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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 인터뷰

“가요도 만들고 예능에도 출연하고 이젠 대중 속으로”

첫 앨범 발매 10주년 피아노 시인 이루마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가요도 만들고 예능에도 출연하고 이젠 대중 속으로”

“가요도 만들고 예능에도 출연하고 이젠 대중 속으로”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 배경음악으로 자주 듣는 ‘Kiss the rain’ ‘Maybe’ ‘River flows in you’ ‘When the love falls’ 등 유려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만든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34). 뽀얀 얼굴, 동그랗고 큰 눈 때문에 불거졌던 ‘일본인 혼혈설’은 해묵은 이야기가 됐다. 조잘조잘 수다 떨기를 즐기는 이 유쾌한 청년이 사진으로 봤던 그 사람과 동일인인지 확인하려고 눈을 크게 뜬 순간, 그의 프렐류드(prelude)가 다시 연주되기 시작했다.

개그 프로와 수다 즐겨

이루마는 첫 앨범 발매 10주년을 맞아 베스트 앨범 ‘The Best - Reminiscent 10th Anniversary’를 내놓았다. 그가 가장 좋아한 곡과 사람들이 사랑해준 곡에 신곡을 더했다. 타이틀 곡은 ‘Reminiscent(회상)’. 10년이라는 ‘이루마의 시간’을 한 앨범에 담아 들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간 계속 생각해온 작업이었어요. 같은 곡을 공연할 때마다 달리 편곡해서 연주했는데 그걸 앨범에 넣고 싶었죠. 제 음악을 사람들이 쉴 때 가장 많이 듣기 때문에 잔잔하게 연주했어요. 옛날에 연주한 ‘Kiss the rain’이 박자의 정확성을 따졌다면, 이번에는 숨 쉬는 것 같은 자유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앨범 표지에는 검은색 배경에 하얀색 선으로 그린 피아노가 있다. 평소 그가 자주 그리는 그림을 디자이너가 본뜬 것이다. 오랜 시간 숙성시킨 포도주처럼 풋풋한 건반 터치가 있던 자리는 농익은 성숙함으로 채웠다.



“아직 멀었어요. 저는 연주자라기보다 작곡가라고 생각해왔어요. 지금도 작곡이 더 맞는 것 같고, 가요도 쓰고 싶어요.”

실제로 2004년 유희열이 제작한 가수 김연우의 2집 앨범에 연주 음악 2곡을 실었다. 3집 작업 때는 ‘흐려진 편지 속엔’이라는 곡을 줬다.

“틈틈이 곡을 쓰긴 했는데 집중적으로 가요를 쓰고픈 욕심도 있고, 다양한 곡을 써보고 싶어요. 그때는 막연하게 가요를 썼던 터라 연우 형 목소리에 맞게 써준 것 같지도 않고…. 지금은 서로 알고 지낸 세월도 길고 경험도 많아져서 더 잘 써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돌 가수가 곡을 달라고 해도 제 색을 담아서 주고픈 마음이 있고요.”

피아니스트 이미지가 강해서 그렇지, 이루마는 본래 작곡가다. 2000년 대학을 졸업하고 우연한 계기에 뮤지컬 연출가 이지나를 만나 연극 ‘태’의 음악을 맡았다. 이후 음악 관련 회사에서 일하다 재정상황이 악화되자 그만뒀다. 그는 “함께 일했던 친구가 한국에서도 유키 구라모토, 앙드레 가뇽 같은 사람을 만들어보자며 연주 앨범을 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2001년 1집 ‘Love Scene’이 세상에 나왔다. 2집 ‘First Love’에 담은 ‘When the love falls’가 드라마 ‘겨울연가’에 쓰이면서 폭발적인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데뷔 초에는 이국적인 외모와 이름 탓에 일본인 피아니스트라는 오해도 숱하게 받았다.

“받침이 없는 이름에다 영문으로 ‘Yiruma’로 쓰니까 다들 오해하시더라고요. 사실 의도했던 바예요. 외국 사람인 줄 알면 음악을 들어주지 않을까 싶었고, 한국 사람도 이런 음악을 쓸 줄 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혼혈이라는 오해도 받았죠. 얘기하다 보면 ‘어, 이루마 씨, 어쩜 그렇게 한국어를 잘하세요?’라기도 하고, ‘이루마상∼ 하지메마시테’라기도 하고(웃음).”

