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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 인터뷰

“우선은 주부로 맛있게 살림하고 가족 늘릴 겁니다”

‘홍콩댁’ 방송인 강수정

  • 김명희 여성동아 기자 mayhee@donga.com

“우선은 주부로 맛있게 살림하고 가족 늘릴 겁니다”

“우선은 주부로 맛있게 살림하고 가족 늘릴 겁니다”
2008년 재미교포 매트 김(39)과 결혼한 방송인 강수정(35)의 신혼생활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바 없다. 외국계 금융회사에 다니는 남편을 따라 일본 도쿄와 홍콩 등 외국에서 생활한다는 정도가 전부다. 케이블 채널 등에서 활약하던 강수정이 2011년 초 이후 방송활동을 중단하면서 그의 근황은 더욱 베일에 가려졌다. 최근 만난 그는 “홍콩에서 살림에 전념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자 남편을 만나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편하게 살 것 같지만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 두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홍콩 주부와 달리, 청소와 요리를 직접 하느라 손에 물기 마를 날이 없다”고도 말했다.

한국음식 전파하는 데도 열심

그런 그가 1월에 남편으로부터 한 달의 ‘휴가’를 받아 귀국했다. 2009년 봄부터 2010년 가을까지 1년 반 동안 도쿄에서 생활하며 구석구석 맛집을 탐방해 엮은 책 ‘맛있는 도쿄’(페이퍼북) 출간에 맞춰 팬 사인회 등을 하기 위해서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내면 다른 사람에게도 “한번 먹어보라”고 집요하게 권하는 성격인 그는 책을 내기 전 ‘푸드파이터’라는 음식 블로그(www.foodfighter.co.kr)를 운영했는데, 이것을 바탕으로 책을 펴냈다. ‘푸드파이터’는 “음식 많이 먹기 대회에 출전한 사람처럼 먹을거리 앞에서 정신을 못 차린다”며 개그맨 지상렬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친정식구 모두 음식을 많이, 빨리 먹어요(웃음). 그래도 오빠가 가장 천천히 먹는 편인데, 그런 오빠도 사회에 나가면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수준이니까요. 제 결혼식 때 친정아버지가 많이 우시기에 식이 끝나고 안아드리려고 갔더니, 펑펑 우시는 와중에도 스테이크를 한 접시 다 드시고 남은 소스에 빵을 찍어 드시더라고요(웃음).”

강수정은 자신의 ‘맛에 대한 열망’이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태아 때부터 영양 섭취를 워낙 잘해 4.3kg 우량아로 태어났다는 것.



“엄마가 신생아실에 저를 보러 왔는데, 웬 커다란 아기가 눈을 뜨고 있더래요. 속으로 ‘백일 된 아기가 신생아실에 있어도 되나’라고 의아해했는데, 그게 바로 저더래요(웃음). 화를 잘 안 내는 편이지만 끼니를 제때 못 먹으면 좀 날카로워져요. ‘1박2일’처럼 거의 굶으면서 하는 프로그램은 절대 못할 것 같아요.”

“우선은 주부로 맛있게 살림하고 가족 늘릴 겁니다”
그런 그에게 인생의 한 장면 한 장면은 음식과 함께 기억된다. 공부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었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엔 햄버거와 치즈를 얹어 구운 감자, 쇠고기당면볶음에서 위안을 얻었다. 아나운서 시험에서 여러 차례 고배를 마신 그는 그때마다 엄마 앞에서 “이번에도 또 떨어진 것 같아”라며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잔뜩 시켜놓은 음식을 다 먹어치웠다. KBS 입사 최종 면접을 마치고 가장 먼저 달려간 곳도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맛있는 도쿄’에는 초밥, 튀김, 면, 베이커리, 디저트 등을 파는 식당이 106곳 등장한다.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에서 최고점인 별 3개를 받은 식당에서부터 동네 골목에 자리한 소박한 식당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맛의 향연이다. 그는 책에 실린 이 모든 식당을 도쿄 생활 1년 반 동안 섭렵했다고 한다.

그는 일본의 맛을 한국에 알리는 것 못지않게 일본이나 홍콩 지인에게 한국음식을 전파하는 일에도 열성이다. 특히 담백한 맛에 익숙한 일본사람이 김치, 불고기 같은 한국음식을 한번 맛보면 그 맛에 중독돼 자꾸 찾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제가 아는 일본사람은 한국음식이 다 맛있다고 해요. 전에는 안 먹던 마늘이 들어간 음식을 많이 먹으니까 입냄새 제거제가 필수품처럼 됐어요. 일본에도 김치가 있지만, 더 맵고 짠 한국 김치를 좋아하고요. 일본인 친구가 한국 김치를 어찌나 먹고 싶어 하던지 가져다줬더니 볶아 먹고, 찌개도 만들어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일본사람은 비싼 물건보다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을 선물받으면 좋아해요. 반면 홍콩사람은 한국음식보다 화장품을 더 좋아하죠. 한국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국 화장품이 얼마나 좋기에 연예인들 피부가 저렇게 고우냐’는 질문을 많이 해요.”

