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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꽃 산책

한여름 뜨거움 간직한 ‘주홍빛 하트’

동자꽃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한여름 뜨거움 간직한 ‘주홍빛 하트’

한여름 뜨거움 간직한 ‘주홍빛 하트’
바람도 비도 지나가고 선뜩선뜩 가을 기운이 느껴집니다. 시간의 흐름이 빠르다는 걸 절실히 느끼는 와중에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나이가 들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저는 거기에 더해 올여름 놓치고 만 꽃구경 생각을 하면 아쉬움이 더욱 절실해지곤 합니다.

여름 꽃에 대한 그 미련을 주홍빛 동자꽃을 보며 달래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일하는 광릉숲길을 거닐다 한여름 내내 피었을 이 꽃이 아직도 선명한 꽃빛을 남기고 있어 얼마나 반가웠던지요.

동자꽃은 먼저 이름이 참 특이하지요? 겨울 채비를 위해 마을로 내려간 스님이 눈이 쌓여 돌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스님이 내려간 언덕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앉아 기다리다 그대로 얼어 죽은 동자승을 묻어준 자리에서 한여름 그의 얼굴처럼 동그랗고 발그레한 꽃을 피운 식물이 돋아나 동자꽃이라 이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주홍빛이 워낙 선명한 꽃은 짙어질 대로 짙어진 초록을 배경 삼아 매우 인상적입니다. 석죽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데 우리나라에는 제주도나 울릉도 같은 섬 지방을 제외하고는 어느 산에서나 그리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키는 보통 무릎 높이 정도지만 잘 자라면 허리까지 오기도 합니다. 잎은 줄기에 잎자루도 없이 마주나는 타원형이고, 꽃은 지름이 손가락 두 마디쯤 되며, 꽃잎을 5장 가진 갈래꽃이지만 꽃받침이 통 모양으로 길게 달려 통꽃으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동자꽃은 전추라화(剪秋羅花), 천열전추라(淺裂剪秋羅) 등 한자 이름으로도 불리고, 학명은 리크니스 코그나타(Lychnis cognata)입니다. 속명은 ‘붓꽃’이라는 뜻의 희랍어 리크노스(lychnos)에서 유래했는데, 꽃이 그만큼 아름답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어로는 ‘코리안 리크니스(Korean lychnis)’라고 부르지요.



한여름 뜨거움 간직한 ‘주홍빛 하트’
어디에 쓰이냐고요? 아무래도 관상용으로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다소 습기가 많은 숲 가장자리나 나무 심은 주변에 다른 식물과 함께 식재하면 아주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지요. 야생화는 꽃이 아름다워 심어 놓아도 나무 그늘이 지면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동자꽃은 반그늘이 적당합니다.

꽃잎을 한번 잘 들여다보세요. 꽃잎 끝 쪽이 오목하게 들어가 하트 모양을 하고 있지 않나요? 붉은 심장 모양으로요. 그것도 5개씩이나. 이 작고 소박한 숲 속의 꽃송이들이 얼마나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알 듯도 합니다. 그 붉은빛의 뜨거움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이를 따뜻하게 만드는 주홍빛이어서 참 좋습니다. 우리 꽃의 아름다움이 바로 그런 것 같아요. 평범한 듯하지만 하나하나 마음을 담아서 보면 새록새록 특별한 아름다움이 깊이 들어 있고, 그 안에는 정겨움이 숨겨져 있는….

지나가는 여름에 가졌던 치기 어린 뜨거움이 남아 있거든 동자꽃 주홍빛 꽃잎에 담긴 그 빛처럼 아름답고 의미 있게 갈무리하길 바랍니다.



주간동아 854호 (p72~72)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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