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2

2012.01.30

지상파 방송은 공짜 언제까지 놔둘 것인가

치솟는 전파사용료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2-01-30 1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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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파 방송은 공짜 언제까지 놔둘 것인가

    최근 유선케이블망 사업자와 지상파 방송국 간 다툼으로 시청자들이 여러 차례 불편을 겪었다.

    전파가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를 주파수라고 하는데, 사용 가능한 주파수 대역이 한정적이라 이를 국가가 관리하면서 사용료를 받는다. 국가가 전파사용료를 받는 논리적 근거가 분명하진 않지만, 주파수 권역을 공공재로 본다면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전파법 제67조는 전파사용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공공성을 지닌 경우에는 이를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전파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은 지상파 방송국이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국은 전파사용료를 내지 않는다. 지상파 방송이 그 자체로 공공성이 강한 데다, 방송과 통신을 엄격히 구분하던 시절부터 방송발전기금(현재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납부해온 것을 이유로 전파사용료를 면제받는 것이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25조 제2항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국은 일정 분담금을 납부하도록 돼 있다.

    반면 휴대전화 통신사들은 공공성을 주장할 근거가 미약하기 때문에 한 해 약 2000억 원의 전파사용료를 납부해왔다. 얼마 전 1.8GHz 주파수 대역을 9950억 원에 SK텔레콤이 낙찰받기도 했다. 사용 가능한 주파수 대역이 한정적인 데다, 주파수 대역이라는 것이 통신 관점에서는 유선케이블망과 다를 바 없어 그 가치가 매우 높다. 통신은 황금알을 낳고 있는 것이다.

    전파가 유선케이블망과 다른 점은 수신을 막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수신기만 있으면 누구든 수신 가능하다. TV가 있으면 안테나를 세워 시청하면 된다. 이러한 논리로 KBS는 지금도 시청료를 받는다. 그런데 유·무선 통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지상파 방송도 여러 콘텐츠 중 하나에 불과하고, 여러 다른 이유로 그 공공성마저 재검토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에 있었던 지상파 방송국과 유선케이블망 회사 간 마찰은 이러한 맥락에서 따져볼 수 있다. 지상파 방송은 무료로 수신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유선케이블망 회사가 이를 자유롭게 재송신하더라도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국이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는 만큼 그에 대한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런 식의 주장이라면 전파 사용량에 비해 아주 적은 분담금만 납부하면서 전파사용료를 면제받는 사정과 모순된다. 유선케이블망은 공공성이 강한 지상파 방송국의 콘텐츠를 더 넓게 퍼뜨리는 셈이므로 공공의 성격을 지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통신은 계속 발전할 테고, 방송은 통신의 한 형태로 규정될 것이다. 지상파 방송의 사회적 영향력이 통신에 비해 현격히 우월하던 시절, 방송국이 납부하는 방송발전기금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통신이 발전하고 하나의 주파수 대역을 1조 원 가까운 금액에 경매하는 등 유·무선 통신망이 고가가 돼버린 지금 같은 시대에는 그동안 방송발전기금으로 전파사용료를 납부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국민 처지에서는 시청료를 납부했는데 그것이 전파가 아니라 유선망으로 전달됐다는 이유로 콘텐츠 사용료를 또 내야 한다는 것이 이중부담일 수 있다.

    현재 지상파 방송국이 전파사용료를 면제받는 것은 국가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셈이다. 통신 시장의 논리로 보면 전파사용료는 앞으로 더 높아질 텐데, 언제까지 면제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통신 발전 속도를 생각한다면 전파사용료와 관련된 규정은 머지않아 개정 요구를 강하게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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