그의 이름은 성이 붙어야 의미가 완성된다. ‘뜻을 이루마’라는 의미가 담긴 순 한글이다. “어릴 때 놀림도 많이 받았다”면서 웃던 그는 “이름처럼 뭔가를 이루려면 아직 멀었다”며 쑥스러워했다.

감성적인 음악을 쓰는 작곡가 이루마가 즐겨 보는 프로그램은 ‘개그콘서트’. 퓨전 요리 같은 조합이다. 그는 “극과 극 같지만, 실컷 웃고 나면 다시 자신을 추스르고 음악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랑스러운 딸 로운이

“가요도 만들고 예능에도 출연하고 이젠 대중 속으로”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져요. 그래서 개그 프로는 다 찾아서 보죠. 바보처럼 입을 ‘허∼’ 벌린 채 보고, 평소에도 ‘이런 거 하면 되게 웃기겠다’는 생각도 해요. 콘서트에서도 멘트하면 관객들이 재밌어 하더라고요.”

‘음악 요정’으로 주가를 올린 가수 정재형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재형이 형을 공연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 연락하며 지내고 싶다고 했어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휴대전화 번호, 집 주소, 심지어 프랑스 주소까지 다 적어주셨는데, 그걸 보고 참 벽이 없고 재밌는 분이구나 생각했죠.”

초면에 ‘집 주소’를 받아낼 정도로 강한 친화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사람 만나는 걸 아주 좋아해요. 몇 시간씩 수다를 떨 수도 있어요.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듣는 것도 좋아하죠. 살면서 저를 지나쳐간 다양한 사람들, 그들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그는 2008년 딸 ‘로운’을 얻었다. 딸 이름은 순 한글로 아내가 직접 지었다. 아내는 배우 손태영의 친언니인 미스코리아 출신 손혜임. 배우 권상우와는 동서지간이다.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에요. 정말 제게 ‘이로운’ 아이죠(웃음). 말을 잘하고 고집도 센 것이 저를 똑 닮았어요. 춤과 노래를 즐기고 음악에도 관심 많고…. 자기가 무대를 꾸며놓고 ‘아빠는 앉아서 봐’ 하곤 춤추고, 연주해달라고선 춤추고. 한동안은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곡을 쳐줬어요. 자기가 ‘팬텀’이 된 듯 사방을 유령처럼 돌아다녔죠.”

딸도 아빠를 닮아 눈처럼 하얀 피부를 지녔다. 그는 성대모사까지 해가며 ‘사랑스러운 딸’을 자랑했다.

“딸이 제게 어울리는 것 같아요. 동서(권상우)는 운동처럼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 게 아들이 딱 어울리고요(웃음).”

딸은 엄마와 백화점에 장 보러 가서도 ‘징글벨’을 영어로 부르며 돌아다닐 정도로 음악을 좋아한다. 음정도 정확하고 당김음도 잘 활용하는 게 아빠의 재능을 물려받았다.

“로운이 장래희망이요? 만화 캐릭터가 되고 싶대요. 요새 ‘로보카 폴리’가 유행인데, 거기 나오는 ‘엠버(분홍색 앰뷸런스)’라는 캐릭터가 있어요. 자기 전에도 ‘아빠, 나는 엠버가 돼서 뮤지컬하는 꿈을 꿀 거야’라고 해요. 큰일 났어요. 앰뷸런스가 된대요(웃음).”

이루마는 올해 새 앨범을 내고 외국 활동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그의 음악은 최근 유럽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TV 프로그램 삽입곡으로 자주 쓰이고, 독일 클럽에서는 하우스 풍으로 편곡한 그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픈 욕심도 밝혔다.

“완전한 예능은 아니더라도 토크쇼 같은 프로그램에는 나갈 생각이에요. 이루마는 모르더라도 제 음악은 한 번씩 접해보셨을 테니 이제는 대중에게 다가가는 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소극장 공연도 잡아볼까 생각 중이에요. 편안한 분위기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연주하면 재미있죠. 더 자유롭고요.”

자기 음악을 누군가가 들어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이루마. 누군가의 삶, 그 배경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공기 같은 음악. 이루마라는 강은 그런 음악을 자기 손에서 사람들의 귓가로, 마음으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주간동아 822호 (p68~69)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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