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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위기의 공공의료 02

전국 지방의료원 폐업 도미노?

34개소 대부분 만성 적자에 허덕…의료 공공성과 수익성의 딜레마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전국 지방의료원 폐업 도미노?

전국 지방의료원 폐업 도미노?
지방의료원 위기는 비단 경남 진주의료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3년 4월 현재 전국 지방의료원은 모두 34개소.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 대도시를 비롯해 전국 도(道)별로 시·군 단위에 산재해 있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건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복지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2012년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 및 지방의료원 운영진단 결과’에 따르면, 2011년도 당기순손익을 따졌을 때 흑자를 기록한 지방의료원은 경북 포항·김천·울진군의료원, 충북 청주·충주의료원, 충남 서산의료원, 제주도 제주의료원 등 7개뿐이다. 복지부가 내놓은 ‘2011년 전국 지방의료원 부채 및 당기순손익 현황’(표1 참조)을 보자.

2011년 7개소만 흑자

경남도가 4월 3일 폐업을 전제로 휴업을 단행한 진주의료원의 누적부채는 약 253억 원(2012년 말 기준 279억 원). 하지만 부채가 없는 지방의료원은 단 한 곳도 없다. 더욱이 전체의 64.7%인 22개 지방의료원이 100억 원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급 지방의료원의 경우, 평균부채는 약 261억 원. 320병상인 진주의료원 부채와 큰 차이가 없다. 전국 지방의료원 총적자도 655억5000만 원에 이른다. 지방의료원당 평균 19억 원가량이다. 결국 적자와 부채가 주원인인 진주의료원 폐업 위기는 전국 지방의료원에 공통적으로 잠재한 위기인 셈이다.

복지부의 운영평가 대상인 ‘지역거점 공공병원’이란 지역사회의 기본 의료 수요를 충족하는 한편, 민간병원이 제공하기 어려운 포괄적, 지속적인 의료 및 보건서비스를 지역에 제공하는 병원을 일컫는다. 즉, 앞서 언급한 34개 지방의료원과 함께 적십자병원 5개소를 통칭한다. 이는 참여정부 때인 2005년 당시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에서 도입한 정책적 개념에 따른 것.



복지부가 이들 병원에 대한 운영평가를 시작한 때는 2006년이다. 이후 평가는 매년 이뤄져왔다. 이례적인 건 지난해 운영평가를 수행한 곳이 민간회계업체인 삼일회계법인이라는 점. 복지부 투입 예산도 3억6000만 원에 달했다. 반면 2006~2009년엔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10~2011년엔 공공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의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운영평가를 맡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평가 결과는 같은 해 10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으로부터 “효율성, 수익성 강화에만 초점을 맞춘 경영진단” “돈벌이 중심의 경영개선 대책 강요 행위”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전 평가수행기관들이 공공의료 강화정책에 대한 전문적 기술을 지원하는 기관인 데 반해, 민간회계업체는 기업의 경영효과를 높이기 위한 재무 중심 컨설팅 전문기업이어서 보건의료 분야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만큼 공공병원 운영평가 담당기관으론 부적합하다는 것. 또한 취약계층 환자 지원, 소외계층의 접근성 강화, 지역보건사업 등의 과정에 대한 평가기준을 삭제하고 현지 평가보다 제출서류에 의존하는 부실한 실적 평가에만 치중함으로써 공공성을 훼손했다는 게 비판 요지다.

공공·지방·중소병원이라는 ‘삼중고’

전국 지방의료원 폐업 도미노?

텅 빈 진주의료원 병동.

이에 대해 김기남 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2011년까지는 평가수행기관과 수의계약을 했는데, 이후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아 2012년엔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삼일회계법인을 연구용역기관으로 결정한 것이며 평가엔 서류, 설문, 현지조사 등 여러 방식을 고루 활용했다”면서 “올해도 공개경쟁입찰로 평가수행기관을 선정키로 하고 조만간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답했다. 복지부의 평가수행기관 선정과 평가과정에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위야 어찌됐든 공공병원 운영평가의 무게 중심이 공공성보다 경영 효율성에 쏠린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복지부는 지난해 공공병원 운영평가 및 진단 결과 발표 당시 관할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지방의료원 경영개선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진주의료원의 경우는 어땠을까.

