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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로 본 법률상식

검찰은 16년간 뭐했나

전두환 추징금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검찰은 16년간 뭐했나

검찰은 16년간 뭐했나

5·18 역사왜곡저지대책위 회원들이 6월 10일 서울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 추징금 미납 규탄 기자회견을 한 뒤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문제가 장장 16년간이나 잊을 만하면 이슈로 떠올라 국민을 답답하게 한다. 추징금에 대한 형의 시효는 3년인데, 국가가 일가 재산이 수천억 원대로 알려진 전씨에게서 제대로 추징금을 징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672억 원이나 되는 미납 추징금을 징수할 수 있는 시효 만료일이 10월로 다가오면서 전씨 일가가 또다시 우리 사회의 공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더구나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국제탐사 보도단체의 협조를 얻어 전씨의 장남 재국 씨가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놓고 싱가포르은행을 통해 현금거래를 해왔다는 사실을 공표해 국민감정에 불을 지펴놓은 상태다.

문제의 추징금은 1997년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반란 및 내란죄 등으로 재판을 받아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형으로 감형된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비롯됐다. 당시 전씨는 반란, 내란죄뿐 아니라 특가법상 뇌물죄 부분에 대해서도 유죄가 확정되면서 2205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1997년 12월 당선인 신분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 주도 하에 전씨는 사면받았지만 추징 부분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해석됐다.

추징이란 범죄에 제공된 물건을 몰수하는 대신 그 가액을 환수하는 것이다. 그리고 추징에 대한 형의 시효는 3년인데, 이는 재판에서 확정된 형을 집행할 수 있는 기한으로, 형의 확정 전 기소해 재판할 수 있는 기한인 공소시효와 구별된다. 그리고 추징 시효는 일부 징수하거나 강제집행을 개시하면 진행이 중단되고 다시 3년의 시효가 시작된다.

1997년 추징 판결 직후 검찰은 312억 원을 징수했고, 3년이 지난 2000년에는 전씨 소유 벤츠승용차와 아들 재국 씨 이름의 콘도회원권 2억900만 원을 추징했다. 그리고 다시 3년이 지난 2003년 전씨는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실제 29만 원을 자진 납부했다. 이후 국민의 분노가 들끓자 검찰은 전씨의 가재도구와 사저 별채를 강제경매해 추가 징수했다. 2004년에는 부인 이순자 씨가 220억 원을 납부했고, 2006년엔 숨겨둔 서울 서초동 땅을 찾아 1억여 원, 2008년엔 은행 채권을 추심해 4만7000원을 추징하기도 했다. 2010년 10월 강제집행을 피하려고 강연료로 받았다며 전씨가 300만 원을 자진 납부했는데, 당시 검찰이 강제집행 대신 자진 납부를 권유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3년이 지난 시점이 오는 10월이 되는 것이다. 참으로 구차하게 끌어온 16년의 추징 시효 기간이었다.



벌금형의 경우 이를 납부하지 않으면 하루 얼마로 계산해 노역장에 유치할 수 있지만 벌금과 달리 추징금을 미납한 경우는 노역장 유치가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추징금에 대해서도 노역장 유치가 가능하게 하고, 추징 시효를 늘리며, 일가친척의 불법재산에 대해서도 추징이 가능하게 하는 세칭 ‘전두환 추징법’을 만들려는 야당의 움직임이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여당 의원은 위헌이라며 반대의견을 표시한다. 어쨌든 전씨 일가를 상대로 한 국민의 스트레스는 최고조에 달한 듯하다.

추징금 징수가 제대로 되지 않은 데는 그동안 검찰의 미온적 대응이 한몫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검찰은 2004년 전씨 차남 재용 씨 명의의 채권 73억 원이 전씨 은닉 비자금이었다는 사실을 재판에서 확인받고도 이를 전씨 명의로 돌려놓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은 이번에는 추징 시효 만료 전까지 전씨 재산을 찾아내 철저히 추징하겠다며 특별팀까지 꾸리고 각오를 다진다.

추징 시효를 다시 연장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판례에 의하면 강제집행을 위해 전씨 소유 가재도구 하나라도 수색하면 시효가 중단된다. 그러나 국민은 단지 추징 시효만 연장함으로써 3년 후 또다시 스트레스를 받길 원하지 않는다. 처, 자식 재산이 수천억 원이나 되는데 정작 자신은 29만 원밖에 없다는 상식 밖의 발언을 우리 법이 그대로 인정하는 현실이 답답한 것이다. 돈이라는 것도 결국 사람이 만들어낸 도구일 뿐인데, 온 국민의 지탄을 한 몸에 받으면서까지 돈을 움켜쥐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전씨에게 묻고 싶다.



주간동아 893호 (p80~80)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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