홍콩에서 사는 요즘도 그는 종종 주말을 이용해 2박3일 코스로 도쿄 맛여행을 떠난다. 금요일 밤 비행기로 도쿄에 가서 다음 날 오전 7시부터 먹기 시작해 아침, 점심, 저녁에 간식, 디저트,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점심까지 모두 7끼를 먹고 일요일 오후 비행기로 홍콩에 돌아오는 식이다.

하지만 홍콩에선 외식을 거의 하지 않고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결혼 전 신부수업을 받을 때 방배동의 유명 요리선생에게서 배웠다는 그의 요리 실력은 자신이 평가하기에 ‘괜찮은 편’. “예쁘게 모양을 내지는 못하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려 노력하고, 무엇보다 스피드 면에서 ‘신의 손’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주부로 할 일 끝내면 다시 방송 시작

“우선은 주부로 맛있게 살림하고 가족 늘릴 겁니다”
그의 남편은 집과 회사밖에 모르는 가정적인 스타일이라고 한다. 10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남편은 하버드 MBA 출신으로, 현재 홍콩 금융회사에서 일한다. 강수정은 “남편이 하버드 로스쿨에도 합격했지만 MBA를 선택했다”고 귀띔했다. 시누이는 예일대 법대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이라고 한다.

“남편이 아침 6시 반에 출근하는데, 토스트나 가래떡 같은 걸로 아침을 차려줘요. 남편은 제가 함께 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아침을 먹지 않더라도 앞자리에 앉아 말벗이 돼주죠.”

남편이 출근한 뒤에는 집 안 정리를 하고 어학원에서 영어, 일본어, 광둥어를 배운다. 처음에는 영어와 일본어만 배웠는데 광둥어까지 배우기 시작한 이유는 최근 몇 년 사이 홍콩이 급속히 중국화하면서 영어만으로는 의사소통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여러 언어를 동시에 배우는 게 힘들 법도 한데 “시험에서 점수 잘 받으려고 벼락치기로 공부하는 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는 없다”며 “다만 실력이 부쩍부쩍 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학원수업을 마치면 장을 봐서 저녁을 준비한다. 남편은 퇴근 후 택시를 타면서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도착 15분 전’ 혹은 ‘20분 전’.

“그 시간에 맞춰 저녁식사를 준비하라는 얘기죠. 어떨 때는 ‘내가 5분 대기조인가’ ‘(남편이) 출장 좀 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워낙 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잘 먹어줘서 그걸로 만족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더군다나 저는 혈액형이 O형이라 누가 ‘잘한다’고 하면 더 열심히 하거든요.”

깨가 쏟아지는 신혼생활 이면에는 방송에 대한 그리움도 있다. 강수정은 결혼 초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방송활동을 했지만, 자신을 위해서나 프로그램을 위해서나 최선이 아니라고 판단해 당분간 일을 접기로 했다.

“일일 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고 주간 프로그램도 역부족이더라고요. 매니저로부터 일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괜히 아쉽기도 하고, 그 프로그램을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보면 배가 아프기도 하고…. 하지만 인생에는 스텝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결혼했으니까 먼저 주부로서 해야 할 일을 하고, 그 일을 끝내면 다시 방송을 시작할 생각이에요.”

그는 지난해 봄 큰 시련을 겪었다. 쌍둥이를 임신했다가 유산한 것. 밝고 에너지 넘치는 그지만, 그 순간만큼은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힘들 때마다 ‘기적의 입버릇’이라는 책을 꺼내 읽는데 거기에 ‘꿈도 자꾸 소리 내서 여러 번 말하면 현실이 된다’는 구절이 있어요. 당장은 힘들어도 ‘잘될 것이다,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라고 주문을 외면 그 상황을 이겨낼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지금 제가 상상하는 건 가족이 늘어서 집이 북적북적해지는 거예요. 남편과 저의 가장 큰 숙제이자 바람이죠.”

그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심어주는 음식이 그의 간절한 꿈도 이뤄줄 것이라 믿는다.



주간동아 2012.02.20 825호 (p69~71)

김명희 여성동아 기자 may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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