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8

2012.05.21

글로벌 불황 비켜라! 현대·기아차 거침없이 질주

나라별 전략 차종으로 공략… 딜러 고급화로 고객 만족도 제고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s.com

    입력2012-05-21 0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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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불황 비켜라! 현대·기아차 거침없이 질주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현대차 딜러 쇼룸 전경.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거세다. 내로라하는 세계 자동차 기업도 격변하는 시장 요구를 감내하지 못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현대·기아자동차(이하 현대·기아차)는 판매량을 꾸준히 늘리며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으니 세계의 이목을 끌 만하다.

    현대·기아차는 우수한 품질과 차별화한 디자인을 앞세운 중소형차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신흥개발국으로 판매지역을 다변화했다. 또한 고객 니즈를 정확히 간파해 제품에 반영하고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치는 영리한 전략으로 승승장구했다. 최근 고유가와 친환경 규제 강화 여파로 자동차 시장 판도가 크게 달라졌지만, 현대·기아차는 이미 판세를 꿰뚫는 상품개발로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여나가고 있다.

    딜러 공간 고급화 및 딜러 역량 강화

    3월에 열린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위기 진원지인 유럽에서 길을 찾으면 글로벌시장의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다”면서 “생산과 판매, 마케팅 전 부문에 걸쳐 창의적 사고로 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딜러 고급화를 중심으로 한 판매 네트워크와 직영점을 과감히 확대해나갈 것”을 주문했다.

    현대·기아차는 2012년 4월 현재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와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의 유럽 딜러망 1800개와 1483개를 연말까지 현대차 1850개, 기아차 1515개로 늘릴 계획이다. 직영점 확대 전략은 이미 진행 중이다. 2011년 말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인 독일과 프랑스에 직영법인을 설립하면서 프랑스 시장에서 현대차 판매가 전년 대비 50.2% 증가했다. 현대·기아차는 유럽 빅5 시장으로 불리는 독일, 영국,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 직영법인 설립을 마치는 등 과감한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딜러의 고급화에도 박차를 가한다. 현대차는 2009년부터 대대적인 딜러망 관리에 돌입했다. 글로벌 딜러 디자인 표준을 개발해 전 세계 6000여 개 딜러 공간을 리모델링한 게 대표적이다. 제네시스와 에쿠스 등 고급차 판매 확대를 위한 전용공간을 마련하고 뉴욕, 런던, 베이징, 모스크바 등 대도시 핵심 상권에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브랜드 위상을 강화하기도 했다. 특히 2010년 설립한 모스크바 브랜드숍은 자동차업계 최초로 모스크바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 밀집지역인 트베르스카야 4번지에 문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노력 덕에 현대차의 딜러당 판매 대수도 2010년 565대에서 지난해 590대로 증가했으며, 러시아 딜러의 경우 2010년 587대에서 2011년 1010대로 판매량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글로벌 불황 비켜라! 현대·기아차 거침없이 질주

    현대·기아차는 올해 1분기 중국형 아반떼(사진)를 포함해 중국에서 30만 대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차는 딜러 공간 개선뿐 아니라 딜러 직원 개개인의 역량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딜러의 역량은 고객 만족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미 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로 많은 경쟁사가 비용 절감 차원에서 판매망을 축소할 때 현대차는 오히려 우수 딜러를 상당수 영입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활용한 모바일 교육도 시행했다. 3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중남미 딜러대회에서 첫선을 보인 현대차의 딜러 교육 프로그램 ‘Hyundai G.I.F.T(Global Integrated Forum for Dealer Training)’는 판매, 브랜드, 디자인, 마케팅, 서비스 등 8개 부문을 총괄하는 내용으로 ‘딜러를 위한 종합선물세트’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에 중동, 아시아·태평양, 동유럽, 아프리카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향후 국가별 맞춤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만리장성과 유럽의 벽도 뛰어넘어

    글로벌 불황 비켜라! 현대·기아차 거침없이 질주

    기아차는 지난해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남미축구선수권대회 ‘코파아메리카 2011’을 공식 후원했다. ‘코파아메리카 2011 공식 후원 조인식’에 참석한 오태현 기아차 해외영업본부장(가운데)과 남미축구연맹 관계자.

    2007년부터 딜러 역량 강화 프로그램(K-DEP·Kia Dealer Excellence Program)을 시행해온 기아차는 딜러 시설 및 딜러 업무 프로세스, 딜러 교육에 대한 글로벌 표준을 제시하고 딜러 종합평가를 실시해왔다. 기아차는 이것을 바탕으로 개선 활동에 공들인 결과, 2008년 1차 평가에서 702점이던 글로벌 평균 점수가 2010년에는 805점으로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기아차는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딜러를 ‘플래티넘 딜러’로 인증하고 기아차가 후원하는 호주 오픈에 초청하는 등 지속적인 동기 부여로 딜러 역량 개발에 힘쓰고 있다. 3개 입문 과정과 13개 판매 전략 과정으로 이뤄진 사이버 아카데미 교육도 진행 중이다.

