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0

2012.03.26

튀는 외모에 깔끔한 실내 ‘연비왕’에 등극하나

푸조 뉴308

  •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입력2012-03-26 1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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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는 외모에 깔끔한 실내 ‘연비왕’에 등극하나
    고효율 자동차가 잇따라 나오지만 한 번 주유로 10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차는 흔치 않다. 그것도 자동차 회사에서 연비를 높이려고 극도로 조심하며 운전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주행 패턴으로 1000km를 넘게 달리는 차는 극히 드물다. 수많은 차를 운전해본 기자도 하이브리드나 경차를 빼고 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차는 손에 꼽을 정도다.

    기름값이 하늘을 찌르는 시대에 알뜰 운전자의 눈길을 확 끌 만한 자동차를 만났다. 프랑스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2012년형 푸조 뉴308이 그 주인공. 뉴308은 e-HDi 1.6ℓ디젤엔진에 푸조 3세대 스톱 앤드 스타트 시스템을 적용해 공인연비 22.6km/ℓ를 달성했다. 계산상으로 60ℓ 용량의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면 1356km를 주행할 수 있다.

    실제 주행에서 연비는 어느 정도 나올까. 주말에 기름을 가득 채운 후 서울을 출발해 경남 창원시와 전북 임실군, 충남 천안시를 거쳐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긴 여정에 나섰다. 중간에 남해와 지리산도 돌아보며 1박2일간 총 1028km를 달렸다.

    # 개성 넘치는 외모에 개방감 일품

    뉴308은 디자인이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귀의 커다란 입을 떠올리게 하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양옆으로 쭉 째어진 전조등, 큰 사자 모양의 엠블럼(emblem) 등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볼 만큼 개성이 뚜렷하다.



    실내 디자인은 철저한 프랑스식 실용주의를 닮아 단순하고 깔끔하다. 센터페시아에는 오디오와 공조 시스템 제어 버튼 몇 개, 작은 수납공간이 있을 뿐이다. 계기판은 속도계와 연료게이지 등 주행정보를 알려주는 4개의 둥그런 표시창이 있으며, 중앙에 연비와 주행거리 등을 알려주는 정보창이 별도로 있어 경제운전에 도움을 준다.

    푸조가 뉴308을 홍보하면서 내세운 광고문구 중 하나는 ‘당신만의 하늘을 소유하세요!’다. 세계 최초로 해치백 지붕 전체를 덮는 1.26m2 크기의 파노라마 글라스루프를 장착해 개방감이 일품이다. 자외선을 차단하는 특수유리를 사용한 덕에 주행 중에도 차에서 눈과 비, 하늘을 즐길 수 있다. 햇빛이 너무 강하면 버튼을 눌러 블라인드를 치면 된다.

    # 6단 전자제어 변속기의 장단점

    뉴308의 고연비를 가능케 한 일등공신은 6단 전자제어 변속기(Mechanical compact piloted gearbox·MCP)로 클러치페달이 빠진 수동변속기라고 보면 된다. 연비가 높은 수동변속기를 사용하고 싶지만 조작을 불편해하는 운전자를 위해 반자동변속기 개념의 MCP를 처음 개발했다.

    자동변속기는 기어를 D모드에 놓으면 가속페달 조작 없이도 차가 움직여 정차 시 브레이크페달을 밟아야 하지만, MCP는 동력을 완전히 끊어주기 때문에 가속페달을 밟아야만 차가 움직인다. 그 덕분에 불필요하게 구동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MCP 레버는 P(정차) 없이 R(후진), N(중립), A(자동주행), S(스포츠), M(매뉴얼) 총 5가지 모드로 구성했다. 차량을 주차시킬 때는 N모드에 놓고 핸드브레이크를 당겨야 한다. 만약 수동변속으로 주행하고 싶으면 M모드에 놓고 레버를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스티어링 휠 아래의 패들시프트를 조작하면 된다.

    MCP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서서히 속도가 올라가다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차가 울컥하는 변속 충격이 크게 느껴진다. 탑승자의 상체가 앞으로 휙 쏠렸다가 제자리로 돌아올 정도다. 고단으로 갈수록 충격은 덜하지만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튀는 외모에 깔끔한 실내 ‘연비왕’에 등극하나
    # 뛰어난 정숙성과 정확한 핸들링은 자랑

    준중형차임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정숙성이 뛰어난 편이다. 노면소음이 약간 있지만 엔진소음이나 풍절소음은 고속에서도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푸조의 자랑 중 하나는 부드럽고 정확한 핸들링이다. 핸들링 하나만 놓고 보면 고급 세단 부럽지 않다. 묵직한 스티어링 휠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하게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방향을 틀어준다. 하체도 단단한 편이라 커브에서도 불안하지 않다.

    #한 번 주행에 1000km 이상 주행 가능

    “스톱 앤드 스타트 기능을 사용하면 시동을 껐다 다시 켜는 순간에 연료를 많이 소비하지 않을까요?”

    시승 중 동승자가 재미있는 질문을 했다. 정답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이다.

    차량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정차 시 시동을 껐다가 출발하려고 다시 켜는 순간 약 5초간 공회전에 필요한 연료를 소비한다. 그러니까 5초 이상 정차할 경우라면 연료를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반적인 도심 주행에서 이 기능만으로 평균 7~15%의 연료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기자는 한 번 주유에 1000km 이상 주행했을까. 결론은 실패였다. 긴 여정을 마치고 서울 초입에 들어서자 연료게이지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여기까지 주행거리는 957km였다. 10여km를 더 달린 뒤 기름을 넣었다. 하지만 과속과 급가감속 등 거친 주행 조건을 감안하면 높은 연료효율이다. 최근 푸조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뉴308 연비마라톤 대회에서 1위 기록은 41.6km/ℓ, 전체 참가자 평균은 26.4km/ℓ였다.

    사이드미러가 뒤쪽을 충분히 비춰주고 좌석도 넓어 운전하기에 편했다. 내비게이션이 없는 점은 불편했다. 판매가격은 3190만 원이고, 왜건형인 뉴308SW는 3390만 원이다.

    튀는 외모에 깔끔한 실내 ‘연비왕’에 등극하나

    뉴308의 e-HDi 디젤엔진은 스톱 앤드 스타트와 6단 전자제어 변속기 등과 조합을 이뤄 22.6km/ℓ라는 연비를 달성했다(왼쪽). 개성 넘치는 외모와 대비되는 깔끔한 느낌의 실내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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