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8

2012.03.12

쓰레기가 될 갈비뼈 마구 수입해도 되나

수입 쇠갈비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입력2012-03-12 11: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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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가 될 갈비뼈 마구 수입해도 되나

    수입 갈비로 끓인 갈비탕이다. 뼈에서 나오는 맛도 국물에 있을 것이나 갈비탕 맛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한국인은 갈비를 참 좋아한다. “뼈 바로 옆의 살이 가장 맛있다”는 ‘신화’가 널리 퍼진 덕이다. 갈비라 하면 흔히 쇠갈비를 말하는데, 그것을 먹을 형편이 안 되니 갈빗살로 만들지 않은 음식에도 돼지갈비, 닭갈비, 고갈비 등 갈비라는 이름을 붙인다. 갈비가 맛있다는 ‘신화’는 어떻게 번진 것일까.

    한반도에서는 옛날부터 소를 키웠다. 그렇다고 쇠고기를 충분히 먹을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다. 논을 갈고 수레를 끌어야 하는 일소였기에 함부로 잡을 수 없었다. 조선시대에도 수차례 ‘소 도살 금지령’을 내려 ‘일꾼’이 줄어드는 것을 방지했다. 그래도 눈을 피해 소를 잡아먹기는 했는데, 튼튼하고 일 잘하는 소는 잡지 않았을 것이다. 늙은 소, 병든 소, 발육이 부진한 소 등이 도살 대상이었을 것이다. 이런 소의 고기는 과연 어떨까.

    먼저 지금 우리가 먹는 소 특히 한우를 보자. 한우는 30개월 정도 키운 뒤 잡는다. 이는 사료를 먹여봤자 몸무게가 더는 늘어나지 않는 때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소의 자연 상태 수명은 18~20년이다. 그러니 이 정도면 송아지에서 막 벗어난 소를 잡는 것이다. 따라서 요즘 우리가 먹는 한우 고기는 대체로 연하다.

    그러면 옛날의 한우 고기는 어땠을까. 늙고 병들거나 발육이 부진한 소의 고기는 말할 것도 없이 질기다. 그때의 쇠고기가 얼마나 질겼는지 짐작할 수 있는 조선시대 조리법이 있다. 1809년 저작물인 ‘규합총서’에 나오는 조리법이다.

    “쇠고기를 썰어서 편으로 만들고 이것을 두들겨 연하게 한 것을 대나무 꼬챙이에 꿰어 기름장으로 조미해서 기름이 충분히 스며들면 숯불에 굽는데, 구운 것을 급히 물에 담갔다가 꺼내고 굽고 또는 물에 담그는 일을 세 번 되풀이하고 기름을 바른 후에 또 굽는다.”



    중간 중간 물에 담그면서 굽는 방법을 두고 어떤 전통음식 연구자는 ‘조상의 지혜가 이러니저러니’ 하는데,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고기를 굽다 물에 담그면 고기 밖으로 나온 육즙이 씻겨 맛이 없어질 뿐이다. 우리 조상이 고기를 ‘맛없게’ 굽는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고기가 질겨 그렇게라도 굽지 않으면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짝 구워 결대로 찢어 먹었을 것이다.

    그 질긴 쇠고기 중에서 그래도 덜 질긴 고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게 바로 갈빗살이다. 갈비에 붙어 있는 살은 평소 움직임이 거의 없는 부위의 것이다. 지방도 적당히 붙어 있다. 갈비를 최고의 쇠고기 부위로 여긴 것은, 그러니까 먼 옛날부터 있었던 일이라 생각할 수 있다.

    갈비를 재료로 한국인이 해먹는 음식은 구이, 찜, 탕이다. 갈비에 붙은 살만 발라 먹을 뿐 뼈까지 먹는 것은 아니다. 탕이나 찜을 하면 뼈에서 조금의 맛 성분이 나올 수 있겠지만, 그 맛에 기대는 음식은 분명 아니다. 그러니까 갈비는 뼈가 있기는 하지만 그 뼈에 붙은 살이 음식 재료이자 음식 맛을 결정짓는 부위다.

    우리는 쇠고기를 많이 수입한다. 한국인이 충분히 먹을 만큼 소를 키우지 못하고 가격도 비싸니 수입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갈비를 많이 들여온다. 수입 갈비로 굽고 찌고 탕을 만들어 먹는다. 수입 갈비를 보면서 문득 한국인의 갈비 선호가 지속되는 것이 마땅한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갈비뼈는 조리 과정에서 맛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고기는 갈비입니다’ 하는 증명으로 뼈가 붙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장식의 뼈’를 비싼 운임을 부담하며 들여온다. 살을 먹고 나면 그 뼈는 쓰레기가 된다. 돈 들여 쓰레기를 수입해 이 땅에 버리는 것이다. ‘수입 갈비를 먹어야 하는가’라는 문제는 환경 문제일 수도 있는 것이다. 먹는 일이 이리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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