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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춤만큼 댄스 음악도 성장했네

샤이니 3집

춤만큼 댄스 음악도 성장했네

춤만큼 댄스 음악도 성장했네

샤이니

2008년 샤이니가 ‘누난 너무 예뻐 (Replay)’로 데뷔했을 때 쓴웃음이 나왔다. 2007년 빅뱅이 이미‘거짓말’로 공전 히트를 기록하며 아이돌 개념을 완전히 바꿔놨기 때문이다. H.O.T 이래 한국 아이돌은 모범적이고 착한 이미지로 일관해왔다. 하지만 빅뱅은 비주얼과 태도에서 ‘거리 냄새’를 풍겼다. 말하자면 다크 아이돌이었다. 그런데 샤이니는 정확히 그 반대편에 서 있었다. 슈퍼주니어 이후 급속하게 늘어난 누나팬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그룹임이 분명해 보였다. 멤버 나이와 콘셉트, 데뷔 싱글 제목까지 한철 장사를 노린 기획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반짝하다 사라지고 마는 숱한 아이돌과 비슷한 길을 걸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샤이니가 ‘Ring Ding Dong’을 들고 나오자 그 생각을 접었다. 체크 셔츠를 입고 해맑게 웃던 꼬마들이 고스룩(Goth Look)을 차려입고 하나같이 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가사와 후크의 마력 또한 기존 샤이니가 갖고 있던 이미지를 배반하는 변화였다. ‘Sherlock·셜록 (Cluet+Note)’도 마찬가지였다. 그 또래 보이밴드와는 격이 다른 힘과 소화력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 공개한 3집 앨범 Chapter I.‘Dream Girl-The Misconception Of You’는 곱씹어볼 만한 화두를 던졌다.

대중음악 역사에서 앨범 역사는 단순한 노래 모음에서 하나의 예술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였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활동한 시절만 해도 앨범보다 싱글, 즉 히트곡이 더 중요했다. 이런 통념은 1960년대 깨졌다. 비틀스에 의해서다. 그들은 ‘Rubber Soul’에서 앨범 전체를 하나의 분위기로 만들어냈으며,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에 이르러서는 콘셉트 앨범이라는 개념을 창시했다.

이후 많은 뮤지션이 흐름과 주제를 가진 앨범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록 르네상스라 부르는 1970년대가 그 절정이었다. 팝 황금기였던 80년대에는 마이클 잭슨, 프린스 같은 뮤지션이 예술로서의 앨범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이어갔다. 그 이데올로기는 대중음악 산업을 아티스트와 엔터테이너 진영으로 양분하는 도구였다. ‘싱글 지향=엔터테이너’ ‘앨범 지향=아티스트’라 구분해도 큰 무리가 없었다.

이는 지금의 한국 대중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앨범의 미덕을 찾아볼 수 있는 음악은 압도적으로 싱어송라이터나 밴드 몫이다. 거의 모든 아이돌은 싱글 위주로 활동한다. 짧게는 두어 달 만에 미니 앨범을 발표하며, 갈수록 짧아지는 히트곡 유통기한에 전략적으로 대응한다. 정규 앨범을 내더라도 백화점식 구성이 대부분이다. 아이돌과 그 팬들에게 앨범은 일종의 경력을 쌓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샤이니가 내놓은 3집 앨범은 하나의 작품으로서 음미할 만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타이틀 곡 ‘Dream Girl’에 이어지는 ‘히치하이킹(Hitchhiking)’ ‘Punch Drunk Love’ 3연타는 트리플 타이틀로 가도 손색없는 멋진 댄스 뮤직이다. 특히 ‘히치하이킹’ 리듬과 루프, 사운드는 지난해 에프엑스(f(x))가 ‘일렉트릭 쇼크’ 때 안겼던 웰메이드 일렉트로니카의 쾌감을 떠올리게 한다.



청춘의 가장 즐거운 시절을 만끽하는 듯한 이 다섯 남자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1990년대 댄스 스타일과 고압 직류로 연결된다. 아이돌 앨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발라드와 뮤지컬 스타일 등 백화점식 구성이 아닌, 그들이 지금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악들이 담겼다. 샤이니는 이 앨범에서 놀라운 장악력을 보여준다.

아이돌 음악은 퍼포먼스를 보지 않고 음악만 들을 때 느껴지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음악 주체가 멤버 개개인이 아닌 프로듀서라는 점이다. 멤버들 목소리를 재료 삼아 프로듀서가 만들어낸 제품으로서의 음악. 이는 아이돌 시스템 특성상 당연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샤이니가 내놓은 3집은 긍정적 의미에서 주객이 전도됐다. 춤에 뒤처지지 않는 표현력이 있고,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목소리가 있다. 학습된 게 아닌 안으로부터 나오는 감정도 느껴진다. 이런 샤이니에게 굳이 별명을 붙인다면, ‘성장형 아이돌’이라 하고 싶다. 이 앨범은 음악적 성장 끝에 마주한 2차 성징의 완성일 테고. 샤이니는 곧 3집 Chapter 2.를 낸다고 했다. 앞으로 샤이니가 가야 할 것 같은 길을 담는다고 했다. 부디 그것이 성장 중지가 아니기를 바란다. 그들의 빛은 불완전연소를 모를 테니까.



주간동아 2013.03.04 877호 (p70~70)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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