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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박근혜, 문재인 막판 승부수 04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때려라?

정책 실종 ‘흑색선전’ 기승…근거 없으면 역풍 맞아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때려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때려라?

12월 12일 국정원 여직원 김모 씨가 거주하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민주통합당 당직자들과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대통령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선거(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민주당) 대선후보 진영 간 ‘네거티브’ ‘흑색선전’ 공방이 뜨겁다.

선거일을 8일 앞둔 12월 11일. 진성준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대변인이 제기한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이 흑색선전 공방에 기름을 부었다. 민주당은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연일 대변인 논평 등을 쏟아내며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문 후보 측에서는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한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허위 글이 많이 사라졌다”고 평가한다. 또 국정원 내부 제보인 구체적 증거는 상황을 봐가면서 공개하겠다는 태도다.

거부할 수 없는 네거티브 유혹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사실 무근’이라며 민주당이 제기한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을 ‘제2 김대업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새누리당 ‘문재인 캠프의 불법사찰·인권유린·기자폭행 등 선거공작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심재철 위원장은 12월 13일 “패색 짙은 문재인 캠프가 마지막 히든카드로 불법 막장 행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한성 법률지원단장은 “현행범도 아닌데 사적으로 법을 집행, 개인이 수사기관 일을 하려 한 인권유린”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의 진실이 선거일 이전에 밝혀질 개연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연일 대변인 브리핑과 논평을 통해 가시 돋친 설전을 하며 소모전을 벌인다. 선거일에 가까워질수록 정책 경쟁보다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으로 얼룩지는 악습이 이번 대선에서도 예외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선거전문가들은 ‘결정의 날’이 다가올수록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뒤처진 후보 진영은 네거티브 유혹을 이겨내기 어렵다고 얘기한다. 특히 이번 대선처럼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져 초박빙 승부로 전개되면 막판 부동층 표심이 당락을 가를 수 있어 네거티브와 흑색선전 유혹이 더욱 커진다고 한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민주당으로선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사퇴한 이후 생겨난 신(新)부동층이 박근혜 후보 지지로 돌아서는 것을 막아야만 하는 절박감이 있다”면서 “이 사건을 둘러싼 진실공방을 벌이는 사이 대선이 끝날 수 있기 때문에 ‘이명박근혜’로 묶어 정권심판론을 재점화해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선 민주당이 호재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은 시간이 지나면서 민주당에 조금씩 역풍으로 돌아오고 있다.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해당 국정원 여직원을 사찰하고, 컴퓨터 IP(Internet Protocol·인터넷 프로토콜)까지 추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기 때문. 한 정치전문가는 “상식적으로 보면 국정원 여직원이 특정 후보에게 부정적인 댓글을 얼마나 달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 댓글이 대선에 끼칠 영향력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은 근거(팩트)가 확실치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지만 단시간 내에 사실관계가 명백히 밝혀질 경우 의혹을 제기한 쪽이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 ‘12월 10일 2차 TV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가 아이패드를 이용해 커닝했다’는 의혹 제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이 의혹에 대해 오랫동안 사용해온 가방을 봤을 뿐이라고 해명했고, 당시 TV 토론 장면을 담은 여러 컷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아이패드 커닝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결국 의혹을 제기했던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SNS를 통해 사과했다.

김행 소셜뉴스 위키트리 부회장은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은 결정적인 팩트가 있을 때는 효과가 크지만, 무리수를 두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면서 “아이패드 커닝 의혹 제기는 짧은 시간 안에 사실관계가 확인되면서 오히려 박 후보에게 도움이 됐고,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에는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괴롭혔던 ‘김대업 사건’의 경우도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끼쳤지만, 대선 이후 의혹을 제기한 사람이 대부분 유죄판결을 받지 않았느냐”며 “그럼에도 대선 막바지에는 상대 후보 이미지에 타격을 줘 지지세력이 더는 결집하지 못하도록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린다”고 말했다.

새 국면 맞은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

이번 대선 막바지에 제기된 네거티브 공세는 주로 박근혜 후보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여론조사 지지율 면에서 앞서가는 박 후보의 지지세 확산을 차단하려고 민주당과 그 주변에서 제기한 의혹이 많기 때문이다. 김용민 민주당 노원갑 지역위원장이 출연한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에서 제기한 ‘박 후보가 굿판을 벌였다’는 주장 역시 2009년 육영수 여사 관련 행사라는 해명이 나오면서 해프닝으로 끝나는 모양새다. 또 박 후보의 광화문 유세사진 조작 역시 ‘흑색선전’일 개연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 측은 “새누리당이 많은 군중이 운집한 것처럼 보이려고 사진을 조작하지 않았느냐”고 공격했지만, 새누리당은 오히려 ‘신종 네거티브’라며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대선 막바지 ‘묻지마 네거티브 공세’가 많아지면서 부동층 가운데 정치와 선거에 환멸을 느껴 투표를 포기하려는 경향도 나타난다. 서울지역 한 대학생은 “새 정치를 외치던 후보들이 네거티브와 흑색선전 공방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새 정치는 안 되는구나’ 싶어 실망스럽다”며 “안철수 전 후보를 지지했다가 신부동층이 된 사람 중에는 투표를 포기하려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아니면 말고’ 식 폭로전이 대선을 휘감으면서 선거전은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장이 됐다. 집권 욕망에 불타 본색을 드러낼수록 새 정치를 꿈꾸던 젊은이들이 투표장에서 멀어진다는 사실을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을 제기한 이들이 과연 알기나 할까.



주간동아 2012.12.17 867호 (p26~27)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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