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7

2014.03.03

伊 신세대 감각으로 바로크 연주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 내한공연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입력2014-03-03 1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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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초 에우로파 갈란테(Europa Galante)라는 이탈리아 신생 연주단체가 내놓은 비발디 ‘사계’ 음반이 국내에 소개됐다. 그 음악이 작곡된 시기 악기와 주법, 연주 양식을 적용한 이른바 ‘당대연주’를 추구하는 이 악단의 연주는 국내 음악 애호가에게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다. 그때까지 익숙하던 영국이나 독일 당대연주단체의 연주와는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영국 악단의 중용적 충실함이나 독일 악단의 강직한 엄격함과 달리 이 악단의 연주는 다분히 과장됐다고 느껴질 정도로 극단적인 다이내믹과 충동적인 악센트, 그리고 자유분방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듯한 즉흥성을 앞세웠다. 그 한 장의 음반을 통해 국내 음악 애호가는 ‘이탈리아 신세대의 당대연주’라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고, 더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당대연주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탈리아의 다른 당대연주 악단과 연주가가 속속 소개되기 시작했는데,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악단은 밀라노의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Il Giardino Armonico·IGA)’다.

    ‘조화의 정원’이라는 뜻의 인상적인 이름을 가진 IGA는 사실 이탈리아식 당대연주의 원조 격인 악단이다. 1985년 리코더 주자 조반니 안토니니, 첼로 주자 파올로 베스키, 하프시코드 주자 로렌초 기엘미가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이후 류트 주자 루카 피안카, 바이올린 주자 엔리코 오노프리 등 실력파 신진 연주가가 속속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체제를 갖췄고, 당시 독일 굴지 음반사인 텔덱(Teldec) 레이블에서 음반을 냈다.

    주력 레퍼토리는 아무래도 비발디와 코렐리를 위시한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이었는데, 이들의 존재가 우리나라 음악 애호가의 뇌리에 각인된 것은 역시 비발디 ‘사계’ 음반을 통해서다. 이 음반에서 IGA는 에우로파 갈란테를 능가하는 파격적인 연주를 선보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이무지치’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구세대 앙상블에 비해 한층 참신한 스타일로 승부를 거는 이탈리아 신세대 앙상블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바로 그 IGA가 3월 12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연주곡에 따라 3명에서 30명까지 유동적인 인원을 편성하는 이 다이내믹한 악단이 이번 공연을 위해 준비한 레퍼토리는 비발디, 텔레만, 헨델이다. 각각 이탈리아 바로크와 독일 바로크, 그리고 그 두 가지의 융합을 상징하는 작곡가인데, 창단 이후 지속적으로 보폭을 넓혀온 IGA의 진면목과 현주소를 짚어보기에 효과적인 프로그램 구성이라 하겠다.

    아울러 이번 내한공연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지휘를 맡은 조반니 안토니니다. IGA 창단멤버인 안토니니는 1989년부터 악단을 이끌고 있는데, 2004년 사이먼 래틀에게 초청받아 베를린 필하모닉의 포디움에 선 이래 당대연주 앙상블 지휘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적인 교향악단들과 실내관현악단들의 객원지휘자로도 활약하는 인물이다. 특히 최근 바젤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베토벤 교향곡 시리즈는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저명한 리코더 연주가이기도 한 그의 개성 넘치는 지휘야말로 IGA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것이다.

    伊 신세대 감각으로 바로크 연주

    당대연주를 추구하는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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