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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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형보다 저축보험 먼저 깨라

보험 해약

  • 김동엽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 dy.kim@miraeasset.com

    입력2012-06-25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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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장형보다 저축보험 먼저 깨라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데 어떡합니까?”

    세계 금융위기와 계속된 경기침체로 서민들 돈줄이 막히면서 저축이나 펀드에 이어 보험마저 해지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고물가와 전셋값 상승으로 생활비 부담이 커진 데다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 압박까지 겹친 탓이다. 흔히 보험을 두고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친구’라 하고, 연금을 ‘노후를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라 하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하는 서민에겐 그저 한가한 소리처럼 들릴 뿐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보험계약자가 직접 해약하거나 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못해 보험계약 효력을 상실하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올해 2월 해지 또는 효력 상실 보험계약은 55만8858건으로 지난해 9월 50만4448건보다 17%나 늘었다.

    본래 보장성보험은 질병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목돈을 지급하는 대신, 중도에 해약할 경우 납부한 보험료의 일부밖에 돌려주지 않는다. 목돈 마련을 위한 저축성보험이나 노후 대비를 위한 연금보험도 보험 가입 초기 수수료가 많기 때문에 조기에 해약하면 손해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보험은 처음 가입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하고, 일단 가입하면 가능한 한 해약하지 않는 편이 좋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보험계약을 해지해야 한다면, 요령과 순서를 따라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정말 해지해서는 안 될 알짜보험 상품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보험계약을 해지해야 한다면, 질병이나 사고를 보장하는 보장성보험보다 저축보험이 먼저다. 하지만 저축보험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해약할 일은 아니다. 저축보험 가운데 확정금리상품은 해약에 앞서 금리부터 확인해야 한다. 현재 보험사가 공시하는 이율이 4%대 후반에서 5%대 초반인 데 반해, 2000년 초반에 판매한 확정금리상품은 보장금리가 10%에 달하는 것도 적지 않다. 이 정도면 지금 대출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저축보험을 해지할 때는 가입기간도 고려해야 한다. 통상 보험계약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여기서 발생한 이자나 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혜택을 준다. 하지만 그 전에 해지하면 보험차익에 대해 소득세(15.4%)를 납부해야 한다. 따라서 가입하고 8∼9년 후 저축보험에서 발생한 차익이 많을 때는 1∼2년 더 기다려 10년을 채운 뒤 해지하는 편이 좋다.

    보장형보다 저축보험 먼저 깨라
    요령과 순서 지켜야 그나마 손해 안 봐

    저축보험을 해지했는데도 자금이 부족하다면 다음 순서는 연금보험이다. 연금보험도 해지에 앞서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개인이 보험사에 가입하는 연금상품은 크게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과 그렇지 않은 ‘일반연금보험’으로 나뉜다. 연금저축에 가입한 근로자나 자영업자는 납입한 보험료에 대해 연말정산 때 연간 400만 원까지 소득공제를 받는 대신 보험금은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해야 한다. 만일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면 그때까지 소득공제 받은 금액과 늘어난 이자에 대해 기타소득세(22%)를 납부해야 한다. 연금저축에 가입한 지 5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는 별도로 해지가산세(2%)도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부득이하게 연금을 해지해야 한다면, 연금저축보다 일반연금보험을 먼저 해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험료 납입이 부담스럽다면 되도록 오래된 연금보다 최근 가입한 연금을 먼저 해지하는 편이 유리하다. 동일한 조건의 보험 가입자가 똑같은 보험료를 납부했다 해도, 오래된 보험에서 더 많은 연금을 수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명이 늘어날수록 보험사는 연금 지급 금액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암보험은 가능하면 유지해야

    그다음으로 해지를 검토해야 할 보험상품은 질병이나 상해에 대비한 보장성보험이다.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 이유는 해지에 따른 경제적 이득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보장성보험은 저축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많지 않은 데다 해지했을 때 환급금이 적어 가계유동성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 계약을 해지한 다음 덜컥 병에 걸리거나 큰 사고라도 당하면 감당해야 할 경제적 손실이 엄청나다. 비가 올 것에 대비해 맑은 날 내내 우산을 들고 다니다 우산을 팔아버리고 나니 비가 내리는 꼴이라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장성보험은 해지하기 전에 어떤 보장을 포기해야 하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자칫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잃는 잘못을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경제사정이 좋지 않으니 일단 보험을 해지했다가 여유가 될 때 다시 가입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보험료가 비싸질 뿐 아니라, 자칫 건강이 나빠지면 가입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특히 암보험은 가능하면 해지하지 않는 편이 좋다. 최근 암 발병률이 높아져 보험금 청구가 많아지면서 대부분의 생명보험사가 손실을 우려해 보험료를 대폭 인상했다. 일부 생명보험사에서는 암보험 자체를 신규로 판매하지 않는다. 게다가 새로 출시하는 암보험은 대부분 3∼5년마다 보험료를 조정하는 ‘갱신형’이다. 따라서 보험금 청구가 많아지면 보험계약 기간 중이라도 보험료가 크게 오를 수 있다. 반면 과거에 출시한 암보험은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하고, 대부분 ‘비갱신형보험’이라 중도에 보험료가 인상될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중복 가입한 실손형 의료보험이 있다면 먼저 해지하는 것이 좋다. 실손형 의료보험이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본인부담 의료비용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요즘 나오는 보험은 병원에서 발생한 의료비의 최대 90%를 보장해준다. 아프면 몸 걱정보다 돈 걱정이 앞서는 서민 처지에선 적은 보험료로 병원비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어 많이 가입하는 편이다.

    보장형보다 저축보험 먼저 깨라

    아무리 ‘돈 가뭄’이 심한 때라도 무작정 보험을 해약했다간 더 큰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실손형 의료보험을 여러 보험사에 중복 가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예를 들어 A, B, C 3개 보험사의 실손형 의료보험을 하나씩 총 3개 가입한 사람이 사고를 당해 본인부담 의료비가 300만 원이 발생했다고 치자. 이 경우 보험가입자는 3개 보험사로부터 각각 300만 원씩 900만 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각 보험사에서 100만 원씩 300만 원을 받는다. 따라서 중복 가입한 실손형 의료보험은 서둘러 해지하는 편이 좋다.

    보장형보다 저축보험 먼저 깨라
    마지막으로 경제사정이 어려워져 보험료를 낼 형편이 안 되지만 보장은 계속 받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보험료 납입을 중단하는 대신 보장받는 금액을 줄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보험가입자가 사망한 경우 2억 원을 지급하는 종신보험의 보장금액을 1억 원으로 줄이는 대신, 향후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것이다. 보험사에서는 이를 ‘감액완납’이라고 한다. 또 ‘연장정기보험’이라고 해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장받는 금액은 그대로 둔 채 보장기간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으로 일반인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은퇴교육과 퇴직연금 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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