복지부 공공의료과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각 지자체가 산하 지방의료원에 대한 자체 경영개선 목표 및 이행 계획을 수립했고, 올 들어 그에 대한 이행 여부를 복지부가 모니터링 중”이라면서 “이번에 문제가 된 진주의료원도 지난해 10월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중의 매년 축소, 비용 대비 의료수익의 증가, 토요일 진료, 진료과목 조정 등을 내용으로 한 계획을 제출했는데, 경남도가 계획 이행이 순조롭지 않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해 폐업을 추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지자체는 지방의료원 폐업을 결정한 뒤 복지부에 통보만 하면 된다. 따라서 복지부로서도 진주의료원의 계속적 운영을 강제할 법적 수단은 없다.

복지부가 지방의료원 경영 수지 악화 원인으로 꼽는 것은 낮은 입원 환자 수익성, 의료 수익 대비 높은 인건비 단가, 투자의 비효율성 등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진주의료원에 국한한 것일까. 지난해 공공병원 운영평가에서 진주의료원은 최하등급인 D등급을 받았다(표2 참조). 운영평가는 △양질의 의료 △합리적 운영 △공익적 보건의료서비스 △사회적 책임 등 네 가지 영역에 대한 평가로 구성됐고, 각 항목마다 가중치를 적용해 최종 평가점수를 산출(100점 만점 기준)한 후 전국 지방의료원을 점수대에 따라 A, B, C, D등급으로 분류했다. 이 가운데 A등급을 받은 곳은 김천의료원과 남원의료원뿐이다.

전국 지방의료원 폐업 도미노?
그렇다면 폐업 위기에 몰린 진주의료원과 같은 D등급을 받은 다른 지방의료원의 사정은 어떨까. 역시 D등급을 받은 강원도 삼척의료원 원장으로 재직하다 2월 물러난 박찬병 전 원장(전 지방의료원연합회 부회장)은 “지방의료원은 공공병원, 지방병원, 중소병원이라는 한계에서 비롯되는 삼중고를 안고 있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한다.

“드러내놓고 표방하진 않지만 거의 모든 지자체가 지방의료원 경영에 압박을 가한다. 한마디로 돈벌이를 해서 수익성을 높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병원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적정 진료다. 소신껏 진료하고 민간병원에 비해 낮은 진료비를 받는 것이다. 이는 거꾸로 적자의 주원인이 되지만 과잉진료를 막는 순기능을 한다. 의료급여 환자를 외면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행위를 남발한다면 민간병원과 뭐가 다르겠나.”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장으로 7년, 삼척의료원장으로 6년을 일한 그는 올해 원장직 공모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너무 힘들어 당분간 자유인으로 지내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는 “수원에서 일하다 삼척에 가니 의사 연봉을 수도권 병원보다 40~50%는 더 줘야 했다. 그보다 낮은 보수를 제시하면 아무도 오지(奧地)에 오려고 하지 않는다. 군복무 대신 3년간 근무하는 공중보건의가 있지만 그들은 환자 진료에 대한 사명감이 낮다”면서 “삼척 시내 한 민간병원 의사 수가 5명에 불과한데, 그 병원은 시쳇말로 ‘돈 되는’ 내과, 정형외과만 운영한다. 하지만 삼척의료원은 그럴 수 없다. 공공병원 구실을 제대로 하려면 저수익 필수 진료과목까지 두루 갖춰야 한다. 그래서 환자 수는 적어도 의사 수는 18명에 달한다”며 “의사 부족 현상에 따른 높은 인건비 부담과 만성 적자로 인한 임금체불은 지방의료원들의 공통된 난제”라고 덧붙였다.

가난한 사람이 가는 병원?

삼척시 인구는 7만3000명. 그렇다면 인구 300만 명에 육박하는 대도시 인천의 사정은 어떨까. 21개 진료과목을 둔 인천의료원은 의사가 35명. 다음은 2010년 10월부터 인천의료원에 재직 중인 조승연 원장의 토로다.

“우리 병원의 2012년 적자는 34억 원이다. 시로부터 매년 40억 원씩 지원받는데도 그렇다. 경영수지상으로 사실 진주의료원과 별 차이가 없는 셈”이라며 “민간병원보다 인센티브제가 미약하다 보니 의사들이 장기근속을 꺼려 계속 인력난에 시달리고, 환자 수도 하루 20~30명이 고작인 실정”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인천 동구 방축로에 자리한 인천의료원은 80년 역사를 지녔다. 하지만 1997년 구도심의 저소득층 밀집지역인 신흥동에서 현 위치로 이전하면서 지리적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 데다, 병원으로 이어지는 시내버스 노선도 하나뿐이어서 인천 지역 유일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복지부의 지난해 공공병원 운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은 인천의료원이 이 정도니 공공보건의료가 무너지는 현장은 지방 시·군과 대도시를 가릴 계제가 못 된다. 민간병원과 마찬가지로 건강검진센터, 장례식장을 운영해도 부채를 줄이기엔 역부족이다.