    딜러 공간 아이덴티티 글로벌 표준인 ‘레드 큐브(Red Cube)’를 적용한 딜러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11년 구축한 1000여 개의 레드 큐브는 독창성과 심미성을 띠며 현지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쇼룸 방문객도 2배 이상 증가했다. 딜러 공간과 운영 표준에 대한 평가를 정기적으로 실시함으로써 질적 향상도 도모하고 있다.

    캐나다 리치먼드의 한 기아차 딜러는 “딜러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실시한 후 제네시스 같은 고급차를 구입하려고 숍을 찾는 고객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딜러 공간 및 딜러 역량 강화를 통한 딜러 고급화가 자동차 판매량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의 약진은 전 세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나라가 중국이다. 연초에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판매 부진에 시달렸지만, 전략 차종이 꾸준한 인기를 모으면서 1분기 중국 판매 대수를 30만 대 가까이로 끌어올렸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중국 자동차 시장 판매 목표는 125만 대(현대차 79만 대, 기아차 46만 대)로, 1분기에만 29만4774대를 판매해 올해 목표치의 4분의 1을 이미 달성했다. 하반기부터 현대차 베이징 3공장이 가동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당초 목표를 넘어서는 판매 실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1분기 판매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수치다. 구체적으로는 현대차가 1.4% 늘어난 18만5257대, 기아차는 14.7% 증가한 10만9517대다.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판매 증가 속도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위축된 분위기를 감안하면 의미가 더 크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1분기 중국 자동차 시장 전체 판매량(승용차 기준)은 377만 대로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이 같은 판매 증가는 현대·기아차의 디자인과 품질에 대한 중국 고객의 신뢰 및 인지도가 상당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 국영방송 CCTV가 주관한 ‘2011년 올해의 차(2011 Car of the Year)’에서 현대차 쏘나타가 중형차 부문 1위를, 기아차 K2가 소형차 부문 1위를 차지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쏘나타는 중형차 부문 1위와 함께 전 차급을 통틀어 한 차종에만 수여하는 ‘올해의 차 대상’을 차지해 2관왕을 달성했다. 기아차의 중국 전략형 소형차 K2가 유독 경쟁이 치열하던 소형차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점도 의미가 크다.

    다임러와 BMW 제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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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유럽 ‘올해의 차체 기술상’에 선정된 현대차 i40.

    유럽에서도 현대·기아차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시장 수요가 전년 대비 1.4% 감소한 1357만3550대였던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전년 대비 11.5% 증가한 39만8129대, 기아차는 11.8% 증가한 29만3960대를 판매했다. 2010년 14위와 17위를 기록했던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 순위도 11위와 13위로 상승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량을 합치면 다임러(5.0%)를 제치는 규모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2월에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3.4%와 2.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해 BMW그룹(5.4%)을 넘어서기도 했다.

    3월에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도 12만7233대를 판매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기아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세를 보이며 5만7505대를 판매해 1994년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월간 판매 대수 5만 대를 돌파했다. 현대차 역시 3월에 사상 최대치인 6만9728대를 판매해 7만 대 고지를 눈앞에 뒀다.

    현대·기아차 약진의 배경에는 각국 특성에 맞춰 유연하게 선보인 전략 차종의 성공이 자리한다. 자동차 본고장인 유럽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준중형차 시장을 공략했던 현대차 i30와 기아차 씨드가 대표적이다. 러시아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전략 모델은 3월 현지 수입차 부문 1위와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유럽기업인협회(AEB)에 따르면 현대차 쏠라리스는 3월에 1만592대가 판매돼 전년 동월 대비 57% 증가했으며, 기아차 뉴 리오는 같은 기간 95% 늘어난 7100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인도에서는 편의장치를 줄여 가격을 낮춘 이온이 자동차 한류를 이끈다. 지난해 9월 처음 현지에 소개한 이온은 2월에 1만480대가 팔려 현대차 중에서 인도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지난해 11월에는 ‘중동 올해의 차(Middle East Motor Awards)’에 현대·기아차 4개 차종이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 엘란트라(아반떼)가 준중형차 부문 1위, 액센트는 소형차 부문 1위, 기아차 옵티마는 중형차 부문 1위, 스포티지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지난해 8월 판매에 들어간 기아차 옵티마와 쏘울, 소형차 리오(프라이드)가 상승세다. 현대차는 쏘나타가 꾸준한 인기를 모으는 가운데 엘란트라가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면서 판매량이 늘고 있다. 벨로스터는 매장에 갖다놓기가 무섭게 팔린다고 한다. 프리미엄 전략 차종인 제네시스와 에쿠스도 사상 최대 실적인 2164대와 352대를 판매했다. 엘란트라는 ‘북미 올해의 차’에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 올해의 차’에 선정되면서 아프리카에서도 선전 중이다.

    현대·기아차의 약진은 세계 각국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글로벌 전략과 공격적 마케팅, 고급화한 판매 시스템이 질적 성장으로 이어진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자동차 한류를 개척하는 현대·기아차의 비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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