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4

2013.07.01

2012년 한국 정치와 민심 읽기

‘제18대 대통령 선거 투표행태’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3-07-01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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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한국 정치와 민심 읽기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지음/ 한국갤럽/ 320쪽/ 3만 원

    ‘대통령선거’(대선) 태풍이 쓸고 간 2012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은 출렁였다. 신문은 물론 방송, 인터넷, 여론조사기관까지 수많은 예측을 쏟아냈다. 그러나 여론조사를 불신하는 사람도 여전히 많았다. 1987년부터 26년간 6차례 대선을 비롯해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에서 여론조사가 빗나가 몸살을 앓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부 언론사는 보도 경쟁의 도구로 여론조사를 오용했고,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홍보수단으로 여론조사를 남용해 여론조사 불신 풍조를 만들기도 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50.2%,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49.4%.”

    18대 대선이 끝난 2012년 12월 19일 오후 6시 정각, 한국갤럽은 두 후보 간 득표 차이가 0.8%p로 표본조사의 오차범위 안에 있어 초박빙 상황임을 예고했다. 자정 가까이에 나온 개표 결과, 박근혜 후보가 51.6%, 문재인 후보가 48.0%를 득표했다. 1, 2위 득표율에 대한 오차는 ±1.4%p였다.

    한국갤럽이 펴낸 이 책은 지난 1년간의 여론조사 과정을 모두 공개하고, 2012년 1월부터 51주간 정치적 사건과 그에 따른 민심 반응을 매일 조사해 꼼꼼히 기록한 내용을 실었다. 18대 대선 정리 노트이자 비망록인 셈이다.

    정확한 샘플링은 여론조사의 처음과 끝이다. 조사 대상, 표본 추출 방법, 자료수집 방법 등을 포괄하는 조사 설계를 제대로 해야 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한국갤럽은 이를 위해 유무선(집 전화, 휴대전화)을 결합한 임의걸기 방식을 도입했다. 조사 표본에 실제 유권자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했던 것이다. 둘째는 표준화한 방식으로 질문해 유권자의 솔직한 응답을 얻어냈다. 셋째는 선거 기간 중 축적한 응답자 특성과 지지 성향의 연관성을 데이터로 분석해 무응답층의 지지 성향을 추정했다. 마지막으로 지지 성향 분석이 아무리 완벽해도 모든 유권자가 투표하는 것이 아니기에 성별, 연령대별 추정 투표율을 반영했다.



    여기에 다양한 유권자를 특성별로 세분화하려고 ‘카이드 분석’을 동원했다. 카이드 분석이란 변수 간 순차적인 영향력을 파악하고 대상의 특성이 동일한 집단을 도출해낸 뒤 시각적인 해석이 용이하게 나타내는 기법이다. 즉 여러 변수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큰 변수와 후속 변수를 순차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동일 집단을 구분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대선에선 유권자들이 투표할 후보를 언제 최종 확정했을까. 투표자 가운데 65%가 선거 한 달 전 이미 지지 후보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투표 당일 4%, 1~3일 전 8%, 4~7일 전 11% 등 일주일 내 지지 후보를 결정한 사람은 모두 24%로, 유권자 4명 가운데 1명에 해당했다. 그만큼 후보를 꼼꼼히 분석하고 뜯어봤다는 얘기다. 지지 후보를 결정할 때 참고한 매체는 ‘TV 토론’이 54%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신문 및 방송 보도 23%, 인터넷 18%였다.

    민심을 흔드는 굵직굵직한 사건은 각 후보 지지율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한나라당 돈봉투 파문, 안철수 SBS TV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출연, 한나라당의 새누리당으로 쇄신, 민주통합당 및 통합진보당의 야권 연대, 김무성의 백의종군 선언, 19대 총선이 대표적 사례다. 내게 유리한 일은 상대방에게 불리한 일이 되는 법이다.

    책은 이 밖에도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된 사건을 중심으로 후보자 지지율 흐름을 그래프와 수치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거대 여론의 방향, 특정 후보자를 선택한 한국인의 속마음과 지역별, 연령별 특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민심의 온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사람이 세상을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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