미와 유머까지 만들어낸 클루니의 파워가 돋보이는 영화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갖가지 전쟁을 수행하며 욕을 먹을 만큼 먹은 미국으로선 지적, 예술적 소양을 갖춘 문명 수호자임을 과시하는 작품이기도 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는 상황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미술사학자 프랭크 스톡스(조지 클루니)는 히틀러와 독일 나치정권이 약탈해 은닉해놓은 500만 점 이상의 예술품을 되찾으려고 포화를 뚫고 전장에 나설 전담팀 모뉴먼츠 맨의 결성을 주도한다. 이 팀에 미술관장 제임스 그레인저(맷 데이먼), 프랑스 미술품거래상 장 클로드 클레르몽(장 뒤자르댕), 건축가 리처드 캠벨(빌 머리), 조각가 윌터 가필드(존 굿맨)가 참여한다.

    “예술품은 인류가 살아온 삶의 기록”이라든지 “한 세대를 완전히 말살하고 집들을 불태워도 국가는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지만 그들의 역사와 유산을 파괴한다면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 같다”는 극중 스톡스의 대사 속에 영화 메시지가 함축됐다고 할 것인데, 클루니는 ‘전쟁과 예술’이라는 거창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소소한 유머와 인물 각자의 성장담을 잊지 않고 잘 버무렸다. 말하자면 ‘모뉴먼츠 맨’은 이제까지와는 조금 색다른 미국산 ‘드림팀’의 활약상을 담은 영화라 하겠다. 실화와 동명 원작소설에 바탕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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