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2

2012.06.18

시청자 고통보다 언론 자유가 먼저

‘PD수첩’ 광우병 보도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2-06-18 1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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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자 고통보다 언론 자유가 먼저
    광우병 논란은 아직 진행 중이다. 국민 건강권과 국가 기능, 외교적 현실과 과학 등을 근거로 한 논쟁이 지금도 생생하다. 광우병 논란이 촉발한 촛불시위는 갓 출범한 정권에 심각한 트라우마를 안겼다 하고, 그 내상은 오늘의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로 이어졌다. 광우병 논란의 중심에 방송이 있었다. 장기간 이어지는 방송사 파업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프로그램과 관련해 경영자의 부당한 간섭이나 전횡이 있었느냐 하는 문제다.

    이 와중에 최근 대법원은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과 관련한 판결을 내놓았다. 사법절차는 언제나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 점을 노리고 소송을 남발해 상대방을 위축시키는 이가 있는가 하면, 사법적 논란이 여전하다는 핑계를 들어 뻔한 진실을 드러내길 미루는 경우도 많다. 정치 실종이 낳은 사법과잉시대의 씁쓸한 현실이다.

    ‘과격불법 촛불시위 반대 시민연대(노노데모)’라는 단체는 2008년 9월 4일 2455명의 국민소송인단을 모집해 MBC와 ‘PD수첩’ 담당 PD들을 상대로 사과방송 및 정정보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대리인은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이라는 보수단체 소속 변호사들이었다.

    원고는 “PD수첩이 방송의 공익성·공정성을 추구하면서 객관적이고 진실한 사실을 보도할 의무를 저버린 채 의도적으로 허위 왜곡 방송을 내보냈다”면서 1인당 100만 원씩 합계 24억5500만 원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했다. “먹을거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심이 생겼고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갖게 함으로써 국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상실하는 등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건강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방송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불법 촛불집회와 시위가 열리는 바람에 출퇴근 시 교통 불편을 겪었으며,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문제에 대한 견해차로 가정, 직장, 친지 사이에 불화와 갈등이 생겨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시청자 고통보다 언론 자유가 먼저

    2010년 8월 20일 언론개혁시민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MBC ‘PD수첩’ 결방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1심과 2심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방송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거나 개별적 연관성이 있는 사람들이 아닌 만큼 방송으로 인격권이나 재산권이 위법하게 침해됐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설령 불화와 갈등 등의 정신적 고통을 받았더라도 방송을 제작한 사람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방송의 자유는 주관적인 자유권으로서의 특성을 가질 뿐 아니라, 다양한 정보와 견해의 교환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존립, 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는 언론 자유의 실질적 보장에 기여한다는 특성을 함께 가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방송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권력은 물론 사회의 다양한 세력들로부터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되고 누구든지 함부로 규제하거나 간섭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방송보도 때문에 일반 시청자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는지와, 그 고통의 정도는 시청자가 가진 가치관이나 세계관에 따라 매우 주관적, 임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면서 “일반 시청자의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 방송보도를 한 이에게 불법행위책임을 묻는다면 방송의 자유를 훼손하고 자유로운 의견형성이나 여론형성에 필수적인 방송의 기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민주주의와 공정한 여론 형성을 위한 방송의 기능을 깊이 생각하게 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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