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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미식생활

연하고 쫄깃한 식감 샥스핀 안 부러워!

상어껍질묵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연하고 쫄깃한 식감 샥스핀 안 부러워!

연하고 쫄깃한 식감 샥스핀 안 부러워!

안동 경당종택의 상에 올라온 상어껍질묵이다. 보들보들한 것이 상어에서 나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중국음식 중 최고의 맛으로 샥스핀 요리를 꼽는다. 상어 지느러미 요리다. 그런데 이제 이 요리를 먹는 것에 문제가 생겼다. 지느러미를 얻으려고 상어를 마구 잡는데, 이곳저곳에서 이에 제동을 걸기 때문이다. 남획만이 문제가 아니라 지느러미를 채취하는 과정 자체가 엽기적이라 샥스핀 퇴출이 빠른 속도로 번져나갈 수도 있다. 상어를 잡아 지느러미만 베어낸 뒤 바다에 버리는 장면을 보고 나면 그 맛난 샥스핀에서 피비린내가 물씬 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 유명 호텔이 샥스핀 요리를 내지 않겠다고 했으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상어 지느러미를 채취하는 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상어는 우리나라에서도 제법 먹는다. 지느러미만 먹는 것이 아니라 부위를 가리지 않는다. 살은 찌거나 굽고 내장은 삶아서 먹는다. 껍질도 모아서 묵을 쑤어 먹는다. 지느러미만 베어 먹고 나머지를 죄다 버리는 그들과는 다르다.

안동, 영주, 영천, 봉화, 청송, 의성 등 경북 내륙지역에서는 상어고기를 제사 음식으로 쓴다. 또 귀한 손님이 왔을 때도 이 음식을 낸다. 이곳에서는 상어고기를 돔배기, 돔배, 돔배고기 등으로 부른다. 상어고기를 제사 음식으로 쓰게 된 것은 물류 사정 때문이었다. 옛날엔 교통수단이 여의치 않아 경북 해안에서 내륙까지 해산물을 실어 나르려면 이틀은 꼬박 걸렸다. 그래서 제사상에 올릴 수 있는 어물은 말리거나 소금에 절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중 상어는 쉽게 상하지 않아 해안과 내륙을 오가는 상인들에게 꽤 인기 있었다. 상어가 쉽게 상하지 않는 것은 가죽으로 배출하는 배설물 요소가 암모니아 발효를 일으켜 부패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홍어가 발효되는 것과 똑같다. 그래서 묵힌 상어고기에서 톡 쏘는 암모니아 향이 짙게 난다.

보통은 홍어를 ‘최악의 냄새’가 나는 음식으로 여기지만 이는 잘못 아는 상식이다. 상어고기도 홍어 못지않다. 코끝을 똑 쏘며 덤비는 것이 ‘징하다’. 요즘엔 이런 상어고기를 만나기 어렵다. 냉장시설이 좋다 보니 상어가 잘 삭지 않는 것이다. 필자 입에는 맹탕의 상어고기는 영 맛이 없다. 상어나 홍어나 톡 쏴야 제맛이다.

상어 내장 수육은 경북 내륙에는 많지 않고 부산이나 포항 등 바닷가에 흔하다. 상어를 유통할 때 바닷가에서 살만 발라 내륙으로 보내기 때문일 것이다. 씹는 느낌은 돼지창자와 비슷한데, 씁쓰레한 맛에 적응하려면 여러 차례 먹어야 한다. 식당에는 없고 어시장 좌판에서나 맛볼 수 있다.



조선시대 조리서 ‘음식디미방’은 안동 지방 사대부 집안의 음식 조리법을 정리해놓은 것이다. 며느리와 딸에게 알려주려고 썼는데 필자는 ‘정부인 안동장씨’로 돼 있다. 그의 친정은 안동시 서후면 경당종택으로, 조선 중기 학자인 경당 장흥효의 종가다. 장흥효는 ‘음식디미방’을 쓴 안동장씨의 아버지다.

근래에 경당종택에서 종부가 차려주는 밥을 먹었다. 음식은 소박했고 양념도 강하지 않아 경북 사대부가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 ‘음식디미방’에 있는 그 음식은 아니라 해도 종택의 내력이 그러니 조선시대 음식을 맛보는 듯했다.

이 경당종택의 상에 상어껍질묵이 나왔다. 처음에는 족편인 줄 알았는데, 그보다 더 부드러워 여쭸더니 상어껍질묵이라 했다. 연한 간장 맛에 달콤함까지 있었다. 상어고기 다루는 가게에 부탁해 모아놓은 껍질을 가져와 쑨 것이라 했다. 중국사람 불러다놓고 상어에서 버릴 것은 없다고 요리 교육을 해도 될 법했다. 이것을 가르치면, 중국인은 상어를 껍질만 벗겨 쓰고 나머지는 버리려나.



주간동아 2012.02.20 825호 (p68~68)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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