전국 지방의료원 폐업 도미노?

지방의료원연합회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2011년 5월 충남 아산 온양팔래스호텔에서 개최한 지방의료원 노사 공동 워크숍.

복지부의 지난해 공공병원 운영평가에서 83.99점을 받아 1위를 차지한 김천의료원도 부채 144억 원을 안고 있다. 2011년 의료 수익으로만 흑자를 낸 유일한 지방의료원이지만, 환자 만족도 등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1위를 기록했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돼 복지부와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어 경영실적을 둘러싼 논란마저 이는 상태다.

그럼에도 지방의료원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 △교과서적이며, 상업적이지 않은 적정 진료의 수행 △민간병원이 기피하는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제공 △국가 보건의료사업 및 비상 재난상황에 대비한 근본 의료 인프라 기능 △신포괄수가제 등 새로운 의료정책을 시행하기 전 테스트 기관 구실이 그것이다.

공공의료기관 위상 약화

전국 지방의료원 폐업 도미노?

지난해 12월 4일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열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지속가능한 지방의료원 발전’ 촉구 시위.

조 원장은 “2003년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09년 신종플루 유행, 최근 발생한 구미 불산 누출사고 당시 예방 및 현장 진료에 앞장섰던 의료기관은 한결같이 지방의료원이었다”며 “지방의료원 평균 외래진료비 수가가 민간병원 평균의 75%에 그쳐 환자가 몰릴수록 되레 손실이 커지는 구조적 문제를 지닌 만큼, 지방의료원에 시장경제 논리에 따른 효율성 잣대를 들이대는 건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공공병원을 ‘가난한 사람이 가는 병원’ 정도로 여기는 세간의 인식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물론 공공병원이라고 해서 만성 적자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초대원장을 지낸 허대석 서울대 의대 교수(내과학교실)는 “수요·공급 측면에서 볼 때 의료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1950~70년대 당시 도립·시립병원 등 공공병원이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병상 수나 의료장비, 시설 등이 공급 과잉이 돼가는 의료 환경 변화에 맞춰 말기암 환자에 대한 호스피스 완화 의료 등 공공병원 고유의 특화된 강점을 살리지 못한 채 민간병원을 좇아 시설, 장비, 건물 등에 투자하면서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게 경영 효율성이 낮아진 하나의 원인이다. 내가 몸담은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립대 병원도 양적 경쟁을 벌이긴 마찬가지”라고 비판한다. 목마른 사람에게 ‘상수도’를 제공해야 하는 공공사업엔 등한한 채 시장에서 ‘생수’나 ‘정수기’를 파는 민간영역에 더 눈을 돌리다 보니 공공병원으로서의 정체성 위기를 겪게 됐다는 것이다.

진주의료원 사태의 해법이 중요한 까닭 가운데 하나는 이번 사태가 선례로 남아 다른 지방의료원에 도미노처럼 이어질지 모르는 구조조정 우려 탓도 있다. 벌써 강원 지역이 들썩인다. 강원도는 원주, 강릉, 삼척, 속초, 영월 등 5개 지방의료원을 운영하는데, 이들 병원 누적적자가 2011년 기준 840억 원에 육박해 도의회 여야 의원 사이에서 위탁 및 매각, 폐업 등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더욱이 공공보건의료 수행 주체를 민간의료기관으로까지 확대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월부터 시행되면서 공공의료기관의 위상은 한층 약화된 상태다.

문정주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팀장은 “돈벌이 잘하는 병원이 유능한 병원이라는 그릇된 관념을 내세워 진주의료원을 열등생 취급하면서 퇴출시키려는 경남도의 행위는 명백히 의료 공공성을 해치는 처사”라며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을 민간병원으로까지 확대하려는 것도 공공병원을 폐업하고 민간병원으로 하여금 그 구실을 대신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 한국 공공보건의료체계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단치 않은 의료 공공성과 수익성의 딜레마. 지역거점 공공병원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건 박근혜 정부는 어떤 현명한 해법을 내놓을까. 4월 7일은 제41회 ‘보건의 날’이었다.



주간동아 2013.04.08 882호 (p24~27)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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