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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곤의 ‘망달당달’(망가지느냐 달라지느냐, 당신에게 달려 있다)

운동에 ‘ROYAL WAY’는 없다

지름길에 현혹되지 말고 습관과 의지의 힘을 키워라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운동에 ‘ROYAL WAY’는 없다

운동에 ‘ROYAL WAY’는 없다

태릉선수촌에서 비지땀을 흘리는 국가대표 여자 사이클 선수 모습. 운동은 선수나 일반인이나 습관처럼 하는 게 중요하다.

건강을 위해 본격적으로 운동하려고 마음먹었다면 자신의 정량적(체형과 체지방률), 정성적(힘과 유연성), 의학적(질병) 상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시작해야만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바라는 성과도 얻을 수 있다. 이런 얘기는 그동안 충분히 설명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그 어떤 이론보다 중요한 것은 하고자 하는 본인의 실천 의지다. 자신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운동방법에 대한 구체적 지식을 갖췄다고 해서 운동이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병에 물을 반만 채웠을 뿐으로, 나머지 반을 채우는 것은 결국 강력한 의지에 달렸다는 뜻이다. 이 글의 연재 제목처럼 말이다.

지능지수(IQ)라는 것이 있다. 그 정확한 과학적 신뢰도에는 여전히 이론이 많지만 일반적으로 IQ가 높으면 머리가 좋은, 즉 영리한 사람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IQ와 대조되는 개념으로 감성지수(EQ)라는 것이 있다. 자기감정을 적절히 조절하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른바 ‘마음의 지능지수’를 뜻한다. 가령 남을 이기고 극복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 IQ라면, 남을 감동시키고 끌어당기는 데 필요한 능력은 EQ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습관처럼

그러면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보자. 앞서 말한 병의 나머지 반을 채우는 데 필요한 물은 과연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단순히 머리가 좋다는 것은 관계가 좀 멀어 보이고, 그렇다고 EQ가 높은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정답은 바로 습관지수(Habit Quotient·HQ)다. 즉 운동을 무의식적 습관 영역으로 만들어 자신을 극복하는 능력이다. 사실 건강운동에서 바람직한 성과를 거두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어떤 요인보다 HQ의 차이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일단 습관이 되고 나면 주위에선 그 사람을 강한 의지의 소유자로 생각하고, 굉장히 힘들게 하는 것처럼 보기도 하지만 본인으로서는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분일 뿐이다.

운동 HQ는 뚜렷한 목표의식과 긍정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운동에 임할 때 어렵지 않게 체득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HQ야말로 선천적 요인이 큰 IQ나 EQ와 달리 후천적으로 얼마든지 개선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의 일상생활 중에는 각자의 오랜 습관 때문에 자연스럽게 반복적으로 행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습관화된 과정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개는 처음에 무조건 같은 일을 특별한 의문을 갖지 않고 반복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힘들어 보이는 운동도 일정 기간 맹목적으로 실행에 옮기다 보면 어느덧 아침에 세수하고 자기 전 양치질하듯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습관화한다고 해도 운동을 직업으로 하지 않는 이상에야 바쁜 현대 생활에서 꾸준히 운동을 해나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어떨 때는 열심히 운동하는데도 눈에 띄는 변화를 보기 힘든 정체기에 빠져 실망한 나머지 운동을 포기하기도 한다. 바로 이럴 때 흔히 빠지는 유혹이 비법(秘法), 즉 지름길을 찾는 것이다. 어쩌면 사람들이 같은 노력으로도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을 찾아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정말 운동 과정에 지름길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도 없다.

생각해보면 어떤 일이건 건전한 의미에서의 지름길은 얼마든 있을 수 있다. 우리가 택시를 탔을 때 운전기사가 지름길을 잘 알고 있으면 교통정체와 관계없이 목적지에 좀 더 빨리 당도할 수 있다. 짧은 시간 택시를 탈 때도 이러할진대, 건강운동과 같이 평생을 두고 해야 할 긴 여정에서 자기에게 맞는 지름길을 발견한다면 그만한 행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지름길을 찾고자 하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잘못된 지름길을 가르쳐주거나, 심지어 있지도 않은 지름길이 마치 존재하는 양 속이는 경우다. 우리가 학창시절 배운 유명한 격언 가운데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There is no royal road to learning)’는 말이 있다. 주로 공부에서 꾸준함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사용하는 말이지만 운동에 적용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남의 지름길이 내겐 험준한 길?

운동에 ‘ROYAL WAY’는 없다

눈이 내린 한강공원을 뛰고 있는 시민. 운동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해야 성과가 크다.

역사상 이 말을 처음으로 한 사람은 오늘날 ‘기하학의 아버지’로 부르는 유명한 수학자 유클리드(Euclid)로 알려졌다. 유클리드는 당시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1세(BC 367~BC 283)의 후원을 받았다. 프톨레마이오스 1세는 알렉산더 대왕의 휘하에서 장군으로 지내다 그가 죽자 이집트 통치자가 돼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를 연 인물이다.

어느 날 평소 유클리드의 기하학 저서인 ‘기하학 원본(Stoicheia)’이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던 프톨레마이오스 1세가 유클리드에게 “책 내용을 쉽게 마스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하고 물었다. 바로 이때 유클리드가 “폐하, 기하학에는 왕도가 없습니다(Sire, there is no royal road to geometry)”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는 5세기에 활동했던 그리스 철학자 프로클루스(Proclus· 412~485)가 기록한 내용이다.

당시 유클리드가 언급했던 ‘왕도’란 원래 옛 아케메네스 왕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페르시아 다리우스 1세(BC 550~BC 486)가 그의 광활한 영토 내에서 효율적인 교통망을 구축하려고 만든 길을 뜻했다. 어쨌든 유클리드 같은 대학자가 자신이 직접 집필한 책에 대해, 그것도 왕이 부탁했음에도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름길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불과 ○주 만에 완성하는 ○○○’라든지 ‘몸짱, 누구나 될 수 있다’ 같은 제목의 운동서적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은 진정한 지름길을 제시한다기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소비자에게 좀 더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일종의 상업적 홍보 방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은 설령 약간의 지름길과 비슷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개개인의 능력과 여건이 다 다르다는 것이다. 즉 어떤 사람에게는 지름길 구실을 할 수 있는 길이 다른 사람에게는 좁고 험준한 비포장도로와 같아서 공연히 힘만 더 들고, 심지어 시간이 더 걸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간은 모두 다른 만큼 각자에게 효율적인 운동 방법도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공연히 있지도 않는 불로초 같은 신기루를 찾아 좁은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느니, 꾸준한 노력을 통해 넓고 반듯한 길에서 자기에게 맞는 운동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 건강운동의 진정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마치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어떤 동굴 안에서 무술 비결이 담긴 책을 발견한 뒤 이를 독파해 사흘 만에 절정 고수가 되는 식의 운동 비결은 있을 수 없다. 모름지기 세상일의 상식적 얼개는 어떤 결과를 얻으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습관화된 의지와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주간동아 2013.11.04 911호 (p78~